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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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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 2

[ EPUB ]
주은영 | 가하 | 2013년 09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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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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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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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7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9만자, 약 2.9만 단어, A4 약 57쪽?
ISBN13 978896647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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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짧고 생소한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냐는 표정으로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뭐야!”
“하하하하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수정이 빽, 소리를 지르자 현호가 당장 뒤로 넘어갈 듯 몸을 젖히며 웃어댔다.
“그만 안 해?”
분에 겨워 씩씩거렸지만 배까지 움켜쥔 그는 웃음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야! 그만하라니까?”
“하하하하.”
얄밉게 웃어대는 그를 보면서도 수정은 주먹 한 번 휘두르지 못했다. 가만히 있자니 억울했지만 무슨 짓이냐고 따지는 것이 더 이상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수정은 입술을 잔뜩 내밀고 신나게 웃어대는 그를 뚱한 얼굴로 노려보다 이내 콧대를 세우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만 마셔.”
“남이사 마시든 말든!”
“여기서 더 마시면 이번에는 키스해버린다?”
“뭐, 뭐?”
놀라 숨을 삼킨 수정이 말을 더듬으며 어깨를 뒤로 쭉 뺐다.
정말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수정은 슬금슬금 엉덩이를 움직여 그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눈치를 살피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는데 테이블에 팔을 올려 몸을 기댄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다 알아들었어?”
“뭐, 뭘?”
다짜고짜 묻는 통에 수정은 생각할 시간을 벌고자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언제는 제대로 설명을 해줬고? 라고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입술이 닿았던, 지금은 맥주를 마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입술은 좀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
“친구들이 했던 말,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하던 그 말 이제 알아들었냐고.”
수정은 짜증이 확 밀려왔다.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일까. 그녀가 느끼지 못했다면 친구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모호한 말은 어느 세상의 대화법인가 싶었다. 사실 그의 머리를 확 잡아당겨보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그가 영화 ‘맨 인 블랙’의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주눅이 들어 그의 눈치를 살피던 수정의 눈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곧 덤빌 사람처럼 눈을 치켜뜬 그녀를 보며 그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왜? 뭐가 또 불만이야?”
“이런 변태 같으니…….”
“너에게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신기하지도 않아.”
울컥 화가 치민 수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뽀뽀하래!”
“말로 하면 네가 못 알아들으니까 그렇지.”
“그건 네가 제대로 설명을 못 해서 그런 거잖아. 빙글빙글 말이나 돌리고, 말장난이나 치고, 놀리기나 하고, 약 올리기나 하고!”
“어휴. 무슨 죄목이 그리 많아?”
무심한 얼굴의 그가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억울해도 너무 억울하다. 자기는 다 기억하는데 그녀는 뭐 하나 제대로 기억하는 것 없다고 벌을 준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건 죄가 아니잖아!
볼에 잔뜩 바람을 집어넣은 수정은 치킨과의 전투 의지를 불사르며 가슴살 조각을 입에 물었다.
슥슥.
그가 그녀의 머리를 휘휘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에게 눈도 돌리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억지로 숨기며 감정 없는 로봇처럼 묵묵히 이젠 식어버린 치킨을 먹었다.
그가 한 말이 믿기지 않았다. 경선이 그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어떻게 해서든 커플을 만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이려니 생각했었다. 경선의 말을 들었을 때는 심지어 화도 났었다. 싫은 기억을 공유하는 그였기에, 툭하면 약을 올려대는 그이기에 유쾌하지 않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편안한 자세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심장이 다시금 덜컥덜컥 이상한 소리를 냈다.
수정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뭐야.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그만해.”
“그렇게 심술부리지 마.”
“뭐?”
수정이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눈으로 현호를 쏘아보았다. 양 손에 턱을 괸 그는 그런 그녀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자꾸 그러면 키스해버리고 싶잖아.”
“흡!”
수정은 들고 있던 치킨으로 입을 얼른 가렸다.
싱글벙글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그가 미친 듯이 미워져버렸다. 그런데 외계인은 그녀인가 보다. 미운데도 심장이 두근두근대는 걸 보면. 그와는 더 이상 눈싸움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린 수정은 얼른 시선을 피하며 다시금 치킨 먹기에 몰두했다. 속으로 치킨에게 너라도 함께 있어서 다행이야,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오늘 많이 예뻐.”
“난 원래 예뻐.”
오물오물 치킨을 먹으며 뻔뻔하게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길에 옆얼굴이 따끔거렸다.
“오늘 여기 왜 왔어?”
“……아까 대답했잖아.”
수정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민망한 이유를 또 어떻게 대라고……. 왜 신경 쓰였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드라마 속의 어린 장금이처럼 신경 쓰여서 신경 쓰인다고 하는데 어쩌구 할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되도록 그 주제는 건너뛰어야 한다. 그의 고백을 듣게 된 것만으로도 머리와 마음은 과부하 상태니까.
“넌 이제 이주환 만나면 안 돼.”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랑 뽀뽀해놓고 다른 남자 만나면 안 된다고.”
“뭐어!”
겨우 진정시켰던 얼굴이 다시금 화끈거렸다.
당황한 수정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 누구 맘대로? 자기 맘대로 뽀뽀해놓고 어디서 소, 소유권 주장인데?”
“흐응. 그래?”
가늘어진 그의 눈이 위험하게 반짝거렸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역시 뽀뽀만으로는 약한 건가?”
“뭐어?”
미묘하게 바뀐 그의 눈빛에 직면한 수정은 벌여놓은 치킨 상자를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 집에 가야겠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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