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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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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2

[ EPUB ]
신해영 | 가하 | 2013년 09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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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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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신해영
처서에 태어난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

▣ 출간작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매결혼-연애 유전자 제로의 커플이 결혼하는 법』
『시에스타』
『에테시아, 그 바람이』
『나라를 구했다!』
『열일곱 번째 계절』
『서머타임』(공저)
『절반의 연애』
『스완 레이크』
『일식』
『개도 사랑을 한다』
『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핑크빛과 붉은빛, 노란빛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는 화려한 네온의 간판 아래로 검은 세단이 줄지어 섰다. 세단에서 몇 명의 남자가 내리다가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날듯이 달려온 기도들과 무전을 받고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뛰어 올라온 여자들이 남자들을 부축했다.
남자들은 모두 만취상태였다. 그러나 만취상태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물장사를 하는 여자들은 눈치가 빨랐다. 아니, 눈치가 없다고 해도 그 무리 중에 누가 가장 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것은 쉬웠다.
정민형.
자민당 총수의 아들이자 현재 강은의 고문변호사, 강 회장이 아들보다 더 아낀다는 강서인의 남편, 강은 그룹의 외동사위.
“오빠아! 웬 술을 이렇게 마셨어어? 어디서 마신 거야? 나한테 와서 마시지 않고…….”
정민형의 오른쪽에 바짝 붙어 그를 부축하고 있던 여자가 콧소리를 냈다.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넘어지지는 않고 걸음을 떼어놓던 민형이 여자의 코를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지금부터 마시면 대지! 지금! 롸잇 나우! 지금 너 나한테 앙앙대는 거야?”
“아이, 오빠! 아프잖아!”
계단을 내려가면서 발을 헛디뎌 거의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민형은 뒷덜미를 잡는 손에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어이쿠! 너머질 뻔했네!”
민형은 하아, 하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얼굴에는 고민 한 점 없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장난기 많은 난봉꾼 같기도 했고 사람 좋은 한량인 것 같기도 했다.
“어라아? 이건 또 누구야?”
간신히 자신의 뒷덜미를 잡아 자신을 구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민형이 앞으로 몸을 수그리며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손가락으로 그 남자를 가리키려던 민형은 술기운 때문에 원근이 불확실한지 앞에 버티고 선 남자의 가슴팍에 코를 부딪쳤다.
“어이쿠!”
남자가 민형의 어깨를 잡아 바로 일으켜 세웠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돌아가시죠.”
“오빠! 이 사람 누구야?”
물색 모르는 여자가 민형의 팔짱을 끼며 남자에게 눈을 흘겼다. 한번 자리하면 삼사천은 우습게 뿌리고 가는 민형이었다. 처음부터 자기 가게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돌아가자니, 이 무슨 발렌타인 27년산에 와인 섞는 소리냐며 여자는 눈을 하얗게 치켜떴다.
“누구냐면!”
마치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민형은 치켜세운 검지로 남자의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
“우리 집 마나님의 충!견! 결혼생활 5년 동안 나보다 더어 우리 마나님을 걱정한 마나님의 남! 좌!”
“아가씨와 따님이 기다리십니다.”
“아하! 우리 마나님과 공주님이 날 기다려? 그럼 가야지!”
알겠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긴 민형이 몸을 돌렸다.
“오빠아!”
여자가 잽싸게 민형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러나 기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 걸음도 떼어놓기 전에 걸음을 멈춘 민형이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었다.
“?깐! 그럴 리가 없잖아?”
민형이 남자를 마주보았다. 남자는 민형보다 5센티미터 이상 더 컸지만 민형은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우리 마나님, 고고하고 아름다우신 우리 마나님이 날 기다릴 리가 없잖아? 오늘도 일에 파묻혀 우아하게 시간을 보내느라 머릿속에 내 자리 같은 건 없을 텐데……. 아이쿠! 우리 공쥬님은 나를 기다리겠군! 그럼 가야지! 공쥬님한테까지 점수를 잃는 건 곤란하쥐!”
혼자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던 민형은 여자의 손을 뿌리치고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기다리다 오지 않는 민형을 살피러 나왔지만 그는 대강 손사래만 칠 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기 중이던 세단에 올라탄 그는 거칠게 차 문을 닫았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댄 일준은 민형이 차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이미 차 앞쪽으로 돌아 그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준의 손을 민형은 있는 힘껏 뿌리쳤다.
