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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하나 남기고 산다면

사랑 하나 남기고 산다면

송춘길 | 북랩 | 2022년 08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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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34g | 135*205*20mm
ISBN13 9791168364288
ISBN10 116836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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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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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금붕어를 키운다.

빨간색 두 마리
하얀색 두 마리

하루에 한 번만
먹이를 줘야 하는데

금붕어가
밥 달라고
입을 뻥긋뻥긋
꼬리를 살랑살랑
하도 예쁘게 구니

어머니는
하루에도 다섯 번쯤
먹이를 줬다.

며칠 전
하얀색 금붕어
한 마리가 죽었다.
너무 많이 먹어
죽었다.

이제
금붕어 먹이는
내가 주고

어머니와
금붕어는
우리 집 거실에서
매일 같이
서부두를 내려다본다.
---「어머니와 금붕어」중에서

우리 어머니
아무거나 대마녀다.

반찬 뭐 만들까요?
아무거나 해라.
난 아무거나 잘 먹는다.

뭐 하세요?
추워서 옷 입는다.
런닝 위에 반팔 티
그 위에 내복
아무거나 막 껴입는다.

빨래했네요?
그래 세탁기 돌렸다.
뭐 넣었나요?
몰라.
뭐 눌렀는데요?
아무거나 눌렀다.

그래도 우리 집 세탁기
잘만 돌아간다.

어머니가 누른
밥통 스위치
취사 아닌 보온이다.
그래도 우리 집 밥통
밥이 된다.
맛만 좋다.

우리 어머니
딱 하나, 못한다.
가스불 켜기
그거는 내가 대마왕이다.
건들지도 못하게 한다.
그거 말고
아무거나 다해도 괜찮은
우리 어머니
아무거나 대마녀다.
---「아무거나 대마녀」중에서

해마다
봄은
오지만

그냥
오는 것은
아니더라.

바람이
흔들어 깨우고

비가
촉촉이 적셔야

봄은
비로소
눈을 뜨더라.

그제서야
나하고도
눈을
맞추더라.
---「봄」중에서

등어리 긁어줄 사람 없고
옆구리 찌를 사람 없어
효자손이 필요했다.

밤새도록 부드럽게
안 아프게 쓰담쓰담
사랑 주고
잠 재워 주는
그런 손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손이 되어줄
색시 하나 있으면 좋겠다.
나도 그 색시에게
효자손이 되고 싶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이 긴긴 겨울밤도
짧아서 아쉬울 것 같다.

등어리 긁어줄 사람 없고
옆구리 찌를 사람 없으니
효자손이 내 죽부인이다.
---「효자손」중에서

어머니를 간병하는 그 틈새의 시간에 올레길도 걷고 오름도 오르고 막걸리도 마시고 노을도 보면서 행복하고 부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그 깊은 내면은 고독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말로야 편하고 여유있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애써 위안을 삼지만, 결국은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는 오로지 저의 문제였습니다. 그 해답으로 ‘사랑 하나 남기고 산다면, 사는 게 다 꽃길이다.’라고 저는 제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한 시입니다.

다음으로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어는 바로 『기억』입니다. 이 기억은 시인 본인을 비롯하여 시인과 가장 가까운 부모 형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일 것입니다. 즉 기억할 수 있기에 사는 것이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억은 『가난』과 늘 더불어 함께 나눌 수밖에 없었던 숙명이었고 저는 숙명적으로 그 가난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였으며 가난한 삶 속에서도 긍정적인 참의미를 찾고자 했습니다.
--- pp.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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