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은 프랑스와 독일 문화가 합쳐진 곳이라 더욱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더구나 로렌은 유럽의 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기에 자신의 유럽적 소명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인파로부터 멀어진 로렌에서는 두 개의 풍경을 맛볼 수 있기도 한데, 산업화된 로렌 북부는 광산과 광부들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반면 로렌 남부는 전원적인 동시에 목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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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노장쉬르센은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루앙 출신의 작가가 2년마다 한 번씩 이 마을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플로베르의 아버지가 자란 도시이자 삼촌 가족이 살던 동네였다. 플로베르는 1879년에 출간된 거의 자전적인 소설인 《감정교육(L’Education sentimentale)》의 배경으로 노장쉬르센을 등장시킨다. 2년 9개월 동안 노장에서 살았던 주인공 프레데릭 모로 (Frederic Moreau)는 자신의 추억과 느낌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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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와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땅 브르타뉴. 관광에 필요한 모든 필요 충분조건을 겸비하고 있을 정도로 브르타뉴는 매력적인 지방이다. 아서 왕 이야기를 비롯한 전설과 전통이 이 지역에 신비를 더하고 있고, 카르낙을 비롯한 거석문화는 역사의 해석을 거부하고 있으며, 대서양에 면한 거친 파도와 야생화는 바다 건너 미지의 세계를 늘 꿈꾸게 해준다. 브르타뉴 지방어인 켈트어에서 따온 이름들인 ‘아르모르(Armor)’와 ‘아르고아트(Argoat)’의 고장에서는 다양한 기후가 자아내는 특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르모르는 ‘해안의 고장’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아르고 아트는 ‘내륙지방’이라는 뜻을 가진다. 해변, 절벽, 광야, 중세도시 등 역사와 문화의 중심 지방인 브르타뉴에서는 켈트 정서와 맞물린 전통 축제와 행사가 끊이지 않으며, 음악과 음식도 더없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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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담비에게 손대지 마Touche pas a la Blanche Hermine 1970년 질 세르바(Gilles Servat)가 부른 노래로 브르타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 후 이 노래는 자유와 정의를 부르 짖는 브르타뉴 지방의 애창곡이 되었다. 담비가 브르타뉴와 낭트의 상징이 된 이야기는 1477년 낭트에서 태어나 브르타뉴 공작부인이자 몽포르 백작부인이 된 안 드 브르타뉴(Anne de Bretagne)와 관련을 맺고 있 다. 어느 날 안은 개들에게 쫓기던 담비를 한 마리 발견한다. 담비는 진흙으로 된 늪지대를 건너면서 하얀 털을 더럽히는 대신 자살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물의 결연함을 본 안은 담비를 상징으로 삼으며 ‘불명예보다는 죽음을!(Plutot la mort que le deshonneur!)’이라는 구호를 채택한다. 1499년에 프랑스 여왕 자리에 오르는 안 드 브르타뉴의 문장(紋章)은 블루아 성(Chateau de Blois), 앙부아즈 성(Chateau d’Amboise)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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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프랑스 지역을 실제로 방문해보면 프랑스 여느 지방과는 달리 쓸쓸한 느낌을 준다. 19세기의 문호 에밀 졸라가 작품 《제르미날 (Germinal)》의 무대로 삼은 광산이 소재해 있으며, 해변 풍경은 황량하다. 그러기에 오 래전부터 이 지역에 대해 언급할 때 사람들은 연중 내내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리며, 서글프고, 아름다운 풍경이 없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인파가 들 끓는 지중해와는 달리 가는 모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오팔 해안(Cote d’Opale), 불로네 숲(Bocage du Boulonnais)과 아베누아 숲(Bocage de l’Avesnois), 플랑드르 야산들, 생토메르 늪(Marais de Saint-Omer)에 대해서도 그렇게 혹평할 수 있을까? 역사가 풍성한 릴, 아라스, 캉브레, 칼레, 됭케르크 같은 도시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까? 오드 프랑스 지역에는 박물관이 차고 넘친다. 지난 시대의 낡은 산업 유산은 오늘날 환골 탈태하고 있는 중이며, 광산의 흙더미·공장·공방들은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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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오베르뉴 지방에는 진회색을 띤 마을들이 많다. 몽골처럼 고지대에 자리한 거대한 방목장과 천국 같은 계곡이 대표적인 풍경인데, 처음에는 불신하다가 조금 친해지면 익살스럽고, 아주 친해지면 관대해지는 오베르뉴 사람들의 기질도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매력과 진정성을 찾는 바캉스족으부터 각광을 받는 지역이다.
