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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느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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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228g | 127*205*20mm
ISBN13 9791192079301
ISBN10 1192079302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서울 어느 시장 골목에서 보았다
쟁반마다 밥이며 찌개를 차려
층층이 머리에 올려 이고
혼잡한 사람들 틈을 헤집고 가던
밥의 길을
비켜라, 밥이 간다
아무도 밥을 막는 사람은 없다
뜨거운 첫 숟갈을 위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나물무침과 뜨거운 찌개와
구운 생선을 몇 층씩 머리에 이고도
밥의 길은,
밥의 힘으로 휙휙 지나간다
봐라, 밥은 언제나
저렇게 사람의 머리 위에서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그 아슬아슬한 것들
말아먹고 비벼 먹으며
사람들은 틈을 비집고 또 살아간다
가지마다 꽃찌개를 펄펄 끓이는
한여름 배롱나무와
간신히 차린 밥을 엎어질 듯 들고 오는
초가을 코스모스 덕분에
바람이 자라고 들판이 살아났다
비켜라, 하늘에 생채기 내던 구름 같은 인파여
툭하면 밥심을 잊어버리는 인파 같은 구름이여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밥은
시간을 잡히고 간당간당하게 차렸나니
젓가락으로 깨작거리지 마라
남의 밥그릇에 기웃대지 마라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꽃무늬 몸뻬바지를 입고
비켜라, 밥이 삼시 세끼를 향해 간다
뜨끈하고 맵짜한 밥심이 간다
---「비켜라 밥이다」중에서

와불을 친견親見했다
몇 날 며칠 고원을 달리는
열차에서 모로 누워 잠든 승객처럼
덜컹거리는 몽환을 견디고 있다
모래 몇 권을 등에 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어느 곳곳의 허름한 꿈을 돌아다녔는지
발가락이 다 닳아 있다

돌도 한곳에 오래 누워있으면
서 있는 고충과 기원이
시나브로 찾아드는데
남루한 눈물을 받아내느라
흘러내리는 옷 고랑이 더 깊어만 간다

와불을 흔들어 깨우면
거슬러 간 몇 겹의 전생이
눈 비비고 기지개를 켤 것만 같은데
먼 생에서 어느 집 가장이었을까
어깨엔 거뭇한 손때가 묻어 있다
노곤했던 하루를 일생처럼 살다
내처 누운 것일까
내게도 누워만 있는 생이
영속의 어디쯤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까
발품이 곧 밥인 이생은 또 어떤 영속의
한 생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와불臥佛」중에서

그동안 서 말 닷 되의 우울과
몇만 평 논밭이 나를 통과해갔다
몇십 켤레의 신발과 옷가지들이 나를 거쳐
뿔뿔이 흩어지는 동안
자벌레는 나뭇가지와 나방으로 번갈아 변태했고
내 얼굴엔 매일 웃음과 울음의 표본이 다녀갔다

한때 속도를 나누던 사람이 있었지만
주고받은 연애편지들은 대출서류와
빚 독촉장이 덮어 버렸다
분명 나보다 큰 것들이 나를 통과해갔다는 것을
늘어나는 주름으로 눈치챌 뿐이다

길은 오르막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중력은 밀도가 높아졌는지
조금만 뛰어도 헉헉거렸다

거울을 보면, 거기 헉헉거리지도
땀을 흘리지도 않는, 전성기를 지난
내가 있다
나를 통과한 얼굴들도 조금씩 변하는데
하물며 나라고 변하지 않겠느냐고 자위自慰한다

첫 비행운이 어딘가로 스며들고
나의 분명한 기호들은 깨지고 휘어졌다
저녁마다 오늘의 가속도가 물들이는
서쪽엔 어렴풋이 결승점이 보였다 사라지곤 한다
압력밥솥의 감자가 익는 동안
다음 계절의 꽃들은 미리 시들어간다
---「나라는 속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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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시인의 눈은 깊다. 나무를 보는데 전 자연의 높낮이를 본다. 나무에서 사람의 절벽타기를 본다. 자연을 관리하는 김영 시인의 눈은 넓다. 밥심이 폭력적 운명을 뚫고 가는 인간의 힘으로 반추되고 “비바람 속에서도 꽉 쥘 수 있는 손잡이 하나”로 시를 격상시킨다 시 한 줄 한 줄에 의미를 비워 두지 않고 감성의 여운으로 꽉 채우는 솜씨는 독자를 무방비로 끌어들이며 경계의 너머까지 보게 한다. “책들의 식민지”는 그래서 걸작이라 불러도 좋다. 무엇보다 김영 시인의 시작 매력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거나 밟지 않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기필코 감동의 선위로 올려놓고 마는 자연스러운 호흡의 동력은 또한 너무 자연스럽게 시의 완성에 이르게 하고 있다 그래서 김영 시인의 시는 냉동고 밑에 오래 돌처럼 굳어있는 밥이 아니라 지금 막 뜸들이기를 완성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사한 밥이다. 김영 시인의 시가 이 시대에 소중한 이유이다. 숨차지 않는 ‘극대화’를 이 시집에서 본다. 거친 호흡을 피해 고요한 언급으로 자근자근 풀어내는 그 고요한 박력에 박수를 보낸다. 박수의 여운이 다음날 아침까지 따라올 것이다.
-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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