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고대 영문학
고대 영문학 시기는 “노르만 정복”(Norman Conquest 1066) 이전까지를 의미한다. 고대 영국 땅에는 켈트족(Celts)이 기원전에 이곳에 이주하여 살고 있었고 이후에 비기독교도들인 앵글족(Angles)과 색슨 족(Saxons)의 침략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유입과 더불어 비기독교적 영웅주의가 영국 땅에 도입되었다. 각 부족 간의 전투가 빈번했기에 집단의 운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이 시기에 있어서, 용맹함을 가장 큰 덕목으로 강조하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복수를 허용하는 영웅주의적 이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는데, 이것은 “원수도 사랑하라”는 기독교적 윤리와는 상반된 가치관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영문학인 고대 영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영웅시와 종교시 그리고 영웅시와 종교시가 결합된 것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베오울프」(Beowulf)나 「몰든의 전투」(The Battle of Maldon) 가 영웅시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종교시로는 「캐드먼의 찬송가」(Caedmon's Hymn)를 들 수 있다. 「방랑자」("The Wanderer")나 「바다 항해자」("The Seafarer")는 영웅시와 종교시가 결합된 것이다.
고대 영시의 특징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으며, 남녀의 사랑과 같은 낭만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앞서서 이야기한 대로, 부족 간에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전투 과정에서 수많은 전사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당시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대의 영웅시를 형식적인 면과 기법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두운법(alliteration)과 케닝(kenning)을 들 수 있다. 두운법은 아직 각운이 발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에 음악성을 부여하는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케닝은 통상적인 명사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명사를 다른 말로 풀어서 묘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같은 명사를 반복하는데서 오는 단조로움을 피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심상을 도입함으로써 고대 영시를 풍부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오고 있다. 케닝의 예를 들어보면 태양(sun)을 하늘의 촛불(the candle of heaven)이나 하늘의 보석(the jewel of the sky)으로 표현하거나, 인간의 몸을 뼈의 집(bone-house), 바다(sea)를 백조의 길(the swan's path)나 고래의 길(the whale's road) 등으로 나타낸 것을 들 수 있다.
고대 영시의 대표적인 작품은 약 3,000행으로 이루어진 8세기(대략 750년경)에 고대 영어로 쓰여진 「베오울프」이다. 「베오울프」는 영국 영토와 영국의 선조와는 상관없는 북방 유랑 민족의 용맹성을 강조하는 이교도적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구전되던 내용을 성직자들이 기록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이교도적 가치관에 기독교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베오울프」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베오울프라는 무사가 덴마크 지역의 흐로쓰가르(Hrothgar)왕의 왕국에 침입한 그렌델(Grendel)이라는 괴물과 그 어미를 물리치는 내용이며, 후반부는 자신의 나라에서 왕이 된 베오울프가 50년간 통치하던 중 왕국을 파괴하는 용이 나타나자 이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전사하여 그 장례를 치루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영시인 「베오울프」는 총 3,182행으로 전사의 용맹함을 강조하던 고대 영웅주의적 가치관과 은혜에 대한 보답이나 받은 만큼 갚아주는 복수를 정당화하는 가치관이 잘 드러나며, 또한 고대 영시의 특징인 두운법과 케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 베어울프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영시에는 이러한 영웅시 이외에도 삶의 허망함과 덧없음을 노래한 ‘'애가’ 혹은 ‘비가’(Elegy) 역시 전해지고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삶의 급격한 변화에서 느껴지는 생의 비애감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폐허」("The Ruin")나 「방랑자」("The Wanderer") 등을 들 수 있다.
1-1. "The Ruin"
[고대 영어]
Wraetlic is thes wealstan; wyrde gebraeco,
burgstede burston, bronsnath enta geweorc.
Hrofas sind gehrorene, hreorge torras,
hrungeat berofen, hrim on lime,
scearde scurbeorge scorene, gedrorene,
aeldo undereotone Eorthgrap hafath
wakdendwyrhtan, forweorone, geleorene,
heard gripe hrusan, oth hund cnea
wertheoda gewitan. Oft thaes wag gebad,
raeghar and readfah, rice aefter othrum,
ofstonden under stormun; steap geap gedreas.
