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우리말로는 ‘상장지수펀드’라고 번역합니다. ‘펀드’라는 건 한 종목이 아니라 여러 주식을 모아 투자했다는 의미입니다. ‘지수’는 주식을 그냥 모은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준에 따라 모아뒀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라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대형 우량주 종목을 200개 모았다는 것이고, 헬스케어 지수라면 헬스케어 관련 기업 주식을 모아뒀다는 얘기죠. ETF는 이렇게 다양한 기준에 따라 주식을 모은 지수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잘나가는 주식을 골라서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게 목표입니다.
--- p.23
액티브 투자는 수많은 주식 가운데 종목을 골라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려고 노력합니다. 액티브 투자자들은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을 활용합니다. 투자자들이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거나 시장의 오해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종목에 투자합니다. 반대로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종목은 원래 가치보다 과열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활용해 매수가 몰린 종목을 고르기도 합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주식 가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상태를 활용해 수익을 낸다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주식투자’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게 바로 액티브 투자입니다.
--- pp.29-30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기 때문에 원하는 투자타이밍에 맞춰 바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기존 펀드는 가입과 환매에 적어도 하루에서 이틀이 걸립니다. 내가 오늘 펀드에 가입했는데 내일 시장이 급등했다면 급등한 가격으로 펀드에 가입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펀드를 환매할 때 시장이 하루 이틀만에 급락해서 예상보다 손해를 볼 수도 있겠죠. 물론 시장이 반대로 움직여서 예상보다 더 싸게 펀드에 가입하거나 더 비싸게 펀드를 팔게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끼어든다는 점만은 확실한 단점입니다. 하지만 ETF는 다릅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매수 결정을 내린 그 순간의 시장 상황에 맞춰 ETF에 투자하게 됩니다. 심지어 장중에도 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ETF를 사고파는 초단기 투자도 가능합니다.
--- p.42
환헤지와 환노출이란 ETF가 환율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를 의미합니다. 해외 투자는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달러가 약세일 때는 미국 증시 투자 수익률이 나빠지겠죠. 이렇게 투자 결과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내 투자금이 환율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로 ‘환노출’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환헤지’는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환헤지 ETF는 상품명 맨 마지막에 (H)를 붙입니다. 환율의 흐름과 상관없이 지수등락폭만큼 수익을 냅니다. 맨 처음 예로 든 ‘TIGER 일본 TOPIX(합성H)’는 운용사가 직접 주식을 담지 않는 합성 ETF이고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 상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p.51
ETF는 은행에서 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TF는 증권사 계좌를 통해서 투자하는 게 가장 싸고 빠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신탁에 ETF 한두 개를 담아서 사고 조금 수익이 나면 팔겠다고 구조를 짜는 게 아니라, 은행이 여러 ETF를 조합해서 자산배분을 하고, 시황에 따라 상품을 조정해준다면 다른 수수료를 내는 의미가 있겠죠. 실제로 은행들도 2018년 이후 이런 부분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라는 건 나 대신 뭔가 일을 해준 심부름값이고, 이렇게 본다면 ETF 한 개를 담은 신탁 상품은 은행이 하는 일에 비해 심부름값이 너무 비싸다는 판단입니다. 고작 증권사에 대신 주문을 넣어주는 것뿐이니까요.
--- p.57
선물거래를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설명이 ‘농부와 식당’의 예입니다. 쌀을 재배하는 농부와 쌀이 필요한 식당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농부는 풍년이 들어 평년보다 쌀 가격이 떨어질 것을 걱정합니다. 반면 식당은 자연재해로 쌀 가격이 급등할 게 걱정이죠. 이런 두 사람이 만나 가을에 쌀을 정해진 가격에 사자고 합의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약속으로 식당은 농부에게 쌀값의 10분의 1을 증거금으로 주는 것이죠. 농부는 쌀값이 떨어질 리스크를, 식당은 가격이 오를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가격이 오를까봐 걱정하는 투자자와 가격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투자자가 존재한다면 어느 상품을 가지고도 선물거래가 가능합니다.
