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마음 한쪽 구석에는 요가를 하면 좀 괜찮아지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전보다 나아지고, 남들보다 더 괜찮아지겠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요가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유연하면서도 마른 체구에서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광채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게다가 허리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야 요가 수업을 들을 때가 된 것 같았다. ---p.21
제왕절개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나자, 내 복부 근육은 치명적인 각종 문제가 생겼다. 반다는 내게 필요한 힘을 주었다. 나는 여전히 강한 모습이었지만, 내 복부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원래 난 엉망진창으로 생겨 먹었다. 하지만 반다를 하여 잠금 모드로 진입한 후 원하는 만큼 오래토록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이를 상쇄시킬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집에서도 분위기를 조율했다. 나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건 아니라고 내 자신을 속였다. 브루스가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고 내 자신을 속였다. 나는 수년간 키워온 힘찬 기운을 사용해서 내 자신을 속였다. 그것은 잘못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힘찬 기운이었다. ---p.208
자리는 별로 편하지 않았다. 내가 연습하면서 갈망해 왔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고요함. 이제야 고요함이 느껴졌다. 고요함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거북했지만, 이 거북함을 어찌할 방법도 없었다. 몸을 더 빨리 움직일 수도, 그다음 동작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완성해야 할 일도, 쳐다볼 시계도, 돌봐야 할 아기도, 차려야 할 저녁도, 전화를 드려야 할 엄마도, 토닥여 주어야 할 속상한 남편도, 달래줄 친구도, 얘기를 들어 드려야 할 아빠도, 가서 청소해야 할 교실도, 기름을 채워야 할 차도, 지켜야 할 마감일도, 잘 보여야 할 에디터도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내게 전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참는 것뿐. 그저 거북하기만 했다. 수년 동안 요가는 내가 내 기분을 살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되어 주었다. 나는 요가를 했고, 어떤 자세를 하면서 그 자세를 감상했다. 비둘기 자세를 하면 오른쪽 엉덩이가 느껴지면서, 뭔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p.263
강사들은 산 자세를 설명할 때 발밑에서 뿌리가 자란다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니까, 발바닥에서 땅으로 뿌리가 내린다는 것이다. 산 자세를 하면 육중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마치 산이 된 것 같았다. 든든하게 움직이지 않는 산. 어디로든 도망가지 못하게 발과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자세 같았다. 그렇게 산 자세를 하고 서 있으면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뭔가 힘이 느껴진다.
이 ‘산’이라는 단어는 내게 굉장히 묵직한 느낌을 준다. 사실 발음도 굉장히 근사하다. 바위 같이 단단하고 육중한 느낌이 든다. 육중한, 무기력한, 단단한, 다루기 힘든. 이런 형용사들은 여자들에게 갖다 붙이는 말이 아니다. 루시는 나더러 굉장히 크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자 나는 내가 덩치가 커서 기뻤다. ---p.291
한 가지 자세. 10년간의 생각. 10년간의 노력. 10년간의 대화. 그런데도 아직도 아래를 향한 개 자세가 나는 재미있다. 놀라운 일이다. 내가 요즘 하는 아래를 향한 개 자세는 조금도 덜 추해지지 않았을 뿐더러, 전혀 아름답지도 않다. 가끔 머릿속으로 그동안 배운 모든 가르침을 일사천리로 훑어 내리면, 내 마음은 마구잡이로 몸속을 헤젓고 다닌다. 가끔 나는 곧장 어깨부터 자세를 잡고 등을 내리느라 자세가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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