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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통신

산수국 통신

: 강영은의 PPE (poem, photo,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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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35*210*20mm
ISBN13 9791168150263
ISBN10 116815026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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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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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시간 속에 새겨져 있는 돋을새김 무늬다. 상감 무늬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어제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이나 향수를 각별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은 그 무늬가 마음속에 단단히 새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괴롭고 슬픈 추억이라도 시간 속에 여과된 무늬는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한다.

풍비박산된 초가지붕, 강풍에 날린 기왓장과 함석 간판, 길에 드러누운 전신주와 가로수, 태풍이 지나간 아침마다 황폐해진 거리를 바라보는 유년은 황량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황량함마저, 그립고 애틋하다. 아랫목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삶은 고구마를 먹던 그 시절, 올레를 돌아나가던 바람 소리, 여름 내내 멀구슬나무에서 울던 매미 소리, 흰 눈이 쌓인 귤나무 아래 몇 시간이고 서 있던 첫사랑, 모두 마음을 설레게 하는 소리며 장면이다.

다시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축복은 아니다. 실향민들과 새터민,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들, 그들의 슬픔은 돌아갈 고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쉽게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지녔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다.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사람에게 고향은 저물녘이면 제 둥우리로 찾아드는 새들에 비견할 만큼 소소한 행복일지 모른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매일 숨 쉬는 공기의 중요성을 모르듯 감사함을 잊고 살 때가 많은게 아닐까. 고향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힘을 부여해주는지 고향을 떠나본 사람들은 안다. 떠난 지 40년, 다시 돌아오기까지 강산이 네 번 변했다. 제주를 떠나던 그 날부터 그리움의 종착지였던 고향, 언제 어떻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를 만큼 뭍의 생활에 찌든 마음이 마냥 철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정지용 시인이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노래했듯, 낡은 사진첩 속의 흑백사진처럼 바랜 기억을 들고 다시 돌아온 고향은 이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부모님 생전에 종종 다녀가곤 했지만, 일상에 쫓겨 ‘수박 겉핥기’ 식의 짧은 여정 속에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다시 찾은 제주의 풍광은 보는 것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제주를 떠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어린 시절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모습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제주는 이제 보물섬으로 그 아름다움과 고유함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바이지만 어린 시절, 늘 가까이 있었기에 청맹과니처럼 제주의 참된 가치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귀향의 꿈이 너무 늦게 이루어진 셈이지만, 자그마한 집을 마련하고 한 달의 절반을 제주에 내려와 고향 찾기에 골몰해 있는 요즘, 낡고 찌들었던 삶이 싱싱하게 활력을 되찾아가는 것을 느낀다.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72)은 41세 때 마지막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가는 소회를 귀거래에 담았다. 그 ‘귀거래가’에서 도연명은 “이 좋은 시절 즐기며 혼자서 가며 혹은 지팡이를/ 세워 김매고 북돋우노라 동쪽 언덕에 올라 노래 부르고 조용히 맑은 물에 가서/ 시를 지으며 자연의 조화를 따라 돌아가려 하니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할 것인가”라고 노래한다. 나 역시, 고향으로 돌아간 소회를 다음과 같이 노래한 바 있다.

돌무더기 가슴 답답한 날이면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바닷가 빈집으로 돌아간다 잡초 무성한 밭을 일구고 밤바다에 어망을 던져두니 물 밖으로 나온 밤 낙지처럼 눈이 맑아진다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만들었던 서울을 도망치듯 벗어난 일이 그대 탓인가, 물결은 한결같은 문장에 밑줄을 칠 뿐 별빛에도 눈동자에도 가없는 밀물

사람을 꽃이라 부르는 일도 사람을 흉기라 여기는 일도 그때는 솔깃했으나 모든 비유는 낡아지는 법, 내 스스로 산을 그대라 불렀고 바다를 그녀라 불렀으나 지금 나에게 그대도 없고 그녀도 없으니 스스로 젖은 적 없는 저, 산과 바다를 무슨 비유로 노래할 것인가,

죽은 귀를 깨우는 파도 소리에 나는 다만 혀로 쓰는 붓질과 귀가 잣는 소음과 멀어지고 싶을 뿐 물결과 거래하는 나의 귀거래는 오늘을 말없이 건너는 일, 파랑이는 나를 견디는 일일 것이다 물결이 빠져나간 여는 이미 마른 슬픔, 썰물을 불러들이는 두 다리가 몇 尺 길어진다

언제 올지 모르는 썰물,?그 바닷가에서 섬이 된 사람들을 오래 기다렸다
- 「귀거래」 전문

그렇다. 고향은 언제 올지 모르는 썰물처럼 사라져 버린 기억 저편에서 파랑이는 삶의 이편으로 공간과 시간을 이동시켜준다.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접속되는 곳, 고향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새로이 갖게 된 것은 고향이 내게 베풀어준 선물이리라. 내 몸에 젖어 들었던 고향 제주의 바람과 파도와 숨비소리는 시 속에 고스란히 녹아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달래준다. 세상이란 바다를 보여주셨던 부모님은 지금 안 계시지만 바람과 싸우던 아버지, 바람의 옷을 입고 파도를 건너던 어머니의 숙명을 노래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제주의 딸로 다시 태어나리라.

