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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045862
ISBN10 898804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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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작가 생활을 시작하던 초기, 나는 내 작품의 독특한 사회성으로 평자들과 독자들의 과분한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나이 마흔을 준비하던 어느 시기부터 나는 사회성보다 서정성을 획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에 대해서도 문단의 과분한 평가와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이제 40대 중반에 이르러 이 작품을 쓰며 작가 생활 초기에 추구했던 사회성과 그 이후에 추구했던 서정성을 함께 획득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 보려 했다.
--- p.작가의 말 중에서
꼭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여자가 있다. 눈이 올 때마다, 혹은 눈이 오는 저녁마다 생각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해 겨울은 한 번도 그 여자를 떠올리지 않고 보낼 때도 있을만큼 꼭 지금처럼 눈이 내리는 어슬녘이어야 한다. 그 어슬녘에 문득 바깥을 내다보았을 때 어둠 속에 온 세상을 덮을 만큼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는데도 왠지 반가움보다 먼저 마음 한 구석에 어떤 아련하고도 쓸쓸한 아픔 같은 것일 밀려들 때... ...
--- p.13
그때에도 며칠째 눈이 오다 말다 하고 있었다. 혹한기 훈련ㅇ르 나가 있는 지난 닷새 동안 거의 매일 그랬다. 이상하게도 눈은 한밤중부터 내기리시작해 새벽녘이 되면 감쪽같이 멎곤했다. 녹지않고 쌓인것은 많아도 새로 내리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느 고참의 말대로 한밤붕 애인생각을 하거나 여자 생각을 하며 보초를 서다가 총들고 탈영할 마음이 들기 딱 좋을 만큼 내리는 눈이었다. 매일 삼사십킬로 미터의 행군끝에 숙영지를 옮기는 훈련이라 마지막 날엔 대원들 모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추위도 그랬고 얼마 내리지 않은 눈도 우리를 지치게 했다.
--- p.76
그 다음 얘기는 나도 그때 신문에서 그 기사를 하도 신기하게 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었다. 시내 어느 호텔에 숙소를 두고 있는 30대 초반의 어떤 여성이 병원에서 종합 검진을 받는 동안 자신을 도와 준 몇몇 간호사들에게 많게는 수백만 원씩이나 되는 돈을 사례해 병원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미 퇴원한 그녀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155
'고마워요. 아저씨........'

여자 아이는 그런 자세로 한참 동안 나를 껴안고 서 있었다. 나는 손을 풀지 못했다. 여자 아이는 우는 것 같았다. 돌아서서 눈물을 닦아 주려다가 그러면 정말 그 아이에게 감동되고 말 것 같아 나는 그대로 집필실을 빠져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마치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어느새 한 점 두 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 겨울의 첫눈이었다. 나는 램프처럼 불이 켜져 있는 내 방 창문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발이 긋고 가는 그 불빛 속에 방금 전 내가 두고 나온 여자 아이가 아닌 또 다른 여자를 생각했다. 이름은 은집이라고 했다. 노은집....... 그런 슬픈 이름을 가진 또 한 아이가 저 불빛 속에 오늘 하루 고단한 날개를 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일이면 또다시 이 도시 어느 거리를 무작정 헤매며 걸어야 할 슬픈 영혼과도 같은......
--- p.21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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