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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증언

역사의 증언

: 역사교수가 겪은 80년 광주 5ㆍ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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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53*224*30mm
ISBN13 9788968498985
ISBN10 896849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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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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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7월 11일∼12일 보안대 지하실 생활

이 날은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날이다. 어제 서광주경찰서의 김중경이란 자가 나를 만나자고 할 때부터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임박하고 있음을 감지(感知)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나는 이미 각오는 하고 있는 터다. 앙천부지(仰天俯地)하여 부끄러움 없이 살아보려는 나는 그간에 어지간히 그들의 비위를 건드렸었다. 별 것도 아닌 교수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며, 대학의 자율권을 주장하여 왔던 처지였으니 말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소위 유신체제의 숨막히는 질곡(桎梏)이 통한스러웠었다. 대의(大義)를 짓밟는 형사들과 정보기관의 부당한 처사 그리고 걸핏하면 학원을 유린하는 힘의 조치들이 저주스러웠다. 드디어 역사의 심판을 선언하는 10·26이후 자유의 물결은 파도치기 시작했으며 내 조국 이 나라에도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불길한 조짐과 가능성이 짙게 숨겨져 있는 것은 공지의 비밀이었다. 12·12사태, 절제 모르는 학원의 급진주의, 언론의 조작 등에는 악마의 사신이 도사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우리 역사를 옳게 발전시키고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 보겠다고 앞장선 선각자들이 항상 수난을 당해 왔으며, 현실감각 속에서 뻔질나게 유들거리며 사는 사람들의 세상인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이렇게만 살아야 하고 우리 역사는 항상 오욕으로 점철되어야만 한다는 말이냐.

우리 지성인은 무책임하게 그것 보아라 하고 푸념만 뇌까리고 있어야 한단 말이냐.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없다. 수난과 고초가 따를지라도 옳고 정정당당하게 살아보아야겠다. 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자율화 이후의 나의 일관된 태도였고 그러한 각오 속에서 모든 것이 태연해질 수 있었다. 1980년 1월 1일자의 전대신문 신년호(新年?)에 “본(本)과 말(末)”이란 수상(隨想)이 그러했다. 그리고 자율화론의 모든 문장의 기초(起草)작성이 그러한 뜻에서 이루어졌으며, 나의 논설(論說)이 그런 취지에서 일관되었고 “4·19혁명의 의의” 속에서도 나의 강한 뜻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소극적 참여보다는 더 적극적인 참여의 방향제시가 있어야겠다는 취지에서, 교수협의회 개최와 그 취지설명 그리고 시국선언문(時局宣言文)의 기초가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한 나의 계획적이고 의도된 행동이었다. 그러니까 시국선언문을 기초하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의 혼신의 정신과 힘을 승화시키는 장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12일 전체 교수회의에서 왜 우리들 교수가 우리의 뜻을 표현해야 되는가라는 취지의 나의 외침은 차분한 역사(歷史)의 당위성을 전개하는 논리가 아니라 나의 생명을 건 절규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으니까. 그 날 교수회의에서 4인의 기초위원(이정환, 박영근, 안장순, 이상식)으로 위임될 때 모든 것을 각오한 나의 입장에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상기되어 있었고 음식이 순조롭게 들어갈 리 없었다. 서울에서는 이미 군부대가 중요기관을 접수했다는 설이 떠돌고 있었으며, 무력행사가 초읽기를 하면서 기다린다고 하였다. 평상시에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나는 그날 밤에는 잠이 올 리 없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면서 어떻게 우리의 의지를 담을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속도 모르는 자식들은 저희들 좋을 대로 떠들어대지만 낌새를 알아차린 처는 무슨 말을 할듯할듯하면서 눈치만 본다.

나는 10시를 넘기면서 조용히 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역사의 수난자들이 스쳐갔고 4·19의 영웅들이 떠오른다. 나는 항상 어려운 일을 접할 때마다 깊이 생각하고 주저하고 괴로워하는 소심증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4·19의 체험 때문이다. 나는 이미 4·19때 죽었어야 할 몸이다. 지금 살고 있는 것은 덤이다. 그 때의 영령들은 지금의 나를 보고 무엇이라 할 것인가 생각할 때, 엄숙해지고 초연해지면서 비장한 결의를 하곤 했다. 이제 각오는 되어 있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기교만 남아 있다. 나의 모든 것을 역사 속에 던지기로 각오한 내용의 글을 끝마치고 자리에 누웠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를 처가 위로해 준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날을 새고, 학교로 달려가서 선언문을 채택하여 인쇄 배부하고 나니 나의 할 일을 다한 듯 후련해졌다.

