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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의 사계

경비원의 사계

정인규 | 북랩 | 2022년 07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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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72g | 150*210*20mm
ISBN13 9791168363892
ISBN10 116836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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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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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우기철이라
비가 잦구나
동대표 하명 전달
현관문 개방 지시

노후화된 입주 세대
화재경보 남발하고
지하주차장 물 고인다
세대 민원 속출하네

재활용장 한번 돌면
단벌 바지 더럽히고
음식 물통 수박 껍질
차고 차고 넘치구나

이놈의 여름 언제 지나가려나
남들은 계곡으로 바다로 떠나지만
어중개비 퇴근하면
방구석만 맴도는구나

여름에는 제집이 최고다는
부인 말씀에 장단 맞추고
지 못난 거 숨기려고 얼굴은 온화하게
용필이 형님 노래 ‘여행을 떠나요’ 틀어본다
---「경비원의 여름」중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집은 서촌에서 동촌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마을 가운데에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큰 천이 있어서 이쪽은 동촌, 저쪽은 서촌으로 불렸습니다. 서촌 오두막에서 동촌으로 이사하면서 아버지가 의령까지 멀리 가서 제법 살았던 헌 집을 사서 목재를 가져와 그것들로 아버지가 거의 직접 집을 지었습니다. 그 당시 나무가 귀해서 헌 집의 나무를 사서 집을 짓고 흙으로 벽을 바르고 시멘트를 적당히 사용한 기와집이었습니다. 부엌 문짝은 휘어져 있었고 나무 색깔은 검은색이 배여서 시꺼멓게 변해 있었지만, 서촌에 살 때 오두막 같은 집에 비하면 궁궐 같은 집이었습니다.

그 집은 대목도 별로 쓰지 않고 아버지가 손수 벽을 쌓고 기둥도 세우고 가래도 올리고 기와지붕도 올렸습니다. 방에 구들장을 놓는 일도 아버지가 직접 했습니다. 기와를 이는 일은 여러 사람이 도왔는데, 지붕 아래 있는 사람들이 기와를 올리고 흙을 개어 둥글게 만들어서 던져올리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서 가와를 이는 진풍경은 너무 재미있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어 어린 마음에도 ‘와 잘한다!’ 하면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인건비 많이 안 들이고 집 한 채를 아버지가 자기 손으로 지은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부지런하고 천성이 착한 분이라 법이 필요없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없는 살림살이에 자기가 열심히 일해야만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확기이면 꼭두새벽에 나가 남의 집 보리타작을 해 주고 품삯으로 보리 말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일도 꼼꼼히 잘하는 데다가 다른 일도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도 모두 부지런하시고 성실해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셨습니다.
---「나의 인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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