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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큰글씨책)

나나 (큰글씨책)

밤의 문학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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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576쪽 | 210*297*35mm
ISBN13 9788956594507
ISBN10 895659450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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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무대 안쪽의 구름이 갈라지며 베누스가 나타났다. 나나였다. 열여덟 살 치고는 상당히 숙성하고 건장한 체격이었다. 하얀 웃옷을 입은 여신 모양에 어깨 위로 긴 금발을 풀어 헤치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던지며, 침착하게 풋라이트 쪽으로 내려오더니 아리아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 p.28

최초의 착실한 남자에게 깨끗하게 버림을 받고, 수상한 남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넘어간 창녀, 신용거래를 거절당하고, 추방에 위협되는 인생행로의 다난한 출발, 신통치 않은 인기, 그런 것을 느끼게 하는 방이었다.
--- p.49

“하룻밤 밤새껏 푹 자고 싶어요. 밤새껏 단 혼자서 말예요. 난 머릿속이 온통 그 생각뿐이라니까요!”
--- p.80

여자들은 그의 금고를 말려 놓는 것으로서 도덕을 위하여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 p.134

슈미즈처럼 가볍게 주름 잡힌 하얀 얇은 비단옷을 걸치고 취기로 파리해진 얼굴에 눈마저 거슴츠레한 나나는 순한 계집애 모양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뒷머리와 블라우스에 꽂았던 장미의 꽃잎은 흐트러지고 줄기만이 남아 있었다.
--- p.154

소년은 몸을 바싹 밀어댔다. 그 동안 나나는 울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추억에 잠겼다. 그렇다, 내가 이와 같은 것을 본 것은 로맨틱한 이야기책 속에서였다. 옛날에는 이와 같은 달과 울새와 애정에 가득 찬 소년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마음을 송두리째 바치려고까지 했던 것이다. 아아, 울고 싶다. 모든 것이 이토록 희한하다니! 그렇다, 나는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점지된 사람이다.
--- p.220

“여염집 여자까지 끼어들어 우리들의 남자를 가로채다니…… 정말 잘들 한다니까요. 여염집 여자라는 것들이!”
--- p.274

그로부터 생활이 일변했다. “예” 하거나 “아니요” 하거나 퐁탕은 손찌검이었다. 나나도 습관이 되어 예사가 되고 말았다. 때로는 비명도 지르고, 덤벼들기도 했지만, 벽에도 몰아넣고 목을 졸라 죽인다고 하면 얌전해졌다.
--- p.301

나나는 멋진 여자가 되었다. 이를테면 수컷의 어리석음과 욕정에 기식하는 거리의 후작 부인이 된 셈이었다. 잠깐 사이에 명성을 떨치고, 화려하게 돈을 뿌리며, 미모를 상품으로 화류계에서 그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이다.
--- p.373

“저 사람들에겐 이제 놀랄 것도 없지! 샅샅이 다 알고 있으니까 껍질을 벗겨보라지!…… 이미 존경 따위는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상하를 막론하고 세상은 지저분한 인간들뿐이라니까…… 그러니까 나도 남에게 이러쿵저러쿵 간섭받을 필요는 없는 거야.”
--- p.431

그러나 이와 같은 장난은 마침내 장난이 아니고 말았다. 나나가 무자비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순한 타입의 여자였다. 다만 이 잠가 버린 방 안으로 광기가 흘러들었고 차츰 더해 간 듯싶었다. 음란한 기분이 두 사람을 탈선시키고 착란 상태로 빠뜨린 것이었다. 그전엔 잠을 못 이루는 밤에 신의 모
습에 두려워하던 두 사람이었건만 지금은 짐승처럼 목말라, 미친 듯 네 발로 기어 다니며 으르렁대고 서로 물어대는 것이었다. 어느날, 그가 곰이 되어 있는데, 나나가 거칠게 떠밀었기 때문에 가구에 부딪쳤다. 이마에 혹이 난 것을 보고 그녀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후로 나나는 라 팔르와즈에게서 맛들인 경험으로 백작을 동물 취급하며 채찍으로 때리기도 하고 발로 차가며 몰기도 했다.
--- p.535

난 더 근사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서 그녀는 사탱에게 마지막 키스를 해주기 위해 치장을 하고 나갔다. 정결하고 단단한 육체가 아직 한 번도 써먹지 않은 숫처녀처럼 아주 새롭게 보였다.
--- p.5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울한 어조지만 이미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으며 19세기 낙관론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저자)
프롤레타리아 소녀가 부르주아 계급의 남자에게 유혹당해 진흙구덩이로 발을 잘못 들여놓은 이야기이며 세계문학의 영원한 화젯거리
-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의 공저자)
구두가 끊임없이 문지방 위를 넘나드는 나나의 침실은 남성적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 노동자, 부르주아, 귀족들에게 공적 친교의 사적 장소로 제공되는 나나의 육체는 계급 차이에 대한 결정적 위협이다.
- 리타 펠스키 (『근대성의 젠더』의 저자)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생동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백 년 전의 파리를 그린 이 소설 내용이 우리나라의 그 어떤 장면과 흡사한 데는 그만 흥미를 넘어 기이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 정봉구 (「옮긴이 후기」 중에서)
한 사회 전체가 꽁무니로 덤벼들고 있다.
- 에밀 졸라 (「나나 창작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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