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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

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

[ 개정판 ]
박근호 | 히읏 | 2022년 07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3건 | 판매지수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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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18g | 126*188mm
ISBN13 9791192559018
ISBN10 119255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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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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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알아버리더라도 유치한 약속을 하고 싶다. 영원히 함께하겠다든가. 네가 원하면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그런 말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지키지 못하고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사랑을 영원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한다고 계속 말하는 방법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말이 파도가 올 걸 알면서도 모래 위에 글씨를 쓰는 것과 똑같더라도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한다고.
---「영원」중에서

너는 빈속에 술을 마시고는 했었지. 너는 추위를 많이 타면서 옷은 얇게 입고 다녔지. 너는 부끄러울 때면 윗입술에 손을 대고 웃었지. 너는 그 모습이 예쁘다는 걸 모르고 있었지. 너는 떡볶이를 좋아했지. 너는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 사랑한다는 말이었지. 너는 결혼식에 다녀온 나에게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었지. 너는 몰래 내 사진을 찍고는 했었지. 너는 화가 날 때면 나를 버리고는 했지. 너는 그래도 천천히 걸었지 내가 잡을 수 있게.
---「너는」중에서

미납된 요금을 냈다고 해서 당신이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번호는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어느 새벽, 당신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습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메신저에 당신 이름이 보입니다. 사진도 바뀌었다고 나오네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빠로 저장된 이름이 사진도 바뀌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작 서른 좀 넘었는데 사는 게 너무 지겹습니다. 슬픈 것도 지겹습니다
---「전부였던 사람께」중에서

비가 오면
도시에서도 새 소리가 들려.
서울 한복판에서도 숲속처럼 새소리가 들린다.
비 많이 오면 바지 밑단 젖는다고
속상해하지 마.
비가 올 때 노래 부르는 아이도 있으니까.
비가 오면 한 번 흠뻑 맞아봐.
너도 노래를 부를지도 몰라
---「노래」중에서

제가 사랑 믿을 거 같나요? 저는 안 믿습니다. 헤어지면 나 진짜 죽을 거다. 영원히 옆에 있겠다. 너밖에 없다. 이런 말 다 안 믿습니다. 변덕스럽거든요 사랑은. 제가 당신에게 이런 얘기하는 것도 웃깁니다. 당신은 자꾸 내가 안 하는 이야기까지 하게 만드네요. 우리 같이 밥 먹어요. 같이 산책도 하고 술도 마셔요. 영화도 보고 내키면 키스도 해요. 만약 제가 다시 사랑이 하고 싶어지면 그건 사랑이 필요해서 당신을 만나는 게 아닐 겁니다. 당신이 좋으니 다시 한번 사랑을 믿어볼까 하는 겁니다.
---「먼 곳에 있는 당신께」중에서

몇 달이 지난 여행을 떠올려봐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오름입니다. 몇 해를 거슬러 올라가도 가장 잘했던 일 중 하나는 몇 걸음 더 나아가 그 언덕을 넘은 일입니다. 아마 혼자였다면 입구에서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끌림으로 혼자 그곳까지 도착했다고 한들 무서워서 바로 내려갔을지도 모릅니다. 오래 머물렀다고 한들 육지로 돌아와 내가 제주에서 엄청난 것을 봤다며 손짓 몸짓을 동원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야 했을 테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함께였으니까요. 우리여서 좋았습니다.
---「동행」중에서

문득 공허하고 문득 슬프고
문득 도망가고 싶고 문득 미안한 거.
옛날 사진만 자꾸 보게 되고
옛날 메시지 자꾸 읽게 되는 거.
그거 마음에 묻어둔 사람이 있어서 그래.
---「그리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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