“됐어! 나까지 걱정하는 척하지 않아도 돼!”
어지러운지 잠시 이마를 짚고 있던 민형의 숨소리가 차츰 가라앉았다.
언제나와 같았다. 아무리 취해도, 집이 가까워질수록 흐트러졌던 그의 자세는 반듯해졌다. 그것이 오기인지 아니면 자존심인지 일준은 알 수 없었다.
“하나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던 일준의 발목을 힘없는 목소리가 잡았다.
“하나만 묻지. 우리 성아……. 예쁜 아이지?”
역시 반복되는 질문, 일준은 민형이 어째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지 알고 있었으나 그가 원하는 답을 돌려줄 수는 없었다.
― 난 나쁜 사람이야.
서인은 그렇게 말했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일준이 그토록 바랐던 생기가 돌아온 얼굴로 아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었다. 낮게 자장가를 흥얼거리는 얼굴은 어떻게 생각하면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다.
“예. 예쁜 아기죠.”
“그래? 나를 더 닮았어, 아니면 서인을 더 닮았어?”
죽어도……, 민형이 원하는 대답을 돌려줄 수는 없었다.
“아가씨를 더 많이 닮으셨지만, 변호사님도 많이 닮으셨어요.”
“그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돌아온 대답에 민형이 손 안에서 낮게 쿡쿡 웃었다. 그 선명한 자조……. 일준은 민형을 좋아한 적이 없지만 이럴 때면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지옥에서 그는 불타고 있는 것이다.
― 도와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혼자서는 힘들어.
그러마고 했다.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 외에 일준이 생각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단 하나,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모두 지켜본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거짓말쟁이.”
음산하게 웃던 웃음소리가 잘리듯 끊기고, 불꽃이 튈 것 같은 표정으로 일준을 노려보며 민형이 내뱉었다.
“좋아. 절대로 진실을 이야기하지 마라. 앞으로도, 절대로. 그 누구한테도…….”
민형은 허리를 길게 폈다. 깊게 심호흡을 하는 사이, 한숨이 섞인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대로 반듯하게 어깨를 편 채 빌라 현관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똑바로 걷고 있는데도 어딘지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일준은 그의 뒷모습이 어둠에 삼켜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뿐이었기 때문에.

“하부지!”
성아가 두 팔을 번쩍 들고 도도도 뛰어가자 강 회장이 활짝 웃으며 성아를 번쩍 안아들었다. 강철의 거인이라 불렸던 강 회장답지 않은 환한 미소에 보는 사람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이었다.
“얘는 매일 지 할아버지만 좋아해.”
옆에서 비쭉대는 황 여사도 투정을 하긴 했으되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언제나 어렵기만 했던 남편이 손녀딸이 태어난 후로 한층 유해진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냥 평범한 보통 부부 같은 민형과 서인 내외의 모습이 흡족했다.
처음에는 정말 어떻게 되는 건가 싶게 불안했던 두 사람인데, 미국 물이 좋은 것인지 의외로 빨리 애가 들어서더니 출산 이후에는 내동 사이가 좋았다.
민형은 좋은 남편이었다. 어른들에게 예의발랐고, 서인에게는 다정했다. 아이를 예뻐하는 것은 말로 다 못했다. 안 좋은 일을 겪은 터라 혹여 마음에 뾰족하게 가시 하나 숨기고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장모님, 또 왔습니다.”
민형이 빙긋 미소 지으며 들고 온 과일바구니를 황 여사의 손에 넘겨주었다.
“아이고, 매일 이런 건 뭐하러 사와? 집에 과일이 없을까 봐?”
말한다고 해서 안 사올 딸 내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사양은 길지 않았다.
“우리 먹고 싶은 거 사왔어요. 혹시 집에 없을까 봐. 과일 좀 깎아올게요.”
서인이 웃으면서 대답하고는 황 여사의 손에서 바구니를 받아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얼핏 보면 이제 거의 회복한 것 같았다. 하기야 세월에 장사 없다고 벌써 5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안심해도 될지 몰랐다.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딸을 부여안고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은 이제 묻어둬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부엌으로 사라지는 서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민형을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황 여사의 마음의 불안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제 괜찮다고 수만 번을 되뇌고도 두 사람의 눈에서 서늘한 그림자를 발견할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이다.
