아름다움은 곳곳에서 온다. 똑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만, 단지 다르게만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 p.56 「본류와 아류」 중에서
자꾸 시시한 짓을 하다보면 정말로 시시해지고 만다. 시시해지면 그걸로 끝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시시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 p.74 「시시함」 중에서
재미있는 일은 많았지만 좋은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들어가는 나를 위해 시시한 노력을 하고 나면 오히려 더 시시해지기도 했다. 모든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어도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는 이유는 늘 조금은 동경할 만한 것들을 남겨두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 p.118~119 「삶에 끌려가고 있다」 중에서
삶을 사랑하게 되는 여름 무언가를 사랑하는 나를 조금은 사랑하게 되는 여름 --- p.122 「여름」 중에서
내 안에도 부모가 흐른다. 부모를 극복한다는 것,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나를 극복하고 이전의 나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지금 나의 좁고 어두운 이 마음으로부터 분연히 떨쳐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 말이다. 찬물을 마신다. 아직도 머리로만 부모를 이해하려는 내가 어느 날 부모가 되었다. --- p.144 「부모와 부모」 중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어디에서건 어디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떠나야만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본 사람만이 한결같음을 약속할 수 있다. 떠나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다시 돌아온 사람만이 깊이 머물 줄 안다. --- p.163~164 「역마」 중에서
노래를 부르다 문득 모두와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는 이 모든 게 시작된 작은 옥탑방이 떠오르고, 갑자기 무대를 뛰쳐나가고 싶은 어두운 순간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시간만이 붙잡을 등불이 된다. 사람들에게는 내 노래가 어떻게 들릴까. --- p.200~201 「부산에서」 중에서
우리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기에 서로 애쓰며 살아야 한다. 사랑은 나와 다름에 대한 적극적인 포옹이다. --- p.221 「관계란 무엇일까」 중에서
아이들은 늘 제자리인 것 같다가도 어느 날 문득 스스로 해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믿고 기다리는 게 제일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됩니다. 때론 꾸중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원치 않는 것들을 끝까지 해보도록 붙잡기도 합니다. 잠깐 어렵고 먼 길로 돌아가더라도 이 역시 배우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도 실수하지 않고 반듯하기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정직하게 배우도록 가르치고자 합니다. --- p.244 「편지」 중에서
온 세상이 나를 오해하더라도 괜찮은 이유는 글과 노래에 진짜 나를 감추어두었기 때문이다 오직 당신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숨겨둔 것들
권나무. 맑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겹이 많다. 한없이 투명하고 맑은 것이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한때 그의 인상이 나에겐 그랬다. 몇몇 계절을 기다려 글을 받았다. 입에 돌을 물고 먼 비행을 하는 큰 새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의 삶은 여태껏 그런 새의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비행 같은 것으로 지켜졌는지도 모르겠다. 문장을 뿜어 발산하는 힘. 왜 자기에게 싸움을 걸고 왜 자신에게 한없이 속닥여야 하는지 그 엄연함이 그의 글 커튼 안에 숨겨져 있다. 권나무의 발견. 또 발견. 글을 읽다가 속이 시원하고, 글을 읽다가 나도 따라 울컥하고……. ‘우리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기에 서로 애쓰며 살아야 한다’는 벅찬 문장 앞에서는 주먹으로 벽을 치고만 싶다. 권나무는 잘 벼린 칼로 우리에게 도대체 왜 살고 있는지를 강렬하게 물어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무책임한 삶의 사실들을 심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이 태어나 왜 예술을 하고, 왜 철학을 하는지를 권나무라는 유적을 발굴하다가 그만 그 근원까지 알아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