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 아픈 게 아니다. 흔들리는 노년도 미래의 불안감으로 아프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노년을 걱정한다. 노인들의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걱정은 청소년들의 ‘앞으로 커서 뭐 하지?’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든 삶은 소중하고, 그 삶의 가치는 청년이나 노년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80대의 시간이 20대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것이다.
노인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하게 늙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자식들을 절대로 성가시게 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건강하고 우아하게 늙고 싶은 것이 한결같은 바람이다. 그렇게 희망하지만, 현실은 바람과 다르다.
노년의 의식주에서 의(衣)는 의료비의 의(醫)를 의미한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5년 21조 6000억 원에서 2060년 390조 8,000억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어서 국가의 부담도 벅차다. 이에 따라 세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의료혜택이 대폭 줄어든다. 정부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면 경제성장의 둔화로 연결되고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암울하게 전망된다. 이는 고령화가 경제 근간을 무너뜨리는 종말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다.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국가나 기업, 개인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 한정적이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나 준비할 수 있는 것인가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 노인들도 국가나 사회가 주변에서 무엇을 해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인가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나라가 제 길로 제대로 나가려면 노인들이 제 구실을 하여야 한다. 노인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다. 아직 넉넉히 일할 수 있는 60대~70대 노인들이 할아버지라고 헛기침만 하고 뒷짐 지고 이제는 늙었으니 내가 할 일은 없다, 내 한 몸 편하게 살다 가자는 식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것은 본인과 가족들,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일반화된 요즘 이런 현상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인간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단지 힘없고 기운 빠진 노년기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신체가 노화된다고 해서, 경제활동이 끝나는 시기가 아니다. 노화 과정이 느려지면서 생산적인 중년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완력이 필요한 힘든 작업은 기계가 대체하기 때문에 80세 전후까지도 노동이 가능하다. 노년기를 경제활동이 지속 가능한 시기로 본다면, 고령화 현상은 오히려 노동력 부족의 새로운 탈출구로서 잠재력이 충분하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풍요로운 경륜을 활용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의 새로운 인력의 공급원이 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생활에도 끊임없이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것은 적극적으로 삶에 참여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질병과 장애를 피해 가면서,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잘 유지하고 끝까지 삶에 참여해야 한다. 평소의 실력과 능력을 살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무엇인가 배우고 갈고 닦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의 힘이 되는 시니어를 꿈꿀 수 있고, 어떤 미래가 오든 그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생 후반을 충만하게 살려는 노인들의 노력이 우리 사회에도 유례없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노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과거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현업에서 은퇴하고 뒷방으로 물러나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노년의 기간을 부차적인 삶의 기간으로 여겼지만, 요즘과 같은 고령화 시대는 인생의 정점을 조금 지난 나이에 불과하다. 노년의 삶은 여생이 아니라, 후반생(後半生)이다. 지금의 노년기는 후반생의 새로운 시작이며 전환점이기에, 도전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늙어가면서 하나하나 잃어가지만, 그 잃음의 자리는 정신적인 자유와 충만함으로 채워지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 또한 오게 된다. 노년의 상실감을 품위와 의지로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마지막으로 용감해질 수 있는 기회다. 죽는 그 순간까지 활기찬 삶을 유지하고 멋진 삶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조금 남아있는 인생길이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도록 보람차고 멋진 삶을 살아 봐야 한다.
다가오는 남은 세월을 관리하는 것이 소중한 것이다. 노년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공부를 하여 준비를 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 지혜다. 나이 들수록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제대로 된 노인이 되는 방법에는 매우 서툴다. 지난 한 세기 동안에 기대수명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노화와 노년에 대한 지식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노년을 건강하고 신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과 지혜를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전병태 류동순 올림
---「들어가기 전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