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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창조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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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창조자인가

: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의 창조 이야기

김용규 | IVP | 2021년 06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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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140*200*30mm
ISBN13 9788932818313
ISBN10 8932818312

업체 공지사항

문제집, 수험서, 대학교재, 만화 등 반품불가
문제집, 수험서, 대학교재, 만화 등 반품불가
초판X, 띠지X
초판X, 띠지X, 만화 및 문제집(수험서) 반품X
문자O, 전화X, 가격문의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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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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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뜻한 바는 전혀 아니었지만 마침내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회심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는 이미 아카데미 학파의 회의주의를 통해 ‘인간 이성의 한계’를 깨달았고, 신플라톤주의를 통해 ‘지적 회심’을 이루었으며, 철저한 죄의식을 통해 ‘무한한 자기체념’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것은 그가 비로소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수 있게 되었음을 알리는 징표였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은 그의 오랜 망설임이나 갈등과는 달리?그것이 ‘차례로’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되어 왔기 때문에?때가 이르자 마치 둑이 무너지고 봇물이 터지듯 극적으로 일어났지요.
---「1장 창조론 왜 고백록 안에 있나」중에서

다른 모든 이론들이 그렇듯이, 과학 이론도 더는 연역될 수 없는 가정公理, Axiom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궁극적 물음에는 대답할 수 없지요. 설사 언젠가 그 궁극적 가정들을 설명할 증거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그 새로운 증거의 근거에 대한 물음이 계속 되풀이될 것입니다. 그리고 신학자들은 그때마다 “그 대답할 수 없는 궁극적 원인이 바로 하나님이다”라고 답하겠지요. 이런 이유로 모든 궁극적인 물음의 해답은 언제나 경험과학의 영역 너머에 놓이게 마련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같은 무한소급을 마감하기 위해 “자신은 움직이지 않고 다른 모든 것을 움직이는 자”라는 뜻을 지닌 ‘부동의 원동자’라는 형이상학적 용어를 만들어 신을 규정한 것은 그래서지요.
---「2장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중에서

과학과 종교가 서로 다른 언어놀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자는 이야기는 과학과 종교를 분리함으로써 평화로운 비무장지대를 설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언어놀이 이론을 지지하는 이유는 우선 과학과 종교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세련시키고 불가공약적인incommensurable 것에 대한 우리의 인내력을 강화”하자는 것이지요. 언어놀이 이론이 과학과 종교의 소통을 막으리라고 우려하는 존 호트도 이 점에 대해서는 “과학과 신앙을 제멋대로 섞는 행위를 막으려면, 과학과 신앙의 만남은 신중하고 자의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을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같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지요.
---「2장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중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반복되는 무의지적 기억들을 통해, 그리고 그에 대한 주방 서재에서의 사색을 통해 되찾은 삶의 진실은 소설을 쓰는 것입니다. 그는 소설가가 되려다 자신의 무능을 깨닫고 좌절함으로써 “자신을 열등한 존재, 우발적이고 죽게 마련인 존재”라고 느끼고 “결코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중이었지요. 그런 그가 시공간적 입체상을 통해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다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습니다. 그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고, 그의 삶이 구원받게 된 겁니다.
물론 이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과 꼭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남긴 조르주 풀레Georges Poulet는 (…) 회상이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의지적involontaire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추한 인간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그럼으로써 인간을 제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구출한다는 점에서 “프루스트의 사상에서의 ‘기억’memorie은 기독교 사상에서의 ‘은총’처럼 초자연적 역할을 한다”고 규정한 것이지요.
---「2장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중에서

우리는 이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1)라는 말이 137억 년쯤 전인 아득히 먼 예전의 어떤 시간에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물리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같이 ‘태초’는 ‘시간 안’이 아니라 ‘시간 밖’을 뜻합니다. 그런 만큼 이 말은 하나님이 ‘시간의 밖에서’ 우주를 창조했고, 창조와 동시에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이해해야 하지요. 더 정확히 말해 태초는 ‘시간 밖’과 ‘시간 안’의 경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당신은 이렇게 물을 수 있지요. “시간 밖의 시간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를 또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사변적인 말장난 아닌가?” 그렇지요. 마치 화두처럼 들리는 이런 말은 우리를 자주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변적 철학자나신학자가 아닌 현대물리학자들도 자연을 설명하는 데 이같이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개념과 용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말이냐고요? 그럼요. 여기서 잠시 하이젠베르크와 한스 페터 뒤르의 제자이기도 한 물리학자 게르하르트 뵈르너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2장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중에서

