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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82g | 132*225*12mm
ISBN13 9788937463969
ISBN10 8937463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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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치 인간의 얼굴들이 주위에 보이는 것 같았어. 그런데 얼굴들에 눈은 없고―그 대신 소름 끼치는, 깊고 검은 구멍이 나 있었어. “눈을 줘, 눈을 달라고!” 코펠리우스가 둔중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쳤어. 나는 격심한 경악에 확 사로잡혀 비명을 질렀고 은신처에서 바닥으로 뛰쳐나왔어. 그러자 코펠리우스가 나를 붙잡았어. “작은 짐승!―작은 짐승이로구나!” 그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염소처럼 떠는 목소리로 말했어!―그러고는 나를 낚아채서 화덕 위로 던졌고 그 바람에 불꽃이 내 머리카락을 그을리기 시작했어. “이제 우리한테는 눈이 있어.―눈―아이의 예쁜 눈 한 쌍.” 코 --- p.16

그는 계속해서 안경을 꺼내 놓았고 그 바람에 탁자 전체가 기이하게 반짝이고 번쩍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눈이 쳐다보고, 경련하듯 움찔대고, 나타나엘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는 탁자에서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코폴라는 계속해서 안경을 놓았고 불타는 눈빛들이 점점 더 격렬하게 뒤섞이면서 핏빛 광선을 나타나엘의 가슴으로 쏘았다. 그는 미칠 듯한 경악에 사로잡혀 고함을 질렀다. “그만! 그만, 이 끔찍한 사람 같으니!” --- p.42

어느새 그는 아직 춤추자는 청을 받지 않은 올림피아 옆에 바짝 서 있었고 간신히 몇 마디 더듬더듬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올림피아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는 자신의 몸이 끔찍한 죽음의 한기로 전율하는 것을 느꼈다. 그가 올림피아의 눈을 응시하자 그녀의 눈은 그를 향해 사랑과 동경을 한껏 발했고 이 순간 마치 차가운 손에서 맥박이 뛰고 생명의 핏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타나엘의 안에서도 사랑의 쾌감이 더욱 불타올랐다. --- p.47

나타나엘은 회랑에서 이리저리 미쳐 날뛰었고 공중으로 껑충껑충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불타는 원아, 돌아라―불타는 원아, 돌아라.” ―격렬한 외침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가운데서 변호사 코펠리우스가 거인처럼 우뚝 솟았다. 그는 막 이 도시에 와서 시장으로곧게 뻗은 길을 걷던 차였다. 사람들은 미쳐 날뛰는 자를 제압하기 위해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때 코펠리우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 하―기다리시오. 틀림없이 스스로 내려올 게요.” 그러고는 나머지 사람들처럼 위를 올려다보았다. 돌연 나타나엘이 굳은 듯 멈춰 서더니 아래로 몸을 숙였고 코펠리우스를 알아보고는 앙칼지게 소리쳤다. “하! 예쁜 눈깔―예쁜 눈깔.” 그리고 난간 너머로 뛰었다 --- p.61~62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짙은 증기가 두 사람에게 훅 밀려왔다. 조르지나는 단숨에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는 벌거벗은 채로 사발 위에 누워 있었고 아이의 피가 사발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어서 그녀가 본 것은 하인이 도끼를 쳐들어 데너를 향해 휘두르고, 데너가 도끼를 피한 뒤 하인에게 달려들어 드잡이를 벌이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제 마치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창 바로 앞에서 들리는 듯했고 그녀는 의식을 잃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 p.101

안드레스는 공포와 두려움과 피로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형체가 건네는 플라스크 안에서 자기 아이의 피가 붉은색의 작은 불꽃을 튀기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안드레스는 비록 자신이 치욕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영원한 복락을 이루기 바란다고, 자신을 뒤쫓고 영원한 복락을 앗아 가려 하는 사탄의 마수로부터 자기를 구해 달라며 하느님과 성자들에게 열렬히 기도했다. 그러자 형체가 감옥 안이 날카롭게 울리도록 웃더니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안드레스는 마침내 멍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났고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 p.110

어느새 지붕이 무너지고 내부 목조가 활활 타오르며 벽 쪽으로 기울었으며 위층의 두꺼운 들보들만이 아직 맹렬한 불에 맞서고 있었다. 그런데 트라바키오의 열두 살짜리 아들이 팔에 작은 상자를 끼고 그 희미하게 타는 들보들 중 하나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 광경에 군중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러 댔다. 그 모습은 단 한순간이었으며 높이 치솟는 불길 속으로 돌연 사라져 버렸다.(125

내가 조언 하나 하지, 엘리스 프뢰봄! 팔룬으로 가게나. 가서 광부가 되게. 자네는 나이도 젊고 몸도 건장하니까 틀림없이 금방 훌륭한 수습 갱부가 될 테고 이어서 정식 갱부로, 갱부 감독으로 그리고 계속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거야. 자네는 호주머니에 두카텐이 두둑하니 그걸 투자하고 일을 해서 추가로 돈을 벌면 아마 조그만 집과 땅을 장만할 테고 광갱에 지분을 소유하게 될 걸세. 내 조언을 따르게, 엘리스 프뢰봄. 광부가 되게나! --- p.148

그는 찬란하기 그지없는 금속 나무와 식물 들이 있는 낙원을 보았다. 불꽃을 번쩍이는 돌들이 과일과 꽃처럼 나무와 식물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처녀들을 보았고, 강력한 여왕의 고귀한 얼굴을 보았다. 여왕이 그를 붙잡아 아래로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그때 불타는 한 줄기 빛이 순식간에 그의 내면에서 번쩍였고, 그의 의식 속에는 마치투명하게 번뜩이는 푸른 안개의 파도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뿐이었다. --- p.172~173

건실한 용광로 감독관이자 조합장인 페르손 달시에는 오래전에 죽었고 그의 딸 울라 역시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고 이제 팔룬에 사는 자 중 이 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뢰봄의 불행한 결혼식 날 이후 족히 오십 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광부들이 두 수직갱 사이에 구멍을 뚫으려던 중 300엘레 깊이 지하의 황산염수 속에서 한 젊은 광부의 시신을 발견했다. 땅 위로 옮겨서 보니 그 시신은 화석과 같았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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