이제는 그만 여유로워져도 될 것 같은 사위의 눈에서 조금도 닳지 않은 갈망을 보았을 때, 이제는 그만 따뜻해도 될 것 같은 딸의 눈에서 그가 넘지 못한 선이 단단히 얼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황 여사는 5년 전에 서 있게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어여 성아한테 가보자구.”
억지로 머리를 흔들어 머릿속을 채우는 상념을 떨쳐낸 황 여사가 민형의 팔을 잡아끌었다.
“성아 조것은 왜 지 할아버지만 좋아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그리고 보면 어렸을 때 서인이도 그렇게 아빠만 좋아했는데…….”
“서인이를 많이 닮았으니까요.”
빙긋 웃는 민형의 얼굴 위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지나갔다.

깎아놓은 과일들의 대부분은 한 번쯤 성아의 손에서 더럽혀졌다. 집에서는 허락되지 않은 장난에 몰두한 성아 덕에 비싼 가죽소파와 강 회장의 옷은 과일물투성이였다. 가죽 자체가 숨을 쉰다는 물소가죽 소파가 엉망이 되어가는데도 아랑곳없이 강 회장은 마냥 즐거울 뿐이었다.
일주일 후로 다가온 강 회장의 생일파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였지만 이야기할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앉아 있는 남자 둘이야 파티에 무심했고, 앞으로 올 남자 하나도 그럴 것이며, 서인 역시 크게 의견이 없었다. 결국 황 여사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파티플래너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불러들인 것은 핑계, 강 회장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여기는 손녀딸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없는 핑계도 만들어서 딸 내외를 불러들인다는 것은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성아 동생은 보지 않을 거야?”
의미 없이 틀어놓은 TV에 시선을 둔 채 커피를 마시던 서인의 손이 멈췄다.
“요즘은 혼자도 많아요.”
“없이 살아 키우기 힘들다는 집도 아니고, 혼자면 뭐라 해도 외로워. 힘들다 뭐다 해도, 형제 하나는 만들어주는 게 부모가 줄 수 있는 제일 큰 유산이야. 뭐라고 해도 우리 떠나고 나면 서혁이만큼 너 챙기는 사람 없을 거다.”
“이이는…….”
당치 않은 소리를 한다는 듯이 황 여사가 강 회장을 타박했다.
“정 서방이 있는데 왜 서혁이에요? 뭐라고 해도 자기 남편이 최고라고요.”
“아, 그런가?”
강 회장이 껄껄대고 웃기 시작했다. 뭣도 모르는 성아가 할아버지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까르르 웃는 바람에, 가족 모두 웃음이 터졌다.
“이놈이 이렇게 예쁘니 동생도 예쁠 거야.”
강 회장이 애정 가득한 얼굴로 성아의 코끝을 톡 건들면서 말했다.
“그랬다가 서로 못난 부분만 닮은 애가 나오면 어쩌려구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갔다. 어린 성아도 그랬다. 소파 등받이에 시야가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지 목을 빼던 성아가 끙차, 힘을 내어 소파를 딛고 일어났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삼쵸온!”
“우리 공주님!”
어느새 들어온 건지 현관에 서 있던 서혁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단숨에 성큼성큼 다가와 성아를 번쩍 안아들고 뱅글뱅글 돌렸다. 놀이기구라도 탄 듯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성아가 까르르 웃음소리를 높였다.
“성아도 이제 슬슬 유치원에 보내야 할 때 아니야?”
성아를 안은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서혁이 서인에게 물었다. 습관처럼 서인의 손가락 위로 향했던 시선이 못마땅해졌지만, 그는 한마디 하는 대신 성아를 공중으로 치켜 올렸다가 부여안았다.
“적당한 데를 찾지 못해서요.”
“그냥 극동에 보내. 뭘 그렇게 까다롭게 고르는 거야?”
극동은 줄을 섰던 아이가 기다리다가 초등학생이 되어버린다고 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은 강은 재단 산하의 유치원이었다. 워낙 많은 후보자가 있어 추첨식으로 원생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공정할 리가 없었기 때문에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는 곳이다.
“성아는 강은과 상관없이 키울 거예요.”
쯧! 하고 서혁이 혀를 찼다. 말은 안 했지만 강 회장과 황 여사도 같은 생각이었다.
