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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개도 사랑을 한다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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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개도 사랑을 한다 (전2권)

[ EPUB ]
신해영 | 가하 | 2013년 10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6 리뷰 108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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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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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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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94MB ?
ISBN13 9788966477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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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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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신해영
신해영
처서에 태어난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

▣ 출간작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매결혼- 연애 유전자 제로의 커플이 결혼하는 법』
『시에스타』
『에테시아, 그 바람이』
『나라를 구했다!』
『열일곱 번째 계절』
『서머타임』(공저)
『절반의 연애』
『스완 레이크』
『일식』
『개도 사랑을 한다』
『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
『영원의 미로』(공저)
『골든 베이비』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정치가에게 있어 가족이란 양날의 검이다. 성실하고 화목한 가족은 더할 나위 없는 무기가 되지만, 그중 하나만 어긋나도 치명적인 흠이 된다. 가장 독일다운, 보수적이고 완고한 이미지의 정통 보수파 정치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레오니 크라비우스의 막내아들 마커스로 말하자면 단순히 ‘흠’ 정도가 아니다. 그 정도면 이 남자의 실체가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이 곧 정치생명이 끊기는 순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누구의 정치생명이 끊기길래 이러냐고? 현 ‘총리’인 알렉산더 크라비우스의 정치생명이라면 좀 긴장할 만하지 않을까?
물론 처음부터 마커스 크라비우스가 이렇게 문제가 되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 약 좀 한 거야 부유층 자제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고, 폭력 사태 좀 일으킨 거야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합의금 좀 물어주면 되니 그다지 큰일도 아니다.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들락거린 것도 요즘 예민한 사람들은 다들 우울증 한두 번은 걸리는지라 정신적인 감기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게 추세고.
뭐 문제가 아니랄 수는 없지만 보도 통제라는 걸로 숨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현 독일 총리 알렉산더 크라비우스에게 ‘무절제하고 무모하고 무지막지한 개망나니 아들’이 있다는 것은, 알렉산더 크라비우스에게 100만큼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의 총리쯤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200만큼의 권력을 사용하여 그 사실을 무마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무절제하고 무모하고 무지막지한 개망나니 아들이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포츠 스타’라면 어떻게 될까? 200만큼의 권력으로 과연 이 사실을 막을 수 있을까?
총리 부인인 레오니 크라비우스가 당면한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 개망나니 아들이 약을 끊더니 수영 선수가 되어버렸다는 것. 그런데 수영의 ‘천재’였다는 것.
레오니는 아마도 아들이 잘 안 되길 바라는, 제발 조용히 살아주길 바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어머니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열여섯 살 때 처음 독일 수영계에 모습을 드러낸 마커스는 열일곱 살 때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3관왕이 되었고, 스물다섯 살인 지금은 단일 올림픽 최다관왕을 넘어 전무후무한 11관왕을 노리는 선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개망나니고.
알렉산더와 레오니의 막내아들인 마커스 크라비우스는 독일 정치가의 전형과도 같은 아버지와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 해밀튼가의 영양인 어머니 중, 누구도 닮지 않은 아드레날린 중독자였다.
그는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제 목숨을 간당간당하게 하는 일을 즐겼다.
참가자 절반이 병원행이라는 사막 레이싱을 완주하고, 줄 없이 강으로 번지점프를 뛰고, 산소통 없이 줄만 잡고 블루 홀로 기어들어 간 것 모두 마커스가 한 짓이다.
그뿐 아니라 명예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추잡한 스캔들도 태연히 일으켰다.
그래도 할리우드에서 마커스 크라비우스와 썸씽이 없는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찾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는 약간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다.
미국의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제된 ‘마커스 크라비우스와 스캔들이 일어나지 않은 연예인은?’이라는 문제를 참가자 중 누구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기 때문에 기정사실화 되어버렸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이러한 크라비우스의 행각에 대중들은 처음에는 경악했다.
문제는 이게 재미있었다는 거다. 꾸며 낸 쇼에서나 할 법한 짓을 리얼 타임으로 혼자 하고 돌아다니는 인간처럼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물론 대중들의 마음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그의 타고난 외모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경쾌한 푸른 눈과 빛나는 금발, 무엇보다 ‘천사의 미소’라고 불리는 천하일품의 눈웃음에 넘어가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서 결론은? 세계는 이 말도 안 되는 남자의 매력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격렬하게 비난받는 것이 마땅한 방종과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 사고들은 그의 기록이 경신됨에 따라 이해를 넘어서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멀리서 막연하게 바라보는 마커스 크라비우스는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슈퍼 히어로 같은 것이었다.
슈퍼 히어로가 악을 처단하느라 부순 자동차와 건물들에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은 마커스 크라비우스가 저지르는 기행들을 천재의 광기 정도로 이해했다.
