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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문예바다 기획시선-0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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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28*210*20mm
ISBN13 9791161151724
ISBN10 11611517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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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주전자가 제 머리 신나게 들썩인다
하고픈 말들을 휘휘 저어 가며
낮게 낮게 우린다

이 초록행성에서의 살이가 그려낸
나이테를 딛고 저녁으로 건너가야 할 여기,
내 자리인 것 같으나 분명 내 것 아니다

언젠가 도래할 노을의 시절,
그 또한 내 것 아니리라
남은 오후를 채워야 할 일이란
자리를 정리하고 놓아주고 비우며
온전한 나로 남는 일

차향기가 오후를 물들인다
석양마저 관통할 빛 한 줄기 심장에 스민다
감사함이 끓어올라 뜨거운 오후다
남은 찻잎, 마저 넣는다.
--- 「詩人의 말」 중에서

이삿짐을 싸다가 ?
부엌 한편에 걸려 있던 밥상을 꺼내 닦는다?
뜨거운 냄비에 날개가 다 타 버린 원앙이 안쓰럽다?
고단한 살림 이야기 들어주느라 귀가 허옇게 닳았다
바래고 긁힌 상처들만 배가 부르다
지붕이 낮아서 마음도 낮아지던 변두리 단칸방
설익은 밥에 등 다 까진 고등어구이 올려놓고
철대문 밖 지친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던 시간들
첫아이 돌잡이에 환호하던 박수소리도
아이의 재롱에 깔깔거리던 웃음꽃도 좋,았,다
인형 눈을 붙이다 엎드려 잠이 들면
요정들이 꿈의 궁전으로 데려다주기도 하던 밥상
솜씨 없는 내 삶을 다시 세우듯 상을 펴 본다
네 식구를 저 바다 건너까지 무사히 태워다 줄
방주가 아직, 여기에 있다
--- 「오래된 밥상」 중에서

집게벌레 한 마리
안방에 바로 누워 있다
넓은 안방을 한 점으로 독차지하고 있다
아무도 선뜻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 점을 휴지로 싸서 버린다

당신도 저 안방에서
반듯하게 바로 누운 적 있었다
그때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모두가 주저했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가슴 펴고 독차지하고 있던 안방
긴 밭고랑을 천천히 기던
한평생 해가 뜨고 해가 지던 구릉이
방바닥에 반듯이 펴지자
평온한 잠을 데리고 일몰이 찾아왔다

눈을 뜨고 손을 내밀 것도 같은데,
방문 밖에서 기웃거리던
두 눈이 시큰거리기도 했던가
젊은 날의 등에 업혀 깔깔거렸던 기억이
두 발로 서서 바들바들 떨었었던가

한 번도 반듯하게 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간지럽게 등 긁어 준 기억 가물가물하다

등에 가두어 온 당신의 속울음이
휘발된 그날 이후
쓸모없는 햇빛만 지쳐 가는
아무도 뜯어 먹지 않는 고랑마다
잡풀만 무성하다
--- 「바로 눕다」 중에서

엄마의 소설이 갈등구조를 지난다 점점 구부정해지는 구술의 책 당신이 주장하던 열 권 중 이미 그 열 권을 넘긴 지 오래다 지지부진한 저술은 접어 두고 오늘도 아랫목 구술이 한창이다

뼈대는 한결같고 오자투성이에 띄어쓰기도 엉망인 구술원고 이십 페이지쯤에 반드시 등장하는 말, 그땐 참 꽃시절이었지 나비처럼 날아댕겼어 유똥저고리에 꽃분홍치마를 떨쳐입고 나가면 동네 총각들이 얼음이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할아버진 엄마를 중학교엘 안 보냈다고, 그래도 춘향전부터 톨스토이를 수십 번이나 읽었노라고,

열다섯엔 빨치산 소굴을 삼십 리 길이나 단숨에 달려가 신고했다는 페이지를 넘길 땐 습관이 되어 버린 박수와 감탄사를 새로운 듯 목청껏 복습해 드려야 한다 콩쿠르에 나가 양은밥솥을 타 온 날엔 머리카락이 싹둑싹둑 잘려 나갔다는, 침 튀기는 가위소리가 웃음고개를 오르락거리지만 기타쟁이 동네오빠와 야반도주만 성공했어도 나 같은 것은 오늘날 등장할 수 없었다는 대목에선 아찔해지는 나의 연기도 점점 무르익어 간다

