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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3쪽 | 216g | 127*205*20mm
ISBN13 9791192079318
ISBN10 1192079310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눈보라가몰려와 요
마른가지들이오들오들떨어 요
북풍이검은옷자락휘날리며유령처럼흐느껴 요
성큼성큼짓쳐들어와요앞산을떼메고와 요
뒷산이덮쳐와요빈들판이몸을부풀리며일어나 요
살얼음냇물이눈을감아요눈보라가대낮의불을꺼버려 요
벌떼처럼몰아쳐와요우리집을덮어버려요살구나무온몸을떨어 요
꽃눈이눈을꼭감아요눈송이가살구살구살구꽃잎처럼날려 요
나뭇가지들은아이좋아라손가락을쫙쫙펴고눈송이를받아 요
하얀꽃잎을받아먹어요눈송이를받아서잠옷처럼입어 요
눈송이로시린몸을감춰요살구나무는금세무덤처럼깊어져 요
무덤속으로어린가지들이숨어요새하얀방에서말잇기놀이를해 요
끝말을이어가다그만말이막혀요아이하나가울어 요
아이둘이울어요아이들이모두울어 요
토닥토닥달래던나도울어요울던아이들이나를달래 요
울다가한아이두아이 잠 이 들 어 요
점점깊어가는살구꽃무덤속에서꽃잎이되는꿈을꿔 요
집은겨울살구나무를닮았어 요
누구도말이없어 요
꽃잎으로서로를덮어줘 요
그러다또잠이들어 요
지빠구리한마리날아와 앉 아 요
또한마리날아와 앉 아 요
차가운무덤을쪼으며 앉 아 요
검은부리로콕콕문을두 드 려 요
눈발이유리가루처럼날려 요
무덤에는문이없어 요
잎눈속에서아이들이숨을죽여 요
살구살구파란살구노란살구벌레먹은살구
아직태어나지않은살구살구살구살구살구살구살구살구살구
---「살구나무 꼴라주」중에서

오늘 1957년 6월 25일, 또 하루가 저문다. 여기 황해남도 낙연광산 화강편마암 벽에 또 한 개의 금을 새긴다. 고향의 아버님과 산등성 적송 같은 내 자식들, 아내는 나로 인한 고초를 어찌 감당할까, 고향 샘골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리. 그 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품에 안겨, 아비의 맨발에 난 상처를 만지며 옹알이하던 산아!

벌써 아홉 살이겠구나.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할 아가! 나는 1913년 샘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단다. 유학자인 넷째 아버지는 나에게 한학을 가르쳤고, 일제하의 미원국민학교를 졸업하게 해주셨단다. 열일곱 살에 네 엄마를 아내로 맞으며 가장이 된 나는, 일본인 측량기사 밑에서 일하며, 식민지의 참담함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만 했단다.

어느 날, 상관인 측량기사가 한 장의 소개장을 써주며, “이 사람을 찾아가라”라고 했지. 그렇게 나는 충청북도청 기관에서 공무를 보게 되었어. 일제의 수탈은 노골화되었고, 이 땅 청년들의 가슴 가슴마다 피가 끓었어. 나는 20대 후반에 청원군 가덕면장 발령을 받았는데, 타작마당마다 말을 탄 일본인 감시 눈초리가 살벌했단다.

산아! 돌 캐는 소리 가득한 이곳 갱도는 밤도 낮도 없이 캄캄하구나. 떠도는 돌가루가 안개 속 같단다. 서로 알지 못하는 우리는 눈빛만으로 안부를 묻고 생사를 짐작한단다. 두고 온 가족들의 삶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길 땅속으로 꺼지는 것만 같다.

침략자에게 다 빼앗길지라도, 곡식 한 포기, 한 이삭, 한 톨을 자식이듯 가꾸는 우리 농민들은, 내 부모님이고 내 형제들이었지. 나는 타작하는 이들에게 잠뱅이 아랫단을 칡넝쿨로 묶게 했어. 알곡 한 줌이라도 바짓가랑이 속에 숨겨, 배곯는 어린 것들 죽이라도 쑤어 먹이라고. 너의 엄마도 늘 거친 죽을 쑤었단다.

