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애초에 교육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반도체 인재’를 꺼내 들며,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대면서 교육감들의 반발을 샀고, 수도권 대학 정원을 확대할 거라는 소문에 지방대학들이 똘똘 뭉쳐 반기를 들었다. 거기에 대학 등록금 인상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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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수 학력평가(일제고사), 외고·자사고 유지, 수능 정시 확대 등 기존 진보와 보수의 쟁점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대신에 ‘5세 입학’ 논란으로 교육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불과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교육계의 모든 쟁점을 뒤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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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후 우리 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의 혼돈 상황은 언제쯤 마무리될 것인가? 많은 사람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선뜻 답을 하기는 어렵다. 혼돈 상황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어쩌면 윤석열 정부의 5년을 넘어설 수도 있다. 혼돈의 일상화가 ‘뉴노멀(New Nomal)’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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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임태희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은 수도권이 공동으로 10조원을 목표로 ESG 기금을 조성하여 유아교육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부터 유보통합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기금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무)과 유사한 의미로 이해된다. 기업으로부터 그 기금을 조성하여 유아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매우 ‘신박한 발상’처럼 보인다. 그 발상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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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 개선’ 공약을 꺼내 들 수 있다. 교육감이 유·초·중등교육만 아니라, 기존의 어린이집과 고등·직업교육까지 관장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초·중등교육에 투자되는 지방교부금의 사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실현되려면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선출직 교육감들도 강하게 반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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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끊임없이 지방교부금 개편을 의제화할 것이다. 고등·직업교육 예산 확충,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칠 것이다. 국가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언론들은 거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보통합도 마찬가지이다. 그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예산 마련을 위해서 지방교부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추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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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 그리고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유·초·중등교육 권한을 교육청에 이양하거나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의 업무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고등·직업의 산학협력 분야는 지자체로 권한을 위임하고, 국가 R&D 사업은 타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합을 추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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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교육 거버넌스 개편을 둘러싸고 매우 시끄러운 논쟁이 지속될 것이다. 우선,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구성과정부터 어수선할 것이다.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추천 9명에 대해서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곧이어 진행될 교육부 개편을 포함한 정부조직개편도 마찬가지이다. ‘소리만 요란하고 결론이 없는’ 상태로 종결될 수 있다. 기껏해야 기존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을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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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의 대통령선거가 교육공약의 위상이 약화된 선거였다면, 6월의 교육감선거는 진보와 보수의 공약 차이가 희미해진 선거였다. 기초학력 강화, AI 등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습 지원, 돌봄시간 연장 등을 거의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다. 평가혁신을 내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에 대해 서도 진보와 보수 교육감 후보의 구별이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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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혁신교육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보수 교육감들은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학교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진보 교육감들은 기존 혁신학교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질적인 변화를 꾀할 것이다. 무엇을 계승하고, 혹은 부정하고, 변화할 것인가? 한마디로 혁신교육의 ‘재(再)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단지 4년 뒤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좀 더 근본적인 교육개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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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에 발표한 통계청 인구추계는 당장 2017~2018년의 출생아 수부터 오류가 발생했다. 2017년 출생아 수는 357,711명이었고, 2018년 326,822명, 2019년 302,676명, 2020년 272,337명, 2021년 260,500명(잠정)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6년 인구추계 당시 2065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던 ‘출생 26만 명’이 44년 앞당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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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급계획은 발표가 늦어지는 만큼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교육계에서 주장하는 대로 교원 신규 채용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여러 정책적 요소와 교육적 필요성을 감안해도 학령인구의 감소폭이 너무 크다. 예컨대 2025년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되는 경우, 2021년 인구추계(중위)에 따르면 그의 정년 무렵(2055년)에 초등학생들의 숫자는 157만 3천 명 수준이 된다. 2016년 인구추계에서 230만 4천 명으로 예측된 것에 비해 1/3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저위 추계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2055년 초등학생은 126
만 6천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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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신규 채용도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향후 심각한 교원 수급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28년 이후 신규 채용을 전면 중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다. 곧이어 과원 교사 문제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교원이 정년퇴직하는 속도보다 학생 수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제 ‘학급당 20명 상한제’의 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가진 교육적 가치와 소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불가능한 조건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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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방과후 돌봄은 사회적으로 요구가 높아지는데 비해 학교 현장에서는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문제이다. 윤석열 정부는 돌봄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대표 시절부터 독일의 ‘전일제학교’ 모델(정재훈 외, 「교육·가족·사회적 관점에서의 독일 전일제학교 실태 분석 연구」,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정책연구, 2018) 도입을 시사했다. 독일에서 사회민주당의 정책으로 시작되었던 전일제학교가 한국에서는 보수정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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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시대, 학령인구뿐 아니라 노동인구도 부족한 현실에서 다문화 학생을 온전하게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 사회 적응 지원, 이중 언어 교육 등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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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4년제 대학의 1/3이 문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립학교 교직원은 폐교 즉시 연금을 수령한다. 사립대학의 폐교는 교직원들의 생계뿐 아니라 사학연금이 조기에 고갈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사학연금을 낸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은퇴후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과 달리 사학연금 부족분에 대해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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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대학은 올해 입학 정원의 10%도 못 채우고 4년째 교직원의 월급이 체불되어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학교를 인수할 희망자를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그 대학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대학 존립만이 지역의 필수 자산”이라는 것이다. 2019년 여름 교육부는 한계대학 정리 방안을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한시법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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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당시 “지역 거점대학에 대한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상위 국립대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교육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은 대단히 ‘파격적’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주장했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거점국립대 지원 규모를 ‘서울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약속한 데 비해,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상위 국립대 수준’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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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실현되려면, 우선 거기에 들어가는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장하는 분들은 연 3~4조의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가 예산의 1%도 안 되는 규모이니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22조’를 국가 예산 낭비 사례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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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만 명의 우수 인재를 한국의 대학에 입학시키고, 그들 중 상당수가 한국에 정착한다면 그에 따른 제도적 준비를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민청 신설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민청의 설립에 앞서 부처별 칸막이로 나뉜 한국어 교육 시스템을 재편하고, 한국 대학의 입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외국인 의료보험 문제, 외국인 유학생 주거 문제, 취업 지원 등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무부 외청보다는 국무총리 산하 혹은 사회부총리 산하에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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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엉켜 있다. 무엇이 ‘낡은 과거’의 산물인지, 무엇이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맹아(萌芽)인지 구별하는 건 어렵다. 2022년 이후 한국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낡은 과거’와 ‘새로운 미래’를 구별하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 혹시 내 속에 ‘낡은 과거’의 흔적이 없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 ‘낡은 과거’의 흔적이 말끔하게 극복되지 않는 한, ‘새로운 미래’는 희미하게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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