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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점

붉은 점

김승덕 | 북랩 | 2022년 07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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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72g | 152*225*30mm
ISBN13 9791168364059
ISBN10 116836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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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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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어느 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손길이 바쁜 그때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춘자는 직감적으로 몸에 이상이 왔다는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식탁에 수저를 놓다 말고 춘자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차분히 되짚어 생각해보니, 경수가 있어야 할 날이 벌써 지났건만 소식이 없었다.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매스꺼움이 파도처럼 일렁거려왔다.
“이게 뭐지? 혹시? 아닐 거야!”
--- p.12

바다에 나가 일할 때는 짬짬이 노는 시간이 있었다. 그 잠시 틈을 타 선원들이 서로 씨름 경기를 즐겼다. 일등을 하면 자기네끼리 규정을 정해 상금을 챙겨가곤 했다. 정구는 워낙 힘이 좋고, 기술이 좋아 늘 일등을 했고, 그의 밭다리 기술은 특히 일품이었다. 정구의 맞상대는 수길이였는데, 힘이 장사였고 간발의 차이로 정구에게 매번 당하는 경기를 하였다. 가슴에는 정구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젠가는 네놈이 내 앞에 무릎 꿇을 때가 있으리라 이를 갈고 다녔다.
--- p.35

성일이는 조용히 책을 읽다가 근무 시간이 되어 대흥사 뒤쪽 유골함 암자로 발길을 옮겨 가고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영가들이 떼 지어 울고 있었다. 성일이의 눈에는 밝은 대낮에 보는 광경처럼 환하게 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 중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가 움푹 파인 영가도 있었고, 강도들의 칼질에 난자당한 영가도 있었다. 낮에 그렇게 조용하던 그곳이 성일이가 근무하는 시간에는 자갈치 시장같이 난잡하게 시끄러웠다.
--- p.185

오랜만에 긴 잠을 푹 잤다.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서 그런지, 꽤 오래 잔 것 같았다. 춘자는 아기에 대한 죄책감과 정서적 혼란으로 무척 힘이 들었고, 아기 하나가 자신의 삶을 옭아매고 파멸시키는 게 아닌지를 생각하다가 창문으로 비치는 상현달이 어쩜 자신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홀로 하늘을 지키는 외로운 저 달이 무척 추워 보였다.
--- pp.26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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