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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슈베르트

닥치고 슈베르트

: 슈베르트가 잠깐 있었던 우주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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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27*224*30mm
ISBN13 9791197661136
ISBN10 119766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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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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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가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는 한 가난한 예술가, 그야말로 노숙자와 같은 삶을 살며 하루 한 끼로 연명하고 살아가는, 오직 예술, 시와 음악밖에 다른 삶이 없는, 오늘과 같은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예술가의 삶을 직접 보았기에 나는 글로 쓰고 싶었다. … “닥치고 슈베르트나 얘기합시다.” 그는 도도하고 까칠하게 세상을 발밑에 누르고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눈 밝은 독자는 그 속에서 그의 통찰을 읽어낼 것이다. 또한 그가 군데군데 지뢰처럼 묻어놓은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곡들을 해설과 함께 들어보는 기회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인트로덕션」중에서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다른 분야의 예술도 그렇겠지만 클래식 음악에도 가짜 진실함이 사방팔방 널려 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곳이 유일하게 노블noble하다고 극찬했던 베케트를 나는 깊이 이해한다. 슈베르트한테는 베토벤도 모차르트도 못 쫓아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진실함이 있다.
---「슈베르트병」중에서

다짜고짜 나는 파바로티 씨에게 물었다. “저 테너가 되는 게 꿈인데…혹시 레슨 받을 수 있을까요?” 하고. 파바로티 씨는 웃지도 놀라지도 않았고, 다만 나를 유심히 쳐다본 후 연락처를 남기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당대 최고의 테너에게 연락처를 성급히 써서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분은 오히려 내게 “너무 고마워요mille grazie!”라고 하셨다. 아직도 안 잊었다. 그 높은 쨍쨍한 음성을.
---「타워 레코드」중에서

슈베르트의「An die Musik」은 음악이 음악한테 감사하는 모순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곡이다. “… 오 음악이여, 그 수많은 회색빛 어두운 시간에서 내게 구제의 손길을 뻗어주었으니 내 그대한테 진정 감사하노라…”, 이렇게 철학이 철학을 질책하듯 음악이 음악을 노래했다.
---「An die Musik D.541_우주의 피」중에서

슈베르트 특유의 청순한 멜로디로 평범하고 단순한 것 같은 짧은 곡이지만 나한테는 지극히 깊은 곡이다. ‘집 없음Heimatlos’이라는 단어에 쾌활한 슬픔이 있고,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고향이라는 그 치명적인 지적에 슬픈 쾌활함이 있다. 이 곡에서는 ‘땅 위에 나 하늘에 그대, 우리 둘 이 함께 가는 여정이군요’ 하며 마침내 그는 그의 동행자를 인식한다. 유령이다. 유령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 이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Der Wanderer An den Mond D.870_달님한테 가고픈 사람」중에서

잔잔하게 시작하는 전주가 속되고 삭막한 공간을 제압하면서 서서히 신비로운 공간으로 바꾸어준다. 음악은 공간의 성질을 바꿔주는 재주가 있다. 죽음의 그림자에 스쳐본 사람한테만 세상이 새롭게 보이듯, 안 보이던 것이 보이는 거와 같이, 이 곡은 예외로 곡의 기장이 매우 긴 곡인데 인간의 고뇌를 노래하다 보니 길어진 거 같다.
---「Der Ungluckliche D.713_불행자」중에서

성악은 그 어떤 올림픽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 최고 운동선수의 체력ultimate atheletic endeavour을 가져야만 합니다. 종합 운동 중 최고에 속합니다. 건강한 사람한테서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고 아름다운 소리를 많이 내다보면 극도로 건강한 몸으로 바뀝니다. 우리의 몸은 어마어마한 내공과 가능성potential과 능력ability을 지닌 신비한 고품질 육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성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드리는 말」중에서

‘보리수’가 아니라 ‘참피나무’라는 걸 찾아내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하여튼 이 참피나무 하나로 슈베르트는 할 말 이 참으로 많았다. 그 기억 많고 추억은 더 많았던 나무 밑에서 슈베르트는 나른한 평화를 찾았으며 순간적이나마 천국의 안식이 있었다고 말한다. 피로를 작정한 나그네한테 쉼터가 웬 당치도 않은 소리인가? 존재라는 노고에 지치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누구나 약하기에 슬픔과 아픔 에 지친 인간일 것이다.
---「참피나무Der Lindenbaum」중에서

이 곡도 천재가 작곡한 곳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천재의 음악은 순전히 공간 창조라서 무無를 품을 줄 알아야 한다. … 이 곡은 살아 있는 송장들의 비통한 비명이다. 자신들의 헛생명을 한탄하는 곡이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진솔한 노래로 들린다, 그래서 아픔을 치유해주는 엄청난 힘이 있다.
---「Coronach D.836_송장 합창곡」중에서

이 곡은 화가 몹시 나서 부른 곡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후반에 가면 침 튀기며 울분 섞인 감정으로 진행된다. 겨울을 지났고 오월이 다가온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녀가 준 꽃을 전부 다 모아다가 자기가 누워 있을 무덤 안에 깔겠다고 한다.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지만 인연이 아니었다는 걸 비로소 인정하는 매우 솔직하고 슬픈 곡이다.
---「말라비틀어진 꽃Trockne Blumen」중에서

우주를 향해 아무 이유를 안 물으면 이런 멜로디가 생성된다. 표현하면 모독이 되는 이 아름다운 피아노곡은 더 이상 “왜”를 묻지 않는 자만이 작곡할 수 있는 가사 없는 노래다. 슬픈 것 같지만 슬픔마저 꾸짖는 공간이 펼쳐진다. … 슈베르트의 즉흥곡Impromptu은 매번 나한테는 진정한 깨달음의 멜로디로 들린다.
---「Impromptu No.3 in G flat major Op.90 Andante_이유 없이 서 있는 자 」중에서

아주 간단히 말해서「겨울 나그네」와「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를 쓴 뮐러나 거기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 둘 다 맹렬하게 정직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둘 다 이 세상 에 적합하지 않은 억지 주민, 억지 사회인 또는 “억지로 인간?”이었을 것이다. 이 세상의 정서와 도리와 조건과 규범과 처신과 상식과 특히 돈이 많으면 틀린 것도 옳아지는 세상 논리가 전혀 체질에 안 맞는 사람들 … 가슴 깊이 존재와 생명이 부끄러운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걸 잘 안다.
---「노예들의 정의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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