호트에 의하면, 진화가 창조의 메커니즘 가운데 일부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주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복잡성이 증가하는 쪽으로 자기조직self-organizationi을 하는 본유적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오늘날 유행하는 복잡성 과학complexity science이 밝혀낸 결과인데, 바로 이것이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속성에 합당하다는 것이지요. 진화는 이렇게 생명 없는 물질에까지 이미 널리 퍼진 자기조직이라는 하나님의 창조적 경향 가운데 극히 작고 거친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또 다른 근거는?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Karl Rahner, 1904-1984가 주장했듯이?무한자인 하나님의 사랑을 유한자인 우주가 받아들이려면 ‘진화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진화가 맹목적적으로, 즉 미결정적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창조한 것도 바로 이 사랑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세계에 일정한 자유와 우연성을 허락하는 것이 강제하는 것보다는 설득하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사랑에 합당하다는 뜻입니다. 어때요? 그럴듯한가요?
하지만 호트의 주장과 같이 진화론 이후에 나온 과학자나 신학자의 변증을 지지하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신다윈주의 진영의 리처드 도킨스나 터프츠 대학의 인지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 같은 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진화론에 덜미가 잡힌 그리스도인들이 억지로 꿰맞춘 궁여지책으로 보일 테니까요. 그래서 내 생각은 이 문제를 공정하게 다루려면 진화의 원리를 창조론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이 전통 신학 안에 있었는지를 먼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이론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며 또 어떻게 가능하다고 하는지도 알아봐야겠지요
---「3장 창조의 목적은 무엇인가」중에서

완전한 하나님에게는 자족이고, 불완전한 우리에게는 은총인 창조의 목적은 오직 인간과 세계의 구원입니다. 인간과 세계가 존재 자체ipsum esse, 진리 자체ipsa veritas, 선 자체ipsa bonitas 또는 아름다움 자체ipsa pulchritudo인 하나님처럼 완전하게 되는 것이 창조의 목적이라는 이야기지요. 바로 이것이 『고백록』 전체를 꿰뚫는 주제이며, 우리가 이 장의 서두에서 던진 “왜 아우구스티누스는 엉뚱하게도 『고백록』의 말미에 자서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창조에 관한 신학 이야기를 덧붙였는가?” 하는 질문의 대답이기도 합니다. 불완전한 자기 자신이나 세계가 하나님처럼 완전해지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우구스티누스가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이지요. 이 모든 내용을 압축하여 그는 『고백록』의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지선하시니, 피조물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당신의 행복에는 아쉬울 것이 없나이다.
당신께서 만물을 지으시고 다듬어 주신 것은
무슨 아쉬움에서가 아니라 넘치는 선하심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당신의 즐거움이 그것들로 인해 채워지기 때문이 아닌 것입니다.
불완전한 피조물들이 완전하신 당신의 마음에 들 리가 없고,
도리어 그것들이 당신에 의해 완전케 되어야만
당신의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
---「3장 창조의 목적은 무엇인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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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시대를 거쳐 이제 인간이 신이 되리라 자처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식과 소유와 권력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도로 증대하면 과연 우리가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신의 낙원이 도래한다는 것인가?
신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드러냈으며 각 시대는 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오독해 왔는지에 관해 서양문명의 뿌리에서부터 근현대까지 통틀어 톺아보는 이 거대한 서사의 여정에서 결국 우리는 인간 자신의 참된 자화상에 도달한다. 칼빈은 하나님을 알아야 인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책은 바로 그 귀한 지혜의 현대판 증언이다.
이 책에 담긴 철학자의 치밀하고 오랜 지적 탐색뿐 아니라 그의 지혜 어린 조언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이 오만과 과잉, 야만과 공포의 시대 곳곳에서 감지되는, 인간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욕망을 넘어설 실마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참된 인간의 모습, 곧 신을 닮은 인간의 생명과 아름다움을 다시 이야기로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전 문화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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