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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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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

[ EPUB ]
정애녹 | 가하 | 2013년 09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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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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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0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9.9만자, 약 6.5만 단어, A4 약 125쪽?
ISBN13 978896647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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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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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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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국 그런 거지. 내가 널 부러워하면서 10년을 허비했듯, 어쩌면 소라 너도 나를 부러워하면서 10년을 가슴아파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몇 번을 다시 살고 몇 번을 다시 선택한다 해도 계속 똑같은 걸까?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에는? 훗!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난 네가 미워. 꿈일지라도 재훈이를 차지하고 있는 네가 너무 밉고 화가 나. 그리고 여전히 부러워. 그거 아니?’
지원이 한참을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계속 혼자 깔깔거리던 소라가 다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니면, 그러지 말고 지원이 너 나랑 바꿀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 그것도 괜찮네. 선배. 나랑 지원이랑 바꿔서 내가 선배 마누라 하면 안 될까요? 하하. 혹이 몇 개 딸려가긴 해도 최소한 살림 하나는 지원이보다 나을 텐데. 어떻게 생각해요?”
당황한 지원의 얼굴 위로 남자의 시선이 쓱 훑고 지나갔다. 그가 입가 끝을 살짝 올리며 비웃듯 대답을 던졌다.
“아마, 싫어하진 않을걸. 오히려 얼씨구나 하지 않을까?”
그러나 소라는 남자의 대답을 미처 듣지 못했다. 무슨 일로 시작했는지 민경이가 민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들에게 달려간 소라는 큰 소리로 두 아이를 나무라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녀가 아이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지원은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아직까지도 약간 치켜 올라간 입매. 차가운 표정과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말투!
‘건축 설계 사무소 오너. 그리고 선배?’
순간 지원의 머릿속에 섬광이 번뜩였다.
“아! 생각났다! 당신! 당신, 전…… 태영! 전태영 씨 맞죠!”
지원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모두들 깜짝 놀라 하고 있던 동작들을 멈추었다. 민우의 얼굴 가득 흘러넘친 눈물을 닦아주고 있던 소라는 이제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손수건을 움켜 쥔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의 얼굴에서는 그나마 남아 있던 비웃음조차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표정 하나가 그의 얼굴 위에 스쳐가더니 곧 태영의 얼굴에는 대리석처럼 차가운 표정만이 남았다.
“황송하군. 하찮은 남편의 이름이라도 기억해주니. 아주 잊어버리고 싶었던 모양이지? 그래서 일부러 사고도 낸 건가?”
지원이 뭐라고 대꾸를 하기도 전에 민우를 안은 소라가 허둥지둥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완연한 근심이 어려 있었다.
“이게 진짜 무슨 일이야? 선배, 의사 다시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원이 아까부터 너무 이상해요! 아무리 봐도 머릴 다친 거 같은데? 지원아,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여기 어딘지 알겠어? 응?”
그러나 이미 지원에게는 소라의 다급한 목소리도, 그런 엄마의 목소리에 조금 겁을 먹은 아이들의 울먹거림도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입술을 깨문 채 그녀는 태영의 얼굴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녀의 콧잔등 위로 금세 자잘한 주름들이 서너 개 생겨났다.
‘젠장! 젠장! 이거 완전 개꿈이야! 씨! 재훈이랑 소라랑 결혼해서 애 낳은 것만으로도 부족해? 하! 기가 막혀서! 하필 저 재수 없는 인간이 내 남편일 건 뭐야! 돈 주고 만나라 그래도 두 번 다시는 보기 싫을 인간을 꿈속에서까지 보는 건 뭐냐고! 진짜 어처구니가 없구만!’
지원은 침대 위로 아무렇게나 털썩 누워버렸다. 그러나 움직임이 너무 과격했던 탓에 그 충격이 목과 팔로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이었다. 잠시 잊고 있던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지원은 저절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애써 삼켜야 했다. 아찔할 정도의 아픔 때문에 눈물이 핑 도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는 저릿저릿한 몸을 움직여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버렸다.
“지원아, 왜 그래? 응?”
지원의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은 가뜩이나 이상해 보이던 그녀의 태도를 더더욱 불안스럽게 보이도록 했던 모양이었다. 소라의 목소리에는 이제 그녀의 정신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 지원은 당황스럽게 팔을 붙드는 소라의 손길을 단호히 떨쳐버리고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어버렸다.
‘몰라! 몰라! 이젠 꿈이고 뭐고 상관 안 할 거야!’
빌어먹게도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아까처럼 또 다른 꿈으로 이동해주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얇은 시트 너머로 들리고 있는 웅성거림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지원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태영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왔다.
“아 씨! 내가 어떻게 보자마자 딱 기억하지 못한 거지? 절대 잊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시트 속에서 웅크린 채, 지원은 혼자 투덜투덜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잠시의 고민만으로도 그녀는 그 대답을 알아낼 수 있었다. 조금 전 그녀가 눈을 떴을 때까지만 해도 태영은 꽤나 따뜻한, 정말로 아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남편이 지을 만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표정이었고, 더구나 전태영이라는 인간이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알 거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던 지원으로서는 그를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우, 승질 뭐 같은 인간! 꿈에서라도 개과천선해서 좀 착하게 나오면 어디가 덧나나? 빌어먹을! 그럼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지금 내 상황이 개 같은데 꿈이라고 별수 있어?’
너무 짜증이 나는 나머지 나중에는 어처구니없는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쓰게 입맛을 다시며 지원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전태영 저 인간, 그래도 빈정거리는 거 말고 다른 표정도 지을 줄 알긴 알았네? 맨날 똥 씹은 얼굴을 하고 다니기에 인상이 원래 더러운 줄 알았더니. 말투 재수 없는 건 여전하지만. 하긴, 꿈이니 뭔들 못하겠어. 좀더 다이나믹한 꿈이었으면 전태영이 천사로도 나왔을걸?’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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