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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읽은 책

내 맘대로 읽은 책

: 삶은 명징하고 죽음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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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892g | 158*230*35mm
ISBN13 9791189534301
ISBN10 118953430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절대로 진도를 못 나가게 하다가 끝내는 포기하게 만들던 악질적인 책. 질리다 못해 아주 발작을 하게 만들던 미친 책. 이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졌던 호메로스에 대한 인상이고 트라우마다. 그 트라우마가 이 책을 통해서 실로 반세기 만에 깨졌다. 고전에 길라잡이 책이 왜 필요한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슬프게도 그는 본인이 가진 자유의지를 많이 상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p.31

죽고 사는 일은 사람만 겪는 게 아닙니다. 온 세상 삼라만상이 저마다 겪는 일입니다. 온 우주가 이런 일을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겪습니다. 그래도 한강은 유유히, 저 혼자 흘러갑니다.
--- p.186~187

나는 견딜 수 없이 허무하고 외로웠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다 불쌍해 보이고 살고 죽는 것이 다 부질없어 보였다. 인적 끊긴 한강 백사장에 자주 나가 끝없이 걸었다. 그러다 깊고 큰 모래 구덩이를 만나면 그 속에 들어가 시체처럼 몇 시간씩 누워있기도 했다. 잠을 잘 못 잤고 밥을 먹으면서도 내가 한심하고 처참했다. 살겠다고 밥을 씹고 있는 내가 환멸스러웠다.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부모님은 걱정하셨지만, 이런 고통에 빠진 나를 잡아 줄 사람은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내게서 떨어져 나가 객관화되었다. 나는 그 책만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고, 살아있었으며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어둡고 광막한 우주, 거기서 옮겨붙은 ‘중2병’이 나를 평생 지배했지만, 오히려 그 병이 나를 더 빨리 어른으로 키웠다.
--- p.239

지금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짜증난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그때마다 희한하게도 묘한 매력이 일었다. 마치 침묵하는 아타카마 사막을 보며 홀로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때는 사막의 빈 골짜기에 쏟아지는 빗소리가 온 세상을 더욱 깊은 정적 속으로 끌고 가는 듯한 환상이 머리와 가슴속에서 한꺼번에 올라오기도 했다.
--- p.384

자식새끼가 제 품 안에서 죽어도 산 놈은 먹고 싸야 한다. 누구나 태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짓들을 한다. 주린 배를 움켜쥐거나 밀려 나오는 똥오줌을 제 의지로 막으면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나를 배부르게 해준 사람이 하는 말은 오늘 죽은 제 새끼마저 잊어버릴 만큼 경청하고 수긍한다(「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게 바로 인간의 숙명이고 이중구조의 표피에서만 바라보는 ‘더러운 리얼리티’다.
--- p.459

읽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내 맘대로 읽기’다.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렇다. 그러니 당신 마음대로 읽어라. 대신 맹렬하게 읽어라. 그렇게 읽다 보면 길이 생기고 방법에 눈을 뜬다.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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