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껏 오랜 세월을 원자력 분야에서 근무했다. 국내에서 17여 년, 캐나다원자력공사?(Atomic Energy of Canada Limited, AECL)에서 16여 년간 근무하고 2014년 퇴직을 했다. 이후 2017년 12월, 한 시민단체로부터 기술자문 요청을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그 사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사업을 검토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관련 사업이 무계획적이고, 불법적으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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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기준 우리나라는 원전 24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수치다. 따라서 원전의 안정성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구체적으로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어떻게 원전을 운영 하는가?’,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기술원의 규제 능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 시스템의 안전계통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중대사고 시 안전계통이 사고 완화 및 예방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등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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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 기술진은 상당 부분 자체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규제체계는 매우 부실, 빈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NRC의 규제기준, 요건 등을 참조, 사용하지 않고는 어느 하나의 원자로도 설계, 건설 및 안전 심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원자력발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선 반드시 규제체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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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는 크게 가압경수로(PWR), 비등수형원자로(BWR), 가압중수로형원자로(PHWR)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 구소련에서 개발한 원자로가 현재 러시아 와 동유럽을 중심으로 상업 운전 중에 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는 구소련이 개발한 원자로?(RBMK)1에서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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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주기적안전성평가?(PSR: periodic safety review)는 10년으로 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수명연장 사업은 그 운전 기간이 10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자인 한수원은 이와 같이 추가 운전 기간이 짧은 것을 고려하여 국제적인 기준, 요건 등을 무시한 채 사업을 무리하게 졸속으로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안전관련 설비 역시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전한 운전이다. 사고 완화 및 예방 등의 준비 역시 완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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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에서 핵분열에 의해 발생한 열은 일정 수준으로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경수로형 원자로의 경우, 1차 냉각수계통의 설계온도는 대략 350℃ 내외(APR1400 DC의 경우 343.3°C), 압력은 152-153kg/cm²?(APR1400 DC의 경우 175.8 kg/cm²) 정도다. 이런 수준의 온도 및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노심의 핵분열로부터 나오는 1차 냉각수의 열을 지속적으로 제거해줘야 한다. 노심으로부터 냉각수로 열이 전달되는 현상을 전도?(conduction)라고 한다. 이 열을 제거하기 위한 최종 열제거원(UHS)으로는 호수, 강물 또는 해수가 활용된다. 국내의 경우, 해수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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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화재방호프로그램(fire protection program)의 주목적은 화재의 가능성을 낮추고, 화재가 일어나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재방호시스템은 안전관련계통으로 분류되며, 다중화, 독립성, 격리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화재방호시스템은 또한 방사능물질 외부 누출을 방지할 수 있는 심층방어?(defense-in-depth)개념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다. 큰 화재 발생 시 발전소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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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는 발생 위치, 원인을 기준으로 크게 ‘내부사고’ 및 ‘외부사고’로 나뉜다. 내부사고는 원자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기능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다. 1차 계통사고로는 냉각재상실사고(?LOCA), 2차 계통사고로는 주증기배관파단사고(MSLB), 급수계통파단사고(Loss?of?FW) 등이 있다. 외부사고는 외부 원인인 지진, 태풍, 화재 및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다.
--- p.195
안전해석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고 중 거동이 유사한 사고들을 그룹화하여 분류?(classification)하고, 과거 운전경험 및 확률론적 안전성 분석을 통해 발생빈도 등을 계산해 범주화(categorization)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성적, 정량적 으로 분석해야 할 초기사고(initiating?event)를 도출해 확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도출된 최종 안전분석대상 사고 수는 발전소 종류에 따라 다르다. 대략적으로는 30여 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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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자가 원안위 전문위원 및 원안위원으로서 검토 및 판단하건대, 이러한 조치에는 크게 부족한 점이 있다. 국내 전 원전에 대해서 앞서 나온 6가지 후속조치 사항에 대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6.2 NRC 규제체계 변화 및 동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NRC가 요구하고 있는 6개의 주제에 대해서 안전성 향상 현안들이 올바르게 분석, 평가되고 설계에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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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운전에는 훈련된 운전원과 숙련된 유지보수 기술 인력이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주제어실의 운전원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원은 빠르게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대처법을 강구해야 한다. 자동 운전정지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어떻게 안전하게 운 전정지를 시킬지, 어떤 방식으로 사고 완화를 해야 할지를 운전원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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