“고집 하고는. 왜 쓸데없는 데 그렇게 고집을 부려? 애 고생시킬 일 있니? 극동에 들어가서 그대로 초중고대학교까지 쭈욱 극동으로 잇는 것도 나쁘지 않아. 우리 공주님, 괜스레 공부한답시고 미모를 잃으면 곤란하단 말이야. 이 미모 이대로 쭈욱 자라야지!”
서혁은 성아의 뺨에 입술을 비볐다. 예뻐서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성아는 수염 때문에 까칠한 서혁의 얼굴이 싫은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대학교요?”
서인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래. 이번에 허가를 받았어. 부지는 옛날에 확보해놨고, 곧 공사 들어갈 예정이다. 교수진들하고도 접촉은 끝났지. 대학계에 일대변혁이 일어날 거야.”
서인이 획 고개를 돌려 강 회장을 쳐다보았다. 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여 서혁의 말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그건…….”
유치원도 그랬지만 극동 재단이라면 초중고교 중 어떤 곳도 입학하기 쉬운 곳은 없었다. 특수학교도 아닌 것이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바로 올라갔기 때문에 이미 언론에서는 ‘그들만을 위한 세상’ 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대학교라니……, 이것은 특권층의 자가증식의 현장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만해둬.”
뭔가 한마디 하려는 서인의 손을 민형이 붙들었다.
“형님도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지. 당신이 나설 일 아니야. 일단 지켜보자고.”
민형의 말에 서인은 불만스러운 표정이긴 했으나 말을 삼갔다. 고개를 숙여 커피 잔을 집어 드는 서인을 보고 황 여사와 서혁이 시선을 나눴다.
또다. 서인은 본디 남의 말을 듣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닌 일에 나서지 않을 뿐 제 주장은 뚜렷한 아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정민형의 말이라면 별다른 이의 없이 그냥 받아들였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황 여사고 서혁이고 마음이 복잡한 것이다. 특히 서혁은 매번 속이 다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아예 외국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지.”
말이 잠깐 끊긴 사이, 서혁의 무릎 위에서 장난을 치기 시작한 성아를 바라보던 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외국이요?”
“그래. 내 욕심에 들어오라고 하긴 했다만, 조금 더 크고 나면 성아 교육을 생각하면 큰물에서 키우는 게 좋겠지. 한국교육, 뭐라고 해도 문제가 많아. 우리 성아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하고 싶구나.”
반대한 것은 황 여사였다. 그녀는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어린애를 어딜 보내요? 안 그래도 유학 중에 낳아서 젖먹이 때를 놓친 게 아쉬워 죽겠는데……. 간신히 불러들여놓고 다시 보낸다니, 난 반대예요.”
“그러니까 좀 크면……. 너무 가둬 키워 물정 모르게 하는 것보다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고, 사람도 많이 사귀어보고, 그게 좋을지도 몰라.”
강 회장이 중얼거렸다.
“저 이제 나가봐야 해요. 약속 있어요.”
거절보다 더 차갑게 서인이 강 회장의 말을 끊었다. 가족들의 시선이 서인에게 꽂혔다.
“성아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키울 거예요. 외국에 가고 싶다면 보낼 거고 한국에 있고 싶다면 한국에서 키울 거예요. 좋은 배경 만들어준답시고, 더 나은 길 찾아준답시고, 애 인생 제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지 않아요.”
그것은 비난이었다. 좋은 배경 만들어준답시고, 더 나을 길을 찾아준답시고, 너희들이 마음대로 내 인생을 주물렀다는 비난이었다.
“서인아.”
“당신은 더 있다가 올래요?”
시계에 시선을 두었던 서인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냉랭하게 물었다. 잠깐 서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민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아 기분도 좋은 것 같은데, 장인어른만 괜찮으시면 좀 더 있다가 집으로 바로 가지.”
서인의 얼굴이 움찔 경련했다. 그녀는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강 회장과 성아, 그리고 민형을 바라보았다.
“그럼 그러셔요. 전 가요, 아버지.”
“……그래.”
강 회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때 가장 아꼈던 딸아이는, 그를 향해 눈을 빛내며 꽃처럼 웃었던 딸아이는 이제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깊은 골이 부녀(父女) 사이에 파여 있다.
“아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겼는지 성아가 서혁의 무릎에서 꾸물꾸물 움직여 민형에게로 향했다. 그런 성아를 받아 안아 쓰다듬어주는 민형의 손길과 눈빛은, 마치 언젠가 강 회장과 서인이 그랬듯 따스하기만 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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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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