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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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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의 남자

: 오후 다섯 시를 살아가는 중년을 위한 공감 에세이

박성주 | 담다 | 2021년 09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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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34g | 138*200*13mm
ISBN13 9791189784133
ISBN10 118978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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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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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대의 중반, 나는 ‘여섯 번째 10년’을 여행 중이다.
--- 「첫 문장」 중에서


늙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숙해 간다는 것은 신념을 가지는 것이며,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러한 것들이 지켜질 때 우리는 성숙해지고 성장해가는 것이다. 늙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는 것이다. 마흔이든, 오십이든 우리가 지닌 숫자의 무게로 우리의 가능성과 기회가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 p.10


‘그거 있잖아’
‘그때 거기’
‘그거 뭐였지, 여섯 글잔데.’
‘그래 그거’

지시대명사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 모른다고 오히려 버럭 화를 내고 있다. 머리에서 뱅뱅 돌 뿐 입 밖으로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게 고유명사가 내 언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 p.30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나이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딱 좋은 시기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 인생에 한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일 수 있다. 결혼 적령기라든지, 취업 적정 연령, 운동이나 무엇을 배우기에 적당한 나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 결정은 숫자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선택하기 전부터 선을 그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본다. 청년 같은 노인이 있고, 노인 같은 청년도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삶의 시간대는 자신의 의지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0년 넘게 살았다는 사실보다 그 세월 동안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에 우리의 가슴이 반응한다.

“몇 살이세요?”
이제부터라도 정확하게 질문해야 한다.
“몇 살로 살고 있으세요?”
--- p.103


책 속에서 나만의 한 문장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단락이 끝날 때마다 이 글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한다. 저자의 의도를 정리하면서 갖는 묵상의 시간이 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도와준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틀림없이 명문대에 진학했을 것이다. 단락마다 나에게 적용할 한 문장. 그것을 생각하고 또 고민하면서 단지 좋은 명언으로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문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글은 반드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외우고 필사를 하면서 그 뜻을 더 깊이 파악하려고 애쓴다. 그러한 만남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글은 차츰 내 것이 되어간다.
--- p. 144


‘이미’라는 말속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묻어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머뭇거리는 것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알량한 집착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좀 더 부자가 되거나 좀 더 젊어 보이는 것에 에너지를 쏟았다면 어땠을까, 그냥 쉬운 고민만 하면서 단순하게 살면 얼마나 편할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자족하면서 살고 싶다, 또한 여전히 꿈꾸는 청춘이고 싶다.

‘아직’에는 기회와 설렘이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오래, 멀리 왔든지 간에 아직 갈 길이 남은 것이다. 가끔 나이를 착각할 때가 있다. 그래도 된다. 잊고 살 수 있다면 나이 따위는 잊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미 끝난 것도, 아직 시작한 것도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새로운 시작이 늦거나 불편하지 않은 게 우리네 인생이다. 감사하게도 아직 우리에겐 시간과 기회가 있다.
--- p.157


잘 들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인생 후반전을 살아간다는 것은 전반전의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인생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내 삶에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효과가 있다. 누구에게나 얻을만한 지혜가 있고 나눌만한 이야기가 있다. 숫자만 더해진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무게만 잡는다고 멋진 중년이 될 리 없다.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솔직해야 하고, 인정해야 하고, 공감해야 한다. 뉴스 채널만 고집하지 말고,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와 함께 열을 내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힙합 그룹의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보자.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고 곧 나를 인정받는 것이다.
--- p.195


여유 있는 마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본질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 스스로를 관찰하고 살펴보자. 나아가 주변 사람, 특히 가족에게 물어보자. 내가 유머가 있는 사람인지, 무게만 잡는 사람인지. ‘웃기는 놈’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가벼운 농담을 건네 보자. 평소 꾸준하게 시도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고, 부드러워지게 될 것이다. ‘웃기는 놈’이 어렵다면 먼저 ‘웃는 놈’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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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뭐 할까?”

열한 번째 명함을 준비하는 박성주 작가의 얼굴에 밝은 기운이 가득하다. 목소리에는 가을 하늘을 품은 국화 향이 묻어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밝은 기운을 가지고 국화 향을 풍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로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과정에 있음이다. 배낭여행을 꿈꾸고, 카카오 자전거를 만났을 때 ‘이건 어찌 쓰는 물건인고?’라며 유쾌한 호기심을 발휘하는 젊은 가슴을 지닌 저자를 보면 ‘청춘이란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두 번째 인생은 머뭇거리지 않겠다고 외치는 저자에게서 당당함을 발견한다. 여유로운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물쭈물하지 않겠다는 그의 당당함이 오후 다섯 시를 맞이한 중년에게 더없이 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윤슬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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