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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 심리학의 눈으로 본 위험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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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610g | 153*224*30mm
ISBN13 9788952226921
ISBN10 8952226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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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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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전현우 : 서강대학교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했으며 자연종(natural kinds)과 위험, 철도, 전력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황승식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있다. 건강 불평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고, 질병 위험을 숫자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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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성에 대한 환상은 정치적ㆍ경제적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선전될 수 있다. 소해면상뇌증(BSE, 일명 광우병)이 영국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프랑스ㆍ스위스에서 유행하자 독일 정부는 독일이 BSE 청정 지역임을 선포했다. 영국의 소고기는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고, 소비자들은 정육점에서 독일산 소고기를 찾았다. “독일 소고기는 안전합니다.” 이 주장은 독일 농민연맹 회장, 농무부 장관 그리고 다른 부서 장관들에 의해 반복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단지 소망이 반영된 문구였다. 2000년 독일에서 BSE 검사를 시행하여 광우병이 발견되자, 대중들은 이를 아주 놀라운 일로 받아들였다. 장관들에게는 사퇴 압력이 가해졌고 소고기 가격은 폭락했으며, 다른 나라들은 독일 소고기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독일 정부는 독일 소가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환상이 너무 강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p.25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널리 처방되는 프라바스타틴을 투여하자 사망 위험이 22퍼센트 감소했다. 이는 오늘 미국 심장의학회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기념비적 결과로서 발표될 것이다.” 프라바스타틴의 효과는 다른 의학적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비교 위험도 감소(relative risk reduction)’의 형태로 보도되고는 한다. 그러면 ‘22퍼센트’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이 말을 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프라바스타틴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1000명 중 220명 정도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참이 아니다. (…) 비교 위험도 대신 쓸 수 있는 다른 생각 도구로는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해당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의 숫자로 이득을 나타내는 방식이 있다. 이 생각 도구를 사용하면 111명의 사람이 5년 동안 이 약을 먹을 경우 1명만 이득을 보고 110명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프라바스타틴은 페니실린이나 다른 항생제처럼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았다.--- pp.53-54

에딘버러 유방암검진계획의 임상 담당관이었던 모린 로버츠는 유방암으로 죽기 직전에 유방촬영술 검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실망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이 검진으로 어떤 연령대의 여성에서도 사망률을 낮추지 못할 가능성을 우리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의사와 대중에 대한 ‘세뇌’를 강조했다. “국가적인 검사 프로그램을 일종의 복음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실제로 무엇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p.77

메이요 클리닉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은 639명의 사례를 보면, 예방적 유방절제술이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적 확실성을 주지는 못했는데 이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고서도 7명의 여성이 유방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 치료를 받은 대다수의 여성들은 수명 연장도 없이 삶의 질만 떨어졌다.--- p.116

독일 에센 시에 있는 의사들은 300명이 넘는 여성의 한쪽 유방 또는 양쪽 유방 모두를 절제했지만 이들 대부분에게서 유방암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입증되자 어떤 의사는 의무 기록에 불을 지르고 자신의 몸에도 불을 붙였지요. 스웨덴의 한 연구는 4000건의 불필요한 유방 절제술이 있었다는 결론으로 끝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1000명 중 1명의 이득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겁니까?--- p.127

의료 분야에서 너무나 자주 반복되는 말이 있다. 바로 ‘지리적 숙명’이라는 문구다. 예를 들어 버몬트 주의 한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8퍼센트가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마을에서는 무려 70퍼센트가 수술을 받았다. 또한 메인 주에서 70대에 접어든 여성들 중 자궁절제술을 받은 비율은 마을마다 20퍼센트 이하에서 70퍼센트 이상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아이오와 주에서는 85세까지 전립선 수술을 받은 남성의 비율이 마을마다 15퍼센트에서 60퍼센트까지 분포한다. 「다트머스 보건의료 지도」는 미국의 각 지역에 따라 외과적 치료의 시행 정도가 놀랍도록 큰 폭으로 변화함을 보여준다.--- pp.140-141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남성이라면 심장마비가 올 위험이 50퍼센트 높다는 식의 이야기를 전하는 신문 기사를 생각해보라. 50퍼센트라는 수치는 아주 충격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것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50세 남성 100명 중 4명꼴로 앞으로 10년 내로 심장마비를 겪을 것이라는 예측에 대비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50세 남성 100명 중 앞으로 10년 내로 심장마비를 겪을 사람의 수가 6명꼴이라는 것을 뜻한다.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것이 곧 비교 위험도 증가치이며 이것이 50퍼센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수치 말고, 두 집단에 속한 남성 중 10년 내에 심장마비를 겪지 않을 사람의 수를 예측해보면 어떨까? 이 값은 96명에서 94명으로 감소, 즉 약 2퍼센트 정도의 감소로 표기될 수 있다. 비교 위험도가 50퍼센트 증가했다고 표현된 바로 그 수치가 이처럼 극적으로 다르게 표기되는 것이다.--- p.276

1960년대에 경구피임약이 도입된 이래로 여성들은 몇 가지 ‘알약 공포’에 시달렸다. 몇 년 전 영국에서는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알렸다. 당국의 공표에 따르면 “데소게스트렐과 게스토덴이 함께 들어 있는 경구피임약은 혈전 색전증의 위험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결과와 상관있다.” 여기서 혈전 색전증이란 혈전이 혈관을 막아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비교 위험도로 표현된 이 경고는 여성들과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상당한 주의를 끌었다. 많은 여성들은 문제의 알약을 복용하길 중단했으며, 이는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증가시켰다. 만일 동일한 정보가 절대 위험도 형태로 표현됐다면 이렇게 위험한 부작용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려졌을 것이다. 비교 위험도는 오직 문제의 알약을 복용한 사람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혈전 색전증에 얼마나 더 걸렸는지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절대 위험도 형태로 정보를 제시할 경우 혈전 색전증의 확률은 여성 1만 4000명 중 1명에서 2명으로 증가한다. 비교 위험도 형태로는 가능성이 두 배나 증가한다.--- p.279

이런 식의 눈속임이 정말로 일어났던 적이 있다. 1970년대 후반 멕시코 정부는 어떻게 ‘비아둑토Viaducto’, 즉 왕복 4차선 고속도로의 용량을 늘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새 고속도로 노선을 만들거나 차선을 하나 늘리는 대신, 정부는 기발하고 예산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 방안을 시행에 옮겼다. 4차선 고속도로의 차선을 지우고 왕복 6차선으로 다시 설정하는 방법이었다. 차선이 4개에서 6개로 늘어나면 고속도로의 용량도 50퍼센트 증가한다. 하지만 차선이 좁아진 덕에 교통사고가 늘어났고, 몇 년 뒤 정부는 다시 차선 수를 4개로 줄여야 했다. 6차선에서 4차선으로 차선 수가 줄어드는 것은 용량이 33퍼센트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기반시설이 발전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처음의 증가분에서 나중의 감소분을 빼버렸고, 도로의 용량을 17퍼센트 늘렸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도로의 용량은 실제로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에 지나지 않고 결국 어떤 사회적 이득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회적 비용은 차선 도색을 다시 한 값과 교통사고의 증가로 인해 치른 값의 합이었다.
--- p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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