Mod monade, myne swiftne gebraegd;
hwaetred in hringas, hygerof gebond
weallwalan wirum wundrum togaedre.
Beorht waeron burgraeced, burnsele monige,
heah horngestreon, heresweg micel,
meodoheall moning mondreama full,
oththaet thaet onwende wyrd seo swithe,
Crungon walo wide, cwoman woldagas,
swylt eall fornom secgrofra wera;
wurdon hyra wigsteal westenstatholas,
bronsnade burgsteall. (11:1-28a)
[현대 영어]
Splendid is this stone-wall, destroyed by fate, the city
buildings fell apart, the works of giants crumbles.
Towers are collapsed, roofs are ruined,
Frost in the plaster, all the ceilings are gaping,
Torn and collapsed and eaten up by age.
The earth's embrace, its hard grip, holds the
lordly builders ; they are perished and gone.
A hundred generations have passed away since then.
Often this wall, stained red and grey with lichen
outlives kingdom after kingdom, withstands storms ;
the high curved wall itself has f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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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rt inspired, incited to swift action :
Resolute masons, skilled in rounded building
Wondrously linked the framework with iron bonds.
The public halls were bright, with lofty gables,
bath-house many, great the martial sound,
and many mead-halls were full of human pleasures,
Till fate the mighty changed all.
Slaughtered men fell far and wide, the days of pesti-
lence came,
And death took all those valiant men away.
Their fortress became deserted places.
The city crumbled.
[우리말]
장려한 성벽이여, 운명이 휩쓸어 버렸구나,
성곽은 부서져 허물어졌고,
거인들의 공사는 무너져 내렸네,
탑들은 부서져 내렸고,
지붕들은 썩어 내려졌네.
회벽엔 서리만이, 모든 천장들은 벌리어진 채,
찢기어지고 허물어져 세월 속에 먹히었도다.
땅의 포옹, 그 단단한 움켜쥠으로
그 당당했던 석공들을 안고 있구나.
그들은 사라져 가버렸네.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붉고 회색빛으로 퇴색한 성벽은,
폭풍우를 이겨내고 많은 왕조들을 뒤로 해 왔건만
높은 곡선으로 된 성벽은 부서져 내렸구나.
단호한 석공들,
영감받은 그들은 신속한 행동을 취했네.
둥그런 건물에 숙련된 그들,
쇠접골로 놀라웁게
골조들을 연결시켰구나.
높은 벽공들로 장식된 공동 홀은 밝게 빛났었고,
수많은 목욕탕들, 웅장했던 용사들의 함성,
연회장은 인간들의 기쁜 소리로 가득 찼었다.
그 거역할 수 없는 강대한 운명이
모든 것을 바꿀 때까지,
살해당한 사람들이 쓰러져 곳곳에 흩어져 있고,
비극의 날들이 도래했고,
죽음이 그 용장들을 휩쓸고 가버렸네.
성채는 황량한 곳으로 변해 버렸고,
도시는 폐허가 돼버렸구나.
이 시는 폐허 속에 뒹구는 궁궐과 성벽의 잔해들을 지켜보는 시인이 인생의 무상함과 지상세계의 덧없음을 느끼는 것을 주로 드러낸다. 이러한 생의 비애감은 그의 상상 속에서 그려지는 옛날의 영화스러웠던 궁궐의 위용 과 그곳을 차지했던 용사들의 모습으로 한층 심화되면서 마침내 새로운 생애의 자각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이러한 자각은 “거역할 수 없는 강대한 운명이 모든 것을 바꿀 때까지”의 구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운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병행되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비슷한 의미들을 포함한 동사들의 중첩된 사용에 있다. “파괴되었다”(destroyde), “떨어져 흩어졌다”(fell apart), “산산이 부서졌다”(crumbled), “붕괴되었다”(collapsed), “황폐해졌다”(ruined), “갈라졌고”(torn), “잠식되었고”(eaten up)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시 전반부의 모든 행은 비참하게 파괴되어 부서져 내린 성벽이나 궁궐의 모습을 나타내는 동사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이러한 동사들의 어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하고 사라지는 지상의 모든 것들의 덧없는 운명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인이 자각한 운명의 거대한 힘에 휩쓸리어 사라지는 생의 덧없음은, 강렬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동사들을 사용한 장면 묘사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빠른 템포의 변화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