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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

: 백두현 작가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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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54g | 152*205mm
ISBN13 9791189052515
ISBN10 118905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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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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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흔적을 남기며 멀리 비행기가 지나가면 하늘에는 바로 하늘길이 난다. 큰 비행기가 지나가면 큰 길이 나고 작은 비행기가 지나가면 작을 길이 난다. 큰 길이든 작은 길이든 길이 났으니 그 길을 따라 내일 또 지나가도 되고 모레 또 지나가도 된다. 가다, 가다 지치면 새로운 길을 내면 되고 그때마다 하늘은 매번 아무런 조건 없이 새길을 허락한다. 때로 같은 길로 때로 다른 길로 날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가득 싣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하늘을 날고 있다.

뿌웅- 뱃고동 소리를 내며 배가 지나가면 바다에도 바로 바닷길이 난다. 큰 배가 지나가면 큰 길이 나고 작은 배가 지나가면 작은 길이 난다. 바다 역시 큰 길이든 작은 길이든 길이 났으니 그 길을 따라 여객선이 지나가도 되고 화물선이 지나가도 된다. 가다, 가다 무료하면 새로운 길을 내면 되고 그때마다 바다는 사방 어디로든 새길을 허락한다. 때로 먼 바다까지 때로 가까운 바다까지 건너야 하는 사람들의 짐을 가득 싣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 바다를 항해한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길이 아닐까. 한 사람의 생각은 또 다른 사람에게 말로도 전해지고 글로도 전해진다. 그러면 사람에서 사람으로도 길이 나게 된다. 큰 생각이 전해지면 큰 길이 나고 작은 생각이 전해지면 작은 길이 난다. 이 역시 큰 길이든 작은 길이든 길이 한번 나면 그 길을 따라 이웃 사람도 지나가고 다음 세대도 지나간다. 가다, 가다 아니다 싶으면 또 새로운 길을 내면 되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새길을 허락한다. 큰 길은 큰 길대로 작은 길은 작은 길대로 이웃과 이웃으로 연결되는 삶이다.
---「서문」중에서

평소 잘 아는 후배의 가게에 열흘에 한 번 정도 들러야 한다. 살면서 내게 꼭 필요한 그 무엇을 일 년 내내 그곳에서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사업장 귀퉁이에는 가끔 그의 사업과 전혀 무관한 농작물이 쌓여 있다. 어떤 날은 고구마 상자가, 또 어떤 날은 땅콩 자루가 놓여 있다. 때로 감자 상자나 알밤이 담긴 상자가 쌓였던 적도 있다. 그때마다 각각의 작은 상자에는 ‘이만 원’ 또는 ‘삼만 원’ 하고 나름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는데 농산물로는 나름 비싸 보였다. 그래서겠지만 농작물들이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가 아는 한 그것들은 대개 단골손님들에게 사은품으로 지급되는 용도였다. 덕분에 나도 여러 차례 농산물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그 농산물은 알고 보니 후배의 아버지가 힘들게 농사지은 것들이었다. 아들이 아버지가 지은 농산물을 비싸게 구입하여 손님들에게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거였다. 비싼 가격표 역시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후배가 파는 것처럼 장식해 놓은 거였다. 아버지는 속도 모르고 자식이 장사 수단이 좋다며 싱글벙글 농산물을 나르고 있었다.
---「선물」중에서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가지가
뚝!
부러졌다.

동생을 업고 일어서시는
할머니 허리에서도
뚝!
소리가 났다.
---「같은 소리」중에서

민식이네 가족은
모두 집 앞 헬스클럽에 다닌다.

벌써 석 달째지만
좀처럼 빠지는 사람이 없다.

지나가던 이웃들이
예뻐지려다 몸 상한다며
쉬엄쉬엄 하라지만

못 들은 척 온 식구가
경쟁적으로 운동을 한다.

식구 중 최대한 살을 더 많이 빼
건강해진 사람이

간이 아픈 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이식수술을
해줄 수 있어서.
---「살을 빼는 이유」중에서

새들은 새끼일 적부터
물고기를 먹을 때
머리부터 삼킨다.

꼬리부터 삼키면
지느러미가 목에 걸리니까.

어떻게 알았을까?

아, 참!
새들도 엄마가 있지.
---「엄마가 있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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