얼굴 한 번 못 본 채 혼사를 치른 새신랑이 유학 떠나고 시어머니와 어린 시동생들 등에 업고 살았다는 새댁시절에 한숨이 집중된 듯도 하지만 입가의 잔주름에 번지는 수줍음이 간지럽게 읽히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는 한 권의 걸어 다니는 소설책, 이젠 근육질이 점점 사라져 가는 골방서재가 코를 골다가 잠꼬대 속에서도 집필을 한다 골다공 속으로 숨어 버린 젊은 날들은 기승전결도 잊어버린 지 오래, 점점 심줄이 질겨져 가는 저 화법. 에필로그를 쓰기 위해 새벽부터 가래 끓는 기침으로 활자들을 가다듬는다 아직은 과거형 이야기만 지지부진, 절정은 언제 넘으려는지 에필로그가 나는 두렵다
--- 「엄마의 소설」 중에서

어릴 적 할머니는 닭 모이를 줄 때
한 줌 휙, 마당에 뿌렸다
닭은 마당을 쪼아 먹었다
우리 집에서 존재하던 그 누구보다 넓은 마당 밥상을 차지하고
마당을 주워 먹고 뒤뚱거리는 닭

먹느냐 먹히느냐는 밥상에 따라 결정되었다
다리가 달린 밥상은
맨바닥의 밥그릇들이 키운 것들을 먹었다
상추며 열무의 밥상인 파릇파릇 텃밭에
지렁이 몇 마리 캐 먹으려
닭의 발들이 무참히 헤집어 댄 날이면
텃밭 밥상은 한 뼘의 한숨이 자라 있었다

혼자 밥 차려 먹는 날들이 많다
귀찮을 때는 밥그릇만 들고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몇 술 저장할 때도 있다
그러다 드는 생각은
어릴 때 키우던 그 밥그릇들이다

흰 머리카락 듬성듬성 돋는
시간이 차려 준 밥상을 들여다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전화기와
노크하지 않는 달팽이관과
무심한 망막이 언젠가는 나를 다 쪼아 먹어 버릴 것 같아
주방 선반에서 먼지 둘러쓴 밥상을 내린다

집 안에서 소리 내는 것들은 기계들뿐
밥상에 한 벌 수저를 소리 내어 놓는다
갑자기 밥상 관절이 시큰거린다
--- 「밥상」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최한나의 시는 비린내 나는 삶의 현장을 웬만큼은 비켜 와서 관조하거나, 흔히 시가 형성되는 거리라는 그 시간들을 보내 놓고 안개를 헤집어 추억하는 잔잔한 서정이기엔, 그 스스로가 온몸을 들어 끌어가야 하는 가열 찬 현장을 살고 있으므로, 내용들이 치열하고 또한 어느 한 찰나 잘 벼린 칼날 같은 깨달음의 시선이 휘익 휘익 꽂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최한나의 시의 동력은, “간밤의 편두통과 대출금 남은 아파트, 외상값들을 싣고 시동을 걸고 있는, 날마다 아침을 출발하는 편도뿐인 화물열차”(「화물열차가 지나간다」)이며, 그럴지라도 비켜설 길 없는 부조리하고 허무한 삶의 정면들 앞에 일어나 마주서는, 싱싱한 리얼리티라 말할 수 있겠다.
- 안영희 (시인)
최한나 시인이 시를 쓰는 방법은 모범적이지만 도달하기 어렵다. 생활에 밀착해서 길어 올린 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삶을 통찰한다. 그리고 시에 디테일을 입힌다. 또다시 삶을 경험하고 시에 마법과 같은 서사를 통과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시인이 된다. 우리는 그의 시적 작업을 통해 자신의 현존재에 이르는 한 사람을 상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세계를 이루는 공동 존재 안에서 가장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그러한 시적 포착 혹은 작업은 세계로부터 등 돌린 자의 고독과 불안에서 오기보다는 시대적 공통감각을 통해서 온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의 시적 작업은 정확히 이곳에 위치한다.
시인이 가진 사유의 눈은 사물과 인간과 세계를 꿰뚫고 그의 표현은 적확하다. 시적 이력에 마침표가 없는 시인, 광대한 시공간을 종이에 스미게 만들 수 있는 시인, 그러면서도 위트와 사랑을 잃지 않는 시인으로서의 다음 시편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최세라 (시인, 해설 「이상하고 삭막한 세상에 바쳐지는 아름다운 시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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