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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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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2

[ EPUB ]
한승희 | 가하 | 2013년 10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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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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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8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7만자, 약 5.8만 단어, A4 약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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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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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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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소운이 일어서 방문을 열었다. 마루 아래 서 있던 집사가 그녀를 보자 두 손을 모으더니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쉬시는데 훼방을 놓아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예까지 어인 걸음이십니까?”
얼핏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집사 일행을 살피며 소운이 물었다.
집사의 뒤에는 뒤주의 절반 정도나 되는 커다란 궤짝을 든 노복 넷과 서함(書函)함인 듯 보이는 상자를 든 계집종 하나가 서 있었다. 대체 어쩌자는 작정인지 선뜻 알기 어려운 기묘한 조합을 보자 소운의 머릿속에 기이한 그림이 떠올랐다.
설마 이제는 저 궤짝에 날 가두겠다는 심산인 것인가. 뜻하지 않았던 여드레 동안의 유폐에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별 신산스러운 생각이 다 들었다.
“부리거라.”
집사의 명을 들은 노복들이 들고 있던 궤짝을 마루 위에 내려놓았다.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제법 둔탁한 소리가 나는 걸 보니 꽤나 무게가 나가는 것이 담긴 듯했다. 뒤이어 계집종이 그 옆에 조심스레 서함을 내려놓았다.
“대체 이것들이 다 무엇입니까?”
“황자마마께서 아가씨께 보내신 것들이옵니다.”
안에 든 것의 정체는 알려주지 않은 채 인사를 한 집사는 그대로 노비들을 데리고 퇴설당을 나가버렸다.
마루 끝에 선 소운이 조심스러운 눈으로 앞에 놓인 것들을 살폈다. 그녀의 무릎까지 닿는 커다란 궤짝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뚜껑을 열어 그 안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하여간 모를 사람이로다. 정해궁을 나가게 해달라는 청에 분개하여 다짜고짜 사람을 가둬둘 때는 언제이고,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이 보낸 이것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지.
망설이던 소운이 서함의 뚜껑부터 조심스레 열었다. 종이를 몇 겹이나 풀로 붙이고 말려 화려한 색으로 치장을 한 지함 안에 든 것은 지필묵 일습이었다.
“세상에.”
거북이 모양을 한 청자연적을 손에 쥐고 살피며 소운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다. 규옥의 세책점을 떠난 뒤부터 붓조차 쥐어보지 못한 터라 매끄럽고 보드라운 세필을 보자 공연히 가슴이 설?다. 그렇지 않아도 여진이 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녀가 얼마나 부러웠던가. 여진이 침선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글쓰기와 책 읽기를 즐기는 소운으로서는 당연한 감정이었다.
“어디.”
기대에 찬 두 눈이 이번에는 궤짝으로 향하였다. 아까 마루에 내려놓을 때 나던 둔탁한 소리로 미루어 보면……. 몸을 일으킨 소운이 궤짝을 열었다.
“어머, 어쩜 좋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적중한 것을 알자 자신도 모르게 환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서함을 보고 예상하였던 대로 궤짝 가득 서책이 들어 있었다.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소운은 발을 동동 굴렀다. 오롯이 혼자서 보내야만 했던 유폐 기간 동안 단 한 권이라도 좋으니 서책이 옆에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던가. 오죽하면 언젠가 침모에게서 정해궁 안에 서고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리고 그곳을 찾아 월담할 작정까지 하였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곧 소운은 풀이 죽은 채 마루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필묵을 받았다고 하여, 좋아하는 책을 보내주었다고 하여 공녀라는 지금의 처지나 견과 언쟁했던 문제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도망을 작정하였다가 주저앉은 것이 몇 차례였던지. 얼굴 한 번만 보게 해달라며 날이면 날마다 문 앞에서 파수꾼과 실랑이를 하는 여진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정말 월담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리 하였으면 목적지는 서고가 아니라 정해궁의 담 밖이 되었겠지만. 한데 고작 책 몇 권에 기뻐하는 스스로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넋을 놓고 앉아 있는 그녀의 귀에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냐.”
갑작스러운 음성에 고개를 들자 거짓말처럼 견이 서 있었다. 갇히기 전에 보고 처음이니 거의 열흘 만이었다. 마당에 서 있는 그의 시선이 그녀보다 아래쪽에 자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어찌 된 일인지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모습은 흡사 높은 곳에서 아래쪽을 굽어보고 있는 듯 당당하기만 하여 얼핏 거만하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마마.”
몸을 일으켜 빠른 걸음으로 마루 아래로 내려선 소운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였다.
맞잡은 손의 가느다란 떨림과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와 허리를 보아하니 자신이 나타난 것이 어지간히 못마땅한 모양이라고 견은 짐작하였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모습이 저만치 도도해 보이는 여인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여 보낸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냐?”
“아닙…… 니다.”
중간에 망설이는 이유를 모르지 않기에 견은 드러나지 않게 웃음을 삼켰다. 본래 거짓으로 말을 꾸미는 것이 서투른 여인이니 차마 속내와 다른 말은 내어놓지 못하겠어서 저리 미적대는 것일 터.
“성에 차지 않는 것이면 물러도 좋다.”
“아니옵니다.”
한 번 더 떠보는 말에 소운이 이번에는 강하게 부인하며 답하였다.
소운의 올케였던 여인을 통해 동후가 알아 온 바에 의하면 소운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서책을 읽는 것이며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붓을 쥐고 글을 쓰는 것이라 하였다. 한데 좋아하는 두 가지가 한꺼번에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비록 그것을 보내온 자는 마음에 안 들지 모르나 본디 귀히 여기는 물건들이니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갈 채비를 하여라.”
견의 하명에 소운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외출을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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