오래 남는 눈

우리는 흔히 시간을 흐른다고 표현한다. 흐른다는 것은 정지된 어느 정점의 끊임없는 변화 작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간의 순서를 얘기할 때 우리는 대부분 과거, 현재, 미래를 차례로 거론한다. 하지만 기억이 재현해내는 시간은 순서 없이 구현되는 시간이다. 단순한 과거로만 돌릴 수 없는 기억의 저변에는 시간이 변주해낸 공간이 들어앉아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삶의 궤적을 추적해내기도 한다.

예촌 마을에 눈이 날린다. 흰 나비 떼처럼 나풀거리던 것이 수만 마리의 벌떼처럼 몰려와 잿빛 허공을 뒤덮는다. 쌓일 새도 없이 녹아내리는 눈을 보며 실소를 머금는다. ‘제주도의 눈은 내리면서 녹는 눈’으로만 알고 있었던 지난날의 오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제주에도 눈이 내리나요?”
“그럼요, 내리면서 녹는 탓에 눈 쌓인 풍경은 본 적 없어요”

내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어느 시인이 질문을 던졌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오히려 자랑스럽게 대답한 적이 있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따뜻하다는 ‘효돈’마을에서 성장한 탓도 있지만, 제주도가 따뜻한 남쪽이라는 점을 강조한 면도 없지 않았다. 제주도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진 곳이 없다는 걸 알지 못했던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오늘도 눈은 내리면서 녹고, 그늘진 응달에 눈물 자국처럼 남은 자취를 본다.

여고 시절,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려면 5·16도로가 아니면 일주도로밖에 없었다. 지금에야 평화로, 번영로, 남조로 같은 길이 시원하게 뚫려 있어 통행이 자유로워졌지만, 그때는 직행로인 5·16 도로에 눈이 쌓이면 어쩔 수 없이 일주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제주도를 반 바퀴 돌아야 집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해 겨울방학, 동 일주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버스 차창에 기대어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그때, 한라산에 가로막힌 서귀포는 내가 돌아가야 할 가장 먼 곳이었다.

유리창에 칸칸이 박혀 있는 어둠이 낯설었다. 성산포를 지날 때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초가집들이 환상처럼 다가왔다. ‘가와바따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한 구절처럼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경이로움이 눈(目)을 새롭게 했던 것일까, 흑백의 그 풍경이 마음의 수묵화로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잔설의 기억들은 시(詩)가 되어 주었다. 그 기억들을 따라가면 뒤꼍이 있다.

뒤꼍은 혼자 숨어서 울기 좋은 곳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나만의 은신처, 서늘한 자의식의 공간이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 잎사귀에 귀를 묻고 싸락눈이 내리는 날이면 눈발 듣는 소리에 공연히 서럽기도 했다. 휘파람을 부는 소년을 따라 뒷담을 넘고 싶었고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 구두를 깁는 사내의 아낙네가 되어도 좋다고, 서툰 사랑의 종착지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한 뒤꼍이 있었으므로 나는 그늘을 알게 되었고 그늘을 사랑함으로써 그늘보다 더 깊은 슬픔을 껴안을 수 있었다.

뒤꼍이 없었다면, 돌담을 뛰어넘는 사춘기가 없었으리라 콩당콩당 뛰는 가슴을 쓸어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우는 어린 내가 없었으리라 맵찬 종아리로 서성이는 그 소리를 붙들어 맬 뒷담이 없었으리라 어린 시누대, 싸락싸락 눈발 듣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리라 눈꽃 피워내는 대나무처럼 푸르게 눈 뜨는 깊은 밤이 없었으리라 아마도 나는 그늘을 갖지 못했으리라 한 남자의 뒤꼍이 되는 서늘하고 깊은 그늘까지 사랑하지 못했으리라 제 몸의 어둠을 미는 저녁의 뒷모습을 보지 못했으리라 봄이 와도 녹지 않는 첫사랑처럼 오래 남는 눈을 알지 못했으리라 내 마음속 뒤꼍은 더욱 알지 못했으리라
- 「오래 남는 눈」 전문

누구에게나 아무도 몰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의 장소가 있을 것이다. 마음의 구석진 자리에 남아 있는 그것은 자신만 아는 풍경을 이룬다. 양지에서 음지로 서서히 빛을 이동시키는 저녁의 뒷모습 같은 풍경을 따라가면 뒤꼍이 있다. 아무도 몰래 주저앉아 우는 당신의 뒤꼍, 응달진 당신의 마음을 ‘오래 남는 눈’으로 위무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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