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통음악으로, 민족적 삶의 애환과 얼이 깃들어 있다. 국악을 하는 행위는 한민족의 뿌리 깊은 정서를 담아내는 표현으로써 희로애락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국악에 내재한 민족 정서는 연속된 사회·문화적 경험을 통한 무의식적인 지식구조(스키마)에 의해 형성되었다(정현주, 2011:126). 이는 국악이 가진 특유의 민족적 특성이자 상징적 성격으로(Merriam & Merriam, 1964), 민족의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친숙함과 동시에 심미적 경험으로 작용한다. 또한 민족음악은 해당 문화의 표현이자 묘사이며, 개인이 속한 사회와 스스로를 표현한다. 따라서 국악은 해당 민족의 원초적인 음감 및 리듬감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고, 안정감을 제공한다.
국악의 음악적 특징은 음계, 장단, 형식, 시김새 등의 표현 방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전통음악의 음계는 서양음악과 마찬가지로 한 옥타브를 12개의 음으로 나눌 수 있지만, 향토음악에서는 3~5음계를 기본으로 하는 평조(平調)를 흔히 사용한다. 장단은 한국 전통음악에서 박자, 속도, 리듬의 주기 등에 따라 달라지는 리듬 형태를 지칭하는데, 일반적으로 한 박을 3분박으로 나눈다. 한국 전통음악의 형식은 연음 형식, 확대 형식, 메기고 받는 형식, 환두형식과 환입형식, 긴-잦은 형식, 빠르기에 따른 형식, 모음곡 형식 등이 있는데 민요의 경우 선후창 방식인 메기고 받는 형식과 긴소리-잦은 소리가 짝을 이루는 형식으로 구성된 경우가 흔하다(전인평, 1995:360-362). 국악의 특징 중 시김새는 선율선의 앞이나 뒤를 꾸며주기 위한 장식음으로 떠는 소리, 평으로 내는 소리, 꺾는 소리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와 같은 국악의 특징들은 여러 가지 음악치료 기법에 의해 음악 경험으로써 클라이언트의 신체, 인지, 정서, 사회, 행동 등의 재활을 돕는 치료적 역할을 한다(남인숙, 2019:11). 음악치료에서 치료사는 재창조적, 창작적, 감상적 음악 경험을 제공하여 클라이언트의 건강 증진을 돕는다(Bruscia, 1998). 국악 활용에서 가능한 재창조적 음악 경험에는 가창, 개사, 악기연주, 신체 활동 등이 포함된다. 창작적 경험으로는 국악의 음악적 요소가 들어가는 곡을 새롭게 만들어 보거나 즉흥 노래 부르기 또는 즉흥연주 활동이 가능하다. 감상적 음악 경험에서는 국악기 연주 음악이나 노래를 들으며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적 경험은 뇌의 다중적인 정보 분석 과정을 통해 정서적, 역사적 맥락의 경험을 포함한 다면적 정보를 이끌어낸다(Tomaino, 2015:42). 국악의 장단은 그 빠르기와 죄고 푸는 힘의 원리에 의해 신체의 활력과 운동을 조절하고, 기분과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대뇌피질의 감각영역들과 소뇌, 변연계의 구조물들의 연합을 통해 치료적 기능을 한다. 또한 해마에 의미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저장된 한국의 오음음계와 그 음계의 음정들이 만들어내는 화성과 음색, 전통 장단의 리듬과 템포 등은 국악의 요소로서 한국인들 사이에 공감 기능을 하며, 내담자-음악-치료사 간의 치료적 관계 형성을 돕는다(Tomaino, 2015:50).
국악을 활용한 음악치료 연구에서 변인에 따른 효과성을 검토해보면, 전통 국악기의 치료적 활용은 내담자의 정서적 안정감뿐 아니라 신체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민요와 장단을 활용하여 치료세션을 진행했을 때 인지기능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전래동요를 적용하여 아동의 정서지능과 문제행동을 개선하기도 했다. 또한 국악을 활용한 음악중재에 의해 클라이언트의 정서 기능이 개선되고, 사회성 증진을 돕는 등의 효과성 연구를 통해 치료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국악을 음악치료에 활용한 문헌에 대해 메타분석 한 남인숙(2019)의 연구를 살펴보면 민요를 활용한 중재의 효과크기가 가장 컸으며, 장단을 활용한 중재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치료목표에 해당하는 변인으로는 정서영역을 포함한 심리사회적 지원의 연구들이 효과크기가 크게 나타났고, 유·아동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 그 중 노인의 경우 효과크기가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치료 기법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사물악기의 치료적 활용, 치료적 노래 만들기 방안에 대해 모색된 바 있다. 또한 국악을 활용한 음악 경험과 음악 외적 변인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국악에 담긴 치료 요소 및 가능성에 대해 탐색하기도 했다. 음악치료 안에서 국악을 하는 것은 음과 가락을 목소리와 악기로 표현하며 연주하거나 감상하는 이들의 사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해내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음악치료 과정에서 국악의 활용은 치료사 자신과 내담자를 이해하는 일을 수반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음악중재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중재 구성과 음악의 사용에 대한 논거를 적절하게 제시하는 것은 연구를 타당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과정이다(Robb & Carpenter, 2011). 특히 음악의 선곡은 치료목표 성취를 위한 핵심 매개이며, 중재 전문성을 나타내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즉 음악중재에 관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은 치료 도구로서 음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당위성을 타당하게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되고, 중재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1990년대 후반, 음악치료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전통음악 중재의 치료적 효과를 밝히는 데 기초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연구일수록 선곡에 대한 치료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 점차 힘을 싣고 있다. 이에 국악을 활용한 음악치료 연구에서 선곡된 한국 민요를 통해 그 치료적 역할과 의미에 대해 다음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국악을 활용한 음악치료 연구의 일반적 특성
2) 국악 음악 경험 유형에 따른 치료적 논거
3) 민요의 치료적 의미와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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