면장인 나는 부면장의 집 건넌방을 얻어 살았단다. 그때 부면장 집 밥상에는 늘 밥이 올려졌나 보더라. 오죽하면, 밥때마다 그 집 밥상으로 달려가는, 당시 네 살 난 네 언니를 단속하며 달래곤 했단다. 1945년 일본은 패망했단다. 우리나라는 해방되었고, 일제의 권력을 업고 살던 이들은 숨어버렸지만, 나는 그 후 2년간을 더 피폐해진 가덕면민들과 함께 일했단다.

이 땅은 하나 된 독립 국가로 뭉쳐야만 했단다. 나는 대학의 강단에 서서 젊은이들을 깨우며, 우리나라가 중립국이 되기를 소망했단다. 그런데 1948년, 남한만의 단독정부가 세워지고 말았지. 3·8선이라니! 우리 민족의 피눈물이 엉긴,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었구나.

아! 나는 지금 어디에 와있는가? 네 엄마는 밤마다 너희들을 이불 속에 묻어놓고, 심청전을 읽어주며, 두려움을 잠재우겠지? 그러다가 문득 ‘산아 이마 위에 손차양을 해봐, 아버지 어디쯤 오는지……’ 생시인 듯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놀라 깨곤 한다. 일손을 멈추고 문득, 비석거리를 바라볼 너의 엄마를, 그리고 너희들의 장래를 생각하며 아버지는 운다!

여보! 미안하오! 친일을 철저히 청산하는 이곳에서 일제하의 면장은 죄인이라오. 이 광산에서 나는 무엇을 캐고 있는가? 돌아가야 할 길을 등지고 캄캄한 앞길을 하루 또 하루 내 손으로 파 들어가오! 파낼수록 어둠은 깊어지오. 길은 점점 멀어지오……
---「어둠 속에서 쓰는 일기*」중에서
*이 글은 2006년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의 남북 화상 상봉 때, 북에서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소식을 전해 듣고 썼다.

1
갯벌 가득
빨간색 카펫을 짜다가
언덕의 발소리에
딸깍 불 끄는
농게들

끊어진 밧줄을 달고
검은 부표가 길을 잃었다
따개비 마을이 불 꺼진 지구에
매달려 있다

2
파랗게 눈뜬 빨강머리 루어
가시 꼬리로 갯벌 움켜잡고 있다
설게들 무덤을 만든다

텅 빈 갯벌에 버려진
하얀 플라스틱 대접 안에
바다가 쉬고 있다
일몰이 내려와 눕는다
---「그믐 사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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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비애로 점철된 우리의 현대사를 사적 차원과 역사적 차원에서 동시에 탐색하는 시집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본 과거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문이자 동세대에 바치는 뼈아픈 헌사獻辭다. 가시는 지속되는 고통의 은유고 강철해바라기는 시간의 역방향으로 돌아가며 바람개비 꽃을 피우는 존재로 역사의 가학성에 대항하는 시인의 의지와 결기를 대리한다. 생의 벼랑과 비탈은 시가 발원하는 주요 공간인데 이 극지를 통해 화해와 상생의 시, 화해와 회통의 정신이 태어난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은 화쟁和諍 우주의 산방産房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데올로기의 편향이 낳은 고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붉은 낙인이 찍힌 어린 가슴에 비밀서랍을 달고 숨죽이며 살아냈을 시인, 사상의 극한적 대립 속에서 지리산 피아골에 숨어들어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갓 태어난 시인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생각했을 부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연과 우주, 세상의 온갖 생명들을 다 품길 바라는 간절함이 그의 눈동자에 새벽이슬처럼 아롱아롱 맺혔으리라. 그 장면을 떠올리다 시인은 몇 번이고 울음이 복받쳤으리라. 가만히 책장을 덮으니 밤바람 속에서 젖이 불은 양들의 울음소리 먹먹히 울린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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