--- p.85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비교할 때는 구성종목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 지수가 같으면 그 안에 담긴 자산도 같을 테니까요. 코스피200, 나스닥100 등 시장 대표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담을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2차전지, 미디어, 반도체 같은 테마형 ETF를 고를 때는 운용사가 해당 테마를 어떻게 해석했느냐에 따라 다른 주식을 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ETF에 담긴 구성종목을 보고 내가 투자하려는 의도에 맞는 종목을 담고 있는 ETF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 pp.134-135
제가 추천하는 첫 번째 사이트는 세이브로입니다. 세이브로는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정보포털입니다. 예탁결제원은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국내외 주식·채권을 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어떤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가 모여 있겠죠. 국내에 상장한 개별 ETF에 대한 정보와 해외주식과 ETF에 대한 유용한 투자 정보가 이 사이트에 속속들이 숨어 있습니다.
--- p.144
한국 주식시장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으로 나뉩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종합주가지수를 ‘코스피 지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종합주가지수를 ‘코스닥 지수’라고 부릅니다. 유가증권 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들이 상장한 시장입니다. 2020년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이 2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이라고 설정하고, 이 시점부터 지금 시장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수치화한 게 코스피 지수입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이라는 뜻은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이 1980년 1월 4일보다 30배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p.171
반도체 산업은 국내 증시의 핵심 업종입니다. 일단 시가총액 1위이자 유가증권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반도체 생산 기업입니다. 시가총액 2위 역시 반도체 생산 기업인 SK하이닉스입니다. 이 두 기업에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들도 국내 증시에 대거 상장해 있습니다. 그러니 국내 증시 상장사의 사업 내용을 이해하려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라도 반드시 알아야겠죠.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즉 기억을 한다는 뜻입니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저장해두는 저장장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종류로는 D램과 낸드플래시가 대표적입니다.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꽉 잡고 있죠.
--- pp.197-198
하이브를 비롯해 SM, YG, JYP 등 개별 기업에 대해 빠삭한 분이라면 개별기업 투자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큰 그림에는 공감하지만 각 기획사가 내놓은 가수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수익은 어디서 나는지, 기획사의 기획력과 K-POP 플랫폼으로의 발전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한 공부가 덜 되어 있다면 ETF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국내에 상장한 미디어 엔터 관련 ETF는 두 종류입니다.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와 ‘TIGER 미디어컨텐츠’입니다. ETF 이름만 놓고보면 투자 대상도 비슷해야 할 것 같은데, 구성종목은 다릅니다. ETF에 투자할 때 구성종목을 꼭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228
액티브 투자 전략은 펀드매니저가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수익률을 높이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투자 전략이 매일 공개된다면 펀드매니저들이 자신만의 전략을 발굴할 유인이 떨어지겠죠. 다음날이면 시장 전체에 그 전략이 노출될 테니까요. 또한 ETF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포트폴리오만 보고 주식을 따라사는 추종매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공개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한편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하는 게 오히려 액티브 ETF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펀드매니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깜깜이’ 투자를 하는 것보다 매일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운용방향을 확인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미국 액티브 ETF 운용사의 대표격인 아크인베스트를 이끄는 캐시 우드 대표도 자사 액티브 ETF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상품의 ‘투명성’을 꼽기도 했습니다.
--- pp.240-241
워런 버핏은 원자재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는 금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철학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습니다. 이유는 실적을 예상할 수 있는 기업과 달리 원자재는 가치평가를 할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또한 기업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지만, 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버핏은 “금을 선호하는 사람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금 가격이 상승세를 탔던 2020년에는 금이 아니라 금광 기업에 잠시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 p.256
지금까지 국내에 상장한 리츠 ETF는 대부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국내 리츠에 투자하는 ETF는 아직까지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이 유일합니다. 이 상품은 리츠를 비롯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합니다. 리츠로는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등을 담고 있습니다. 주식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주와 증권주 등에 주로 투자합니다. 아직은 국내 상장 리츠가 많지 않아 리츠만으로 구성된 ETF는 없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리츠 상장이 늘면서 국내 리츠만 담은 ETF도 곧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p.270
한국거래소는 다양한 상장폐지 요건을 정해두고 있지만 대부분은 규모가 작은 ETF들이 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상장한 지 1년이 넘은 ETF가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아래로 떨어진 채로 1개월 이상 유지되거나, ETF 호가를 대주어야 하는 유동성공급자(LP)가 한 곳도 없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패시브 ETF라면 지수와 ETF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의미하는 상관계수가 0.9, 액티브 ETF라면 상관계수가 0.7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습니다. ETF의 상장폐지는 주식과 달리 위험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개별 주식은 투자한 기업의 사업내용에 문제가 생길 때 주로 상장폐지됩니다. 하지만 ETF는 투자한 기업과 별개로 ETF의 크기가 작고 거래가 활발하지 못할 때 주로 상장폐지됩니다.
---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