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미학적 시각을 지닌 비평가. 1942년 로마에서 태어나 파리의 국제철학원, 베로나 대학교를 거쳐 베네치아 건축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77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행간(Stanze)』은, 어떤 식으로든 소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소유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과제 앞에서 인간의 영혼이 대답을 시도하는 공간인 ‘행간’의 위치를 특유의 해석학적 체제로 그려낸 아감벤의 대표 저작이다. 아감벤은 서양문화의 근간이 된 ‘유령’이라는 테마를 토대로 우리가 왜 비현실적인 것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단테의 시 분석과 함께 사랑을 절대적인 위치에 놓는 도덕관 속에서의 유령 이론, 상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예술작품이 차지하는 위치, 교부철학자로부터 프로이트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개념이 거쳐온 변화, 1500년대의 상징학이 현대의 기호학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 등 책을 구성하는 주제들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인류의 문화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 즉 ‘유령’과 항상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사실에 있다. 『행간』은 바로 이 거대한 테마 속에서 읽을 수 있는 행(行)들의 관계를 연구한다.
저서로 『내용 없는 인간』, 『호모 사케르』, 『아우슈비츠의 남겨진 것』, 『도래하는 공동체』, 『빌라도와 예수』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후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 박물관』, 파비오 볼로의 『내가 원하는 시간』 등을 번역했고 이탈리아의 인문학 및 문학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번역 지원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고 한국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