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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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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룰렛

[ EPUB ]
정애녹 | 가하 | 2013년 09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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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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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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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5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0.1만자, 약 9.8만 단어, A4 약 189쪽?
ISBN13 9788966477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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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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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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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척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가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혹시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아님 말고. 경기라도 일으킬 것처럼 굴긴.
“아니면 색다른 취향이라도 계발하신 건가요? 싫은 사람일수록 가까이 두고서 오래오래 괴롭히는 S쪽으로. 아, 요 몇 달 동안 사장님이 유치할 정도로 저한테 심하게 하셨던 건 인정하시죠?”
조금 전까지 불리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위치가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 있는 건 그가 앉아 있는 덕분에 눈높이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오히려 그녀에게 유리한 변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피식거리는 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로 차근차근 다시 말을 이었다.
“여태까지는 예의상, 사장님은 내숭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어쨌든 예의상 참아드렸어요. 하지만 사표까지 제출한 마당에 더는 그럴 필요가 없을 듯하군요. 그러니까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실 예정이시라면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주셔야겠네요.”
“어떤 결정을 내리면 되는 거지?”
찬혁의 두 눈에 순수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전혀 재미있는 상황도 아니고 재미있는 질문도 아니었건만 그는 거의 미소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는 순간에 그녀는 머리가 띵 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예의바른 미소를 재수 없다고 표현하던 찬혁이었지만 그야말로 자신이 평소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평소의 그의 웃음이나 미소는 상대방에게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거리감을 포함한 것들이었다. 심지어는 화를 내고 있을 때조차도. 하지만 지금 이 한순간, 방심한 얼굴 위를 잠시 점령하고 있는 것은…….
남자에게 아름답다는 표현이 칭찬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다. 가슴 한편을 아릿하게 아프게 만드는 그 감정은 찬혁의 얼굴에서 그 아름다운 미소가 너무나 빨리 사라져버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누가 누굴 보고 인간 같네 어쩌네 하는 거야, 정말. 자기야말로 무의식중에서조차 웃음을 감추고 있으면서. 뭔가 아쉬움이 자꾸만 그녀를 투덜거리게 만들었다. 괜스레 심술이 난 그녀는 일부러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만들어내며 대꾸했다.
“사표가 필요 없다는 말씀은, 오늘 이후로 부당한 업무도 더 이상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이유 없는 서류작업과 불필요한 외근까지 모두?”
찬혁의 고개가 순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좋았어!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쉴 마당에 업무까지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거기다 이젠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니! 그 사실은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치솟는 화를 꾹꾹 누르며 미소 지을 때마다 경련을 일으킬 것만 같던 입술 근육을 떠올리며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인간다운 표정을 바랬으니 정말 인간답게 굴어줘야겠지? 화가 나면 화를 내도 된다는 소리고, 짜증이 나면 짜증도 적당히 부려주고? 오. 일할 맛 나겠네. 설마 그런다고 자르기야 하겠어?’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의 모순 때문에 더더욱 웃음이 나왔다.
문득 찬혁의 책상 위로 시선을 옮긴 그녀는 벌써 9시 반이 넘어간 것을 깨달았다. 업무 시작이 한참이나 늦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가볍게 헛기침을 해서 그의 주의를 일깨웠다.
“그럼 바로 업무 보고부터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일과표등을 챙기기 위해서 윤주는 몸을 돌렸다.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않았기에 빈손으로 들어온 그녀였다. 그나마 시간이 남아서 준비라도 해 뒀으니 망정이라 생각하며 안도하는 그녀의 귓가에 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러운, 그래서 적응하기 너무도 힘든 낯선 목소리가.
“나에게 준 선택권은 어떻게 할 거지?”
윤주는 손잡이를 잡은 채로 고개를 획 틀었다. 찬혁에게서 명백하게 재미있어 하는 기색을 읽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내가 김윤주 씨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내가 S쪽의 취향을 발전시킨다면?”
‘훗. 그 정도로 나를 흔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윤주는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진지하게 생각하는 척했다.
“글쎄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는 사장님한테 관심 없거든요. 짝사랑 같은 건 사장님의 명성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요? 굳이 하시겠다면 별로 말리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일하는 것에는 지장이 가지 않게 티는 내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S쪽 취향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하시겠다고 하시면…….”
윤주는 눈을 빛내며 찬혁에게 환한 미소를 돌려보냈다.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그 다음 날부터 저를 못 보게 되시리란 거, 굳이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아시죠? 저는 그런 메조적인 취미가 없어서 말입니다. 아, 실망하진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재능은 충분히 있어 보이시니까.”
다시 돌아서서 사장실을 나서던 그녀는 등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움찔했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싶었다. 찬혁이 웃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진심으로 즐거워서 웃는 그런 웃음이었다. 윤주는 휘둥그레지는 눈동자를 감출 수조차 없었다.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만으로도 사람의 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갑자기 찾아든 두근거림은 손까지 떨리게 만들었다. 당황한 그녀는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황급히 사장실에서 물러났다.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작업을 하던 명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녀의 귀에도 찬혁의 웃음소리가 들린 모양이었다. 명희가 고갯짓으로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선배, 뭐예요? 무슨 일이에요?”
대답하는 대신 윤주는 서둘러 서류를 챙겨들었다. 명희가 기겁을 하는 것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 근래, 특히 그녀의 입사 이후로는 거의 최초로 들리는 찬혁의 웃음소리였던 것이다. 찬혁의 화가 난 고함소리보다 그의 웃음소리가 더 명희를 경악하게 한다는 사실이 윤주를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조금 전까지의 떨림도 조금은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사장실로 돌아간 윤주는 빠른 목소리로 곧장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너무 많이 늦어서 자칫하다가는 오늘 일정들을 몽땅 조정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프로였다. 눈으로 대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때로 옮길만한 업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으로 잃은 시간은 충분히 벌충이 되리라.
“……이상입니다. 조정 필요하신 다른 업무는 없으신가요?”
보고를 들으며 팬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고 있던 찬혁이 몇 가지를 메모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습게도 늘 심술궂다고 여겨지던 그의 얼굴이 느닷없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 뜻밖의 감정 변화에 당황한 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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