이러한 지난날의 심정과 각오를 되새겨보면 자율화선풍, 학생시위 그리고 광주항쟁을 겪고 나서 나의 장래가 어떻게 되리라는 예상과 마음의 준비는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많은 동료, 선각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생사와 안위를 짐작할 수 없는 심각한 처지다. 우리 학교에서만도 많은 교수들, 학생들이 끌려갔다. 여러 소문과 억측들이 구구하다. 어제 나를 만나자고 한 김형사의 대면은 소재확인을 위한 예비접촉임을 눈치 채고, 오늘밤으로 운명의 시각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밤늦게 끌려가는 것보다는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형님 댁에서 하룻밤 더 지내기로 했다. 집으로 연행 나온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잠을 재촉해 보았자 제대로 잠이 올 리 없다. 꿈틀거리면서 뜬 눈으로 새고 아침 일찍 나를 찾는 형사를 따라 보안대로 갔다.

보안대는 안기부보다 훨씬 더한 곳이며 인격과 양식을 불구하고 함부로 다룬다는 소문을 듣던 차라 단단히 작정을 했으나 마음이 흔들렸다. 무시무시한 정문을 지나 수사본부에 발을 디디자 수사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빈정거리는 투와 설득조의 여러 이야기를 한다. 분명히 귀에 들리는 것은 교수이니까 신사적으로 하자는 소리였다. 얼마나 반가운 소리냐.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한 처지에서 신사적으로 하자면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허리띠와 소지품들을 맡기고 지하실로 끌려갔다. 인도된 방에 들어섰다. 침침하고 습기에 차 있으며 철제의자와 나무책상이 놓여있다. 나를 안내한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나는 부지런히 육감을 동원해서 몽둥이, 전기고문시설의 유무 또 다른 고문기구 등의 유무를 체크해 보았으나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벽의 전기선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몹시도 걸릴 뿐이다.

그때였다. 옆방에서는 모질게 맞는 한 사람의 비명이 들린다. 사정없이 휘둘러대는 몽둥이 소리와 삶을 구걸하는 소리가 애절하게 들린다. 광주항쟁 때의 행적을 추궁 받는 신민당의 간부인 듯하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괴로워서 하는 말이 “자수하면 안 때리고 관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수사관의 말이 걸작이다. “자수 좋아하네. 때리고 안 때리는 것은 나의 마음에 달렸지 어느 놈이 왈가왈부(曰可曰否) 하느냐”는 식이다. 불안과 초조의 몇 시간이 흐른 뒤 깡마른 김용규 수사관이 등장했다. 대해주는 것이 퍽 동정적이고 순리적인 듯해서 일단 마음이 놓였다. 나의 일생을 기록하라는 자술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시골에서 중농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대학과 군 생활을 겪고 고교교사를 거쳐 대학의 교수직에 이른 경위와 내가 한 일을 자세히 기록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을 김수사관은 훑어보더니 다시 쓰라고 하면서 나의 피의사실을 열거해 준다. 복직교수 환영식 참석, 민속 탈춤반 서클지도, 자율화 때의 역할 등 한 일도 있지만 어용교수 백서작성 및 자료지원 등 터무니없는 내용도 있다.

한 것은 했다하고 안한 것은 안했다하면서 수사관을 설득, 호소해보았다. 차츰 대화가 통해 시사와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나는 모든 것을 각오했으니 내가 한 행동이 죄과가 되는지의 판단은 당신들이 하라고 하면서 점점 대담하게 주장했다. 100여 페이지에 달한 진술서를 작성한 후 10시가 지나서, 자라고 하기에 땅바닥에 모포 한 장은 깔고 한 장은 덮고 누우니 모든 것이 차분하고 평안해졌다. 내 마음이 평안해지자 같이 온 동료(조견, 이방기, 이광우 선생)의 걱정과 먼저 온 사람들의 안녕 그리고 가족 생각이 났다. 그러나 며칠을 긴장과 초조로 지샌 나는 무정한 잠의 포로가 되어 떨어져 버렸다.

눈을 뜨고 보니 날이 이미 밝았다. 이제는 조서작성이 대충 끝났으며 모든 것을 순순히 인정한 나를 오히려 안타까운 눈으로 보아주는 수사관의 인정이 고맙기도 하다. 내가 각오하고 후회하지 않은 행동을 숨길 리가 없으며, 변명하고 싶지 않아 조리 있게 나의 주장을 피력했다. 김용규 수사관은 나에게 많은 인정을 베풀었다. 그러나 어떤 때는 독한 눈초리로 나를 응시하면서 “이교수는 악질분자야”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이교수는 원체 말라빠져서 매를 때릴 곳이 없어서 못 때리겠으니 속이지 말고 진술하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다보니 시국잡담이나 인생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했다. 나는 화도 나고 이 순진한 수사관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우리 서로 부드럽게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왜 박대통령을 존경하느냐고 물었다. 김수사관은 세 가지 점에서 존경한다고 주장하였다. 첫째는 자기들이 일 년에 한두 차례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가면, 날씨가 쌀쌀한데도 온방을 가동하지 않은 것을 보고 감복했다 한다. 둘째는 궁정동에서 김재규에게 피격되어 육군병원에 이송되었을 때 왜 각하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느냐 하면, 허리띠가 낡아서 그랬다고 했고, 또 마지막 하나는 부정부패를 멀리하여 축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시 군인이라 단순하구나.’ 그는 박정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였으며 지역차별을 조장했고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를 벌였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1부 일기(日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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