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 쇠이유(Seuil) 출판사에서 발행한 마리나 야겔로(Marina Yaguello)의 『언어학의 이해를 위한 언어나라의 앨리스 Alice au pays du langage. Pour comprendre la linguistique』(1981)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넣은 것은 프랑스유학 후반기였던 1991년 가을이다. 그 당시 내 눈을 확 사로잡은 것은 『언어나라의 앨리스』라는 책제목이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1865)에서 ‘이상한 나라(Wonderland)’를 ‘언어 나라(pays du langage)’로 바꾸어 놓은 이 책의 제목은 결코 쉽지 않은 언어학의 다양한 문제들을 동화처럼 흥미롭고 간명하게 풀어놓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 책은 상당히 오래전에 출판되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이 책에서 언어학자가 아닌 우리가 언어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을 느낄 때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발견할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언어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양한 차원에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한국의 독자들이 언어학은 쉽고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1년 번역을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복잡하고 따분한’ 언어학을 화자, 곧 발화주체들이 언어라는 도구를 가지고 다양하게 즐기는 메타언어적 ‘말놀이’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언어의 다양한 기능(곧 표현적, 명령적, 지시적, 친교적, 메타언어적, 유희적 기능)을 만화나 동화, 시, 글짓기 놀이, 전래동요, 속담 등에서 가져온 실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는 ‘언어의 보편적인 속성과 특징’에 대해서, 3장에서는 ‘언어에서 잉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4장에서는 ‘발화연쇄를 어떻게 자를 것인가, 곧 언어학적 분석의 층위들’에 대해서, 5장에서는 ‘낱말을 톱으로 자르기, 곧 낱말을 구성하는 형태소들의 결합 원리’에 대해서, 6장에서는 ‘음소를 중심으로 한 음운의 원리’에 대해서, 7장에서 ‘말과 사물, 기표/기의와 지시대상, 고유명사 그리고 말과 문화’에 대해서, 8장에서는 ‘기호의 자의성과 상징체계’에 대해서, 9장에서는 ‘의미의 구성과 파괴’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10장에서는 ‘언어의 무한한 창조성’을, 11장에서는 ‘문법성과 비문법성을 말하면서 문법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12장에서는 ‘비유법 놀이를 통한 의미의 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13장에서는 ‘언어에 작용하는 상반된 힘의 놀이’를 통해서 ‘다의성과 동음이의, 유의성과 반의성의 관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14장에서는 ‘낱말들의 배합원리’인 통사론의 정수가 소개된다.
이 책에는 미주와 각주가 있다. 미주는 프랑스어판 원서 자체가 가지고 있던 각주로 각 장의 끝에 정리되어 있고, 각주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역자가 세심하게 보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된 책이름은 『 』로, 논문 또는 작품명은 「 」로, 학술지나 잡지명 《 》로, 문장이나 절은 “ ”로, 특정 단어나 어구는 ‘ ’로 표시했다. 그러나 본문 중에서 저자가 ‘문장이나 절’ 그리고 ‘특정 단어나 어구’를 표시하는 데 사용한 ≪ ≫는 그대로 살려 두었다.
번역하는 과정에 두 분의 도움이 컸다. 대구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원장이었던 콜롱브 라포레(Colombe LAFORET) 선생님은 내용 파악이 쉽지 않거나 의미 파악이 까다로운 1장의 메타언어적 말놀이 활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프랑스 툴루즈 2대학(Universite de Toulouse 2) 언어학과에 재직하고 계시는 최인주 교수님께서는 역자가 번역하는 과정에서 모국어화자가 아니면 파악이 쉽지 않은 문제들을 모은 4쪽에 달하는 질문서에 대한 대답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 질문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답해 주셔서 이 역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다. 두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판권을 확보해 주시고, 본서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긴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시고 기다려주신 한국문화사의 김진수 사장님과 김형원 과장님, 그리고 편집과 교정을 책임지시고 해주신 김태균 편집부장님과 전혜미씨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본 역서의 초고를 꼼꼼히 읽어줌은 물론이고 우리말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때마다 문제 해결의 즉각적인 도우미로 나서준 아내 김경희에게는 물론, 이제 어느덧 고2가 되어 의젓해진 준묵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