화산지대인 오베르뉴는 특별한 풍광을 자랑한다. 리마뉴의 긴 단층 지대, 퓌 산맥의 화산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풍경, 입체감 넘치는 세르(Serre) 산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오베르뉴 남쪽의 코스(Causses)와 세벤 (Cevennes)은 지중해 농목축업을 만들어내는 골짜기들이 여기저기 숨겨진 고원지대로 돌로 만든 마을과 큰 농지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중세시대의 거대한 수도원을 보는 느낌이다. 로제르(Lozere) 산에서는 여름철에 목축 이동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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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과 역동성은 2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옹을 특징 짓는 단어들이다. 비단과 인쇄술의 고장이었 던 리옹은 경제, 문화, 식도락 측면에서 오늘날 프랑스와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기뇰(Guignol), 콩플뤼앙스(Confluence) 구역, 테트 도르 공원(Parc de la Tete d'Or), 채색 벽,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오페라, 박물관들, 벨르쿠르 광장 (Place Bellecour) 등 이 도시에는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유네스코가 이 도시의 500ha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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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베리Chambery 에는 슬프고도 우울한 도시란 낙인이 오랫동안 찍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 도시를 모르는 소리다. 도심의 집들은 바 랜 핑크색, 황토색, 그린 아몬드색 등 사르 데냐풍의 색깔을 되찾았다. 사부아(Savoie) 대공들이 살던 옛 도시이자 피에몬테사르 데냐(Piemont-Sardaigne) 왕국의 수도였던 샹베리는 20년 전부터 도시의 외양을 바꾸면서 우리에게 놀라움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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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지방이나 코르시카가 오랫동안 프랑스로부터 떨어져 나가려고 애썼다면, 이 지방을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파리에 대한 반감, 중앙에 대한 섭섭함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파리로 설명되는 프랑스 북부와는 완전히 다른 정서가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정착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그 정도로 옥시타니는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서, 파리와 스페인 사이에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오랫동안 공고히 하고 있었다. 가톨릭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자신들만의 기독교를 만들어낸 곳도 이 지역이고, 프랑스 국왕들이 늘 정복을 꾀했던 곳도 이 지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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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년에 베르나데트 수비루(Bernadette Soubirous)라는 소녀가 마사비엘 동굴(Grotte de Massabielle)에서 18차례나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르드 마을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성지가 되면서 가톨릭 신도들의 순례 장소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매년 루르드의 여러 성소는 이곳을 찾 는 수백만 명의 신자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신자, 신자를 구분할 필요 없이 오늘날 많은 방문객이 루르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피레 네 산맥 쪽으로 멋진 전경을 제공하는 성채를 찾고, 피레네 산지에서 트레킹을 즐기고 있다. 매년 이곳을 찾는 약 5백만 명의 순례자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270여 채의 숙소가 있는 루르드는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많은 숙박시설을 갖춘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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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시르크라포피Saint-Cirq-Lapopie 로트(Lot) 데파르트망의 해발 100m 언덕 위에 조성된 아름다운 중세마을 생시르크 라포피는 2012년에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된 바 있다. 카오르(Cahors) 에서 수km 떨어져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대와 닮았지만, 이곳은 진짜 중세마을이다. 부러진 활 형태의 문들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중세의 협소한 거리, 돌로 지어진 가 옥, 목조구조물, 성, 성당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여러 차례 공인된 마을은 산티아고 순례길 길목에 놓여 있다. 20세기 초반의 유명 시인이자 작가인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이 생시르크라포피를 찬양한 대표 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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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슈쿠Machecoul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범이 15세기에 활동한 무대가 루아르아틀랑티 크 데파르트망에 소재한 마슈쿠 성(Chateau de Machecoul)이다. 그러기에 성에는 ‘푸른 수염의 성(Chateau de Barbe Bleue)’이란 별명이 붙어있다. 실제로는 잔 다르크 측근이었던 질 드 레(Gilles de Rais)가 아이들의 피부를 연금술 재료로 사용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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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덥고 사람이 많으며 물가가 비싼 코트다쥐르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충고가 있다. 여름 바캉스 시즌이 아닐 때 떠날 것, 아침 8시에 생트로페를 찾을 것, 내륙 쪽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것, 해변에서 북적거리기보다 내포(內浦)를 찾아 해안도로를 탈 것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눈을 들어 르누아르, 보나르, 피사로를 매혹시켰던 코발트빛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바르(Var)와 알프마리 팀(Alpes-Maritimes) 데파르트망들은 서로 대조를 이루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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