가까이에서 그를 겪어야 하는 사람들, 특히 그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악몽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안타까운 점은 직업상 알렉스도 마커스 크라비우스를 가까이에서 겪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낀 채 문간을 붙들고 태연히 설원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 저 손이 삐끗하기라도 하면……이라는 불길한 상상으로 알렉스는 진저리 쳤다.
독일인 특유의 남자답고 윤곽이 뚜렷한 얼굴과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저 금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저 불가해한 눈동자도 저 손이 삐끗하는 순간 안녕이다.
알렉스의 커리어도 함께.
「마커스, 제발!」
순간 마커스가 인상을 팍 구기더니 손을 뻗어 알렉스의 멱살을 잡고 홱 당겼다. 깜짝 놀란 알렉스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친한 척하지 마. 날 마커스라고 부른 사람들의 종말에 대해 듣지 못한 모양이지?」
코앞에서 을러대는 마커스 크라비우스, 과격한 폭력 사건도 여러 번 일으킨 무지막지한 인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알렉스는 히끅 하고 딸꾹질을 했다. 그제야 이 크라비우스 가의 사고뭉치가 레오니가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보도 통제에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의 퍼스트 네임 대신 라스트 네임을 고집한다는 사실이 알렉스의 머리에 떠올랐다.
하는 짓도 개망나니인데 불효자식이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기가 알아서 크라비우스라는 이름을 피해줘야 하는데, 한술 더 뜨다니.
하지만 자신을 사납게 노려보는 마커스 크라비우스의 눈동자를 보고 있는 동안, 알렉스는 효도란 강요할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즉각 사과했다.
「아니요. 크라비우스. 깜빡 잊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마커……, 아니 크라비우스의 입술 끝이 비틀어지더니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풀렸다.
「그럼 우리 이제 이야기 좀 할 수 있는 거죠?」
비굴하게 웃으며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알렉스는 들은 셈 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이런 식으로 계속 사건을 일으키고 사람들의 눈을 끈다면 아무리 크라비우스가라고 해도 보도 통제를 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는 거예요. 당신 정보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유혹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일단 터지면…….」
세계가 마커스 크라비우스는 사랑할지 몰라도, 그의 방종과 사건 사고가 ‘정치’와 연결되면 재미없을 거다.
안 그래도 경기 불황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예상외의 선거 결과가 속출하고 있는 시점이다. 독일 내부에서도 진보당의 공격이 보통 거센 게 아니다. 그가 이처럼 계속 사고를 치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자기 아들도 건사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랏일을 정할 수 있겠냐며 난리가 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지금도, 독일 내에서 마커스 크라비우스의 인기는 세계의 폭발적인 반응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다.
엄청난 기록과 애국적인 결과 때문에 억지로 사생활에서는 눈을 돌리고 있는 쪽이랄까?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쳐도 일반 국민들이 감히 크라비우스가와 마커스 크라비우스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러면 안 되니까.
하지만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쓰면 마커스 크라비우스가 아니긴 하다. 마커스는 알렉스를 빤히 보더니 요렇게 말했다.
「돌아가. 나는 크라비우스가와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알렉스는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알렉스도 마커스가 크라비우스가와는 상관없는 사람이길 원했다. 그러면 그도 마음 놓고 마커스를 응원하고 감탄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이 몰라도 여전히 마커스는 ‘크라비우스가’의 일원이었고, 존재 자체가 시한폭탄 같을망정 레오니 크라비우스의 소중한 막내아들이었다.
「크라비우스, 제발. 그냥 적당히 하라는 거예요. 내 말은 뭐든지 그냥 적당히…….」
필사적으로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바보 같을 거라고 알렉스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11관왕을 할 거면 그…… 여자 문제는 안 만드는 거죠. 아니면 적당히 초반에 기록을 망쳐서 세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다음에…….」
애원하는 알렉스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커스의 손이 올라갔다.
그 손이 자신을 한 대 쥐어박으려는 거라고 착각한 알렉스가 눈을 질끈 감은 사이, 그는 알렉스의 옆에 있던 쇼트스키를 집어 별로 어렵지 않게 발을 끼우고 고글을 쓴 다음 다시 문간을 손으로 짚은 1분 전과 같은 자세로 돌아갔다.
눈을 뜬 알렉스가 본 것은 그를 싹 무시하고 있는 마커스의 뒤통수였다.
「크라비우스! 진짜 심각하다니까요!」
돌아버리겠다. 마커스 크라비우스, 이 개 같은 자식의 귀에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자동 개폐 장치가 달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알렉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햇빛이 반사돼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눈밭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던 마커스가 몸을 비틀더니 조종사의 어깨를 움켜쥐고 외쳤다.
「여기야!」
마커스가 움켜쥐는 서슬에 헬기가 크게 갸우뚱했다.
「으아아아아!」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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