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가 건네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니면 어루만질 수 없는 마음의 부분도 존재하기에,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그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며 제목을 지었다.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내 모습도 보듬고 사랑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흔들리는 풍파 속에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p.6~7, 「시작하는 글」 중에서
우리는 흔히 예수님께서 온유하고 늘 양보하고 사랑하시는 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태오 복음서의 성전 정화 사건은 그분의 성격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수님께서는 성전 안에 있던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엎어 버리신다(마태 21,12 참조). 아버지의 집인 성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참으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셨다. 분노를 거침없이 표현하셨으며, 당신 생각과 느낌에 아주 충실하신 분임을 엿볼 수 있다. 심리학을 공부한 후에 복음서를 다시 읽으니 예수님께서 참으로 자유로우신 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예수님을 닮으려는 우리 신자들도 자유로워져야 하며, 자기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이 건강해져야 비로소 주님처럼 살 수 있게 된다.
--- p.22~23,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 주세요」 중에서
내 마음속에 상처가 많다면 가장 낮은 단계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낮은 단계의 삶은 마치 어린아이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부모님께 청하듯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충분한 사랑을 받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만약 가장 낮은 단계의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이 마치 수도자처럼 스스로를 비우는 작업에 몰두하면 금방 지칠 것이다. 몸이 약한 사람이 암벽 등반을 하면 몹시 힘겨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암벽 등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도 괜찮고, 몇 번이라도 쉬어도 좋다. 올라가다가 숨이 차면 주변의 경치도 보고, 물도 한잔 마시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금 늦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설령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상관없다. 산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니 말이다. 이처럼 나에게 딱 맞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37~38, 「심리 치료와 영성생활」 중에서
삶이 주는 역경과 파도를 뒤바꿀 힘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려는 모험심이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자아는 한결 튼튼해져 긍정적 각본을 새롭게 쓸 수 있게 된다.
걱정이 발목을 잡든 말든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가는 모험을 시도해 보길 바란다. 하지만 크나큰 모험일 필요는 없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다.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았던 음식을 먹는다든지, 늘 다니던 산책길 말고 다른 길로 가보는 것 등의 소소한 변화만으로도 좋다. 이런 변화가 익숙해지면 큰 결정을 앞두었을 때도 좀 더 담대히 선택할 수 있는 훈련이 되기 때문이다.
--- p.63, 「정해진 각본대로 사는 건 재미없잖아요」 중에서
신앙인들은 불행의 순간이 닥쳤을 때, 하느님께서 내게 왜 이런 상황을 주셨을지 기도하며 그 안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기도가 삶의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흔히 기도를 그저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한 기복 신앙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칫 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도록 해 달라는 기도가 그렇다. 만약 내가 바라는 대로 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일상이 더더욱 감사로 가득 차게 될까?
물론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칫 교만해 질 수 있다. 오히려 고통과 어려움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바치는 기도가 더 바람직하다. 따라서 기도는 내 안의 문제에 대해 직면하고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자리이다. 그러니 역경과 불편은 오히려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거친 파도를 잘 견딘 항해사가 진정한 뱃사람으로 태어나듯 말이다.
--- p.101~102, 「불행에 맞서는 힘을 기르세요」 중에서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동시에 나 자신과도 관계를 맺는다. 심리학에서는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 수준이 높을 때 다른 사람들을 들볶는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많은 종교인들은 마음의 평안함을 중요시했다. 평안함을 얻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다.
기대는 타인과의 좋은 관계를 여는 열쇠이다. 하지만 지나친 집착과 기대 수준은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절한 선에서 충분한 관심과 칭찬으로 상대방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또한 나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아야 한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힘이 되는 말을 해 보도록 하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 p.111~112, 「기대는 사람을 춤추게 하지요」 중에서
간혹 쉬운 길이 있으니 굳이 힘들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쉬운 길로 돌아가려다 오히려 진창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삶의 파도와 감정의 동요를 우직하게 견디는 것도 필요하다. 내면적으로 성숙한 이들은 억지로 파도를 가라앉히려 하지 않고,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며 적응할 뿐이다. 지금 내 인생이 고통스럽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 시기가 나를 더욱 강하게 해 주리라는 믿음과 더불어, 이 상황을 바꿀 힘이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예수님께서도 부활 전 수난을 겪으셨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새로운 삶을 맞아들이는 것은 조금은 고통스럽고 힘든 수련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 p.137~138, 「쉬운 길로 가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