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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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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 그럼에도 사소하지 않은 나의 일상에 대하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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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1쪽 | 350g | 133*207*15mm
ISBN13 9788932039077
ISBN10 8932039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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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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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대체로 결국 괜찮더라. 두려움이 엄마를 전부 삼켜버린 것은 아니어서, 엄마는 항상 이 말을 내게 하곤 한다. 종종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엄마는 “모든 일이 항상 잘 풀리게 될 거, 너도 알잖니”라고 말한다. “항상 결국 잘되게 되어 있어.” 엄마 말이 옳다. 우리에게 진정한 비극은 일어난 적이 없다. 부모님과 오빠, 나,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단 한 번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적은 없었다.
--- p.43~44

이렇게 쇼핑을 싫어하는데도, 나는 옷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나를 더 괜찮은 무언가로 바꿔줄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 몸 안에는 다른 이를 전염시킬지 모르는 질병, 피지 덩어리 그리고 오줌과 똥으로 가득한 축축한 관이 뒤엉켜 있다. 그러나 우리가 괜찮은 옷을 입거나 거대한 목걸이를 걸쳐서 실제보다 돈이 더 많아 보일 수 있다면 누군가는 우리를 만져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같이 저녁을 먹거나 자기 부모에게 소개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48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은근슬쩍 당한 인종차별에 대해 일러도 아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애들이 네가 인도 사람인지 알았을까? 넌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데.”
이건 내가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당신이 내 출신을 콕 집어 얘기하지 못한다는 건 동시에 내가 이곳 출신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나는 백인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하지만 나보고 넌 백인에 가깝다고 하면 그 말도 맞고, 또 반대로 넌 백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면 그 말도 맞는다. ‘당신은 다문화 출신입니까?’라는 설문 조사 문항이 있다면 그렇습니다란에 체크할 수 있다. 겉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다 가진 여자다!
--- p.93~94

삽질 쇼핑 투어 동안 들어간 가게에서마다 우리가 거친 필수 코스가 있다. 머리도 안 들어가는 옷, 머리는 들어가지만 어깨가 안 들어가는 옷, 그리고 머리와 어깨는 간신히 들어가지만 가슴에 걸려서 날 마치 유방이 네 개 달린 여자로 보이게 하는 옷. 피팅룸에서 이 세번째 옷을 입고 나올 때마다 엄마가 드러내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실망감을 병에 진공 포장한 다음 이민자 출신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자기를 슬픈 표정으로 쳐다봐줄 흰머리 아줌마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면 돈 좀 벌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 p.113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저 외로웠을 뿐이다.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인 뒤 트위터를 체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너무나도 끼고 싶은 대화에 못 낀다는 뜻이었다. 나는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내가 뭘 말아먹었는지, 다음번에 내가 뭘 더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는 내 글이 당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만큼 희망적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 p.159

우리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똑똑해서 수업을 들을 필요 없다는 듯 그저 교실 맨 뒤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비웃곤 했다. 혹은 맨 앞에 앉아서 모든 걸 다 아는 척하기도 했다. 파티가 열리는 곳에 항상 우리가 있었는데 그게 딱히 내가 파티를 쫓아다니거나 파티가 열릴 만한 곳을 찾아다녀서는 아니었다. 우리가 파티 그 자체였다.
--- p.175~176

그가 잠시 뒤돌았을 때 나는 화장실로 몰래 사라졌다. 내 몸속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뇌가 다리에게 그만 좀 휘청거리라고 명령할 수 없었고, 심장박동이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그건 일종의 조난 신호였다. 술잔 조심하고, 잔 덮어놓고, 가능하면 병째로 마시고, 거품이 바르르 올라오는 술은 웬만하면 피하라고 여자 친구들이 내게 항상 말해주던 일이었다. 처음 겪었지만 알 수 있었다.
--- p.200

털, 몸에서 자연스레 자라는 바로 그것은 남들이 나를 역겹게 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내게 상기시킨다. 털, 그것은 내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어도 싸다고, 내 성적 매력이 변태 아니면 비위 좋은 자들이 사는 꽉 막힌 진공 상태의 세상에서나 통한다고 나를 계속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한다. 흑인 여성과 인도인 여성 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그 두 집단이 각기 느끼는 정도나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 리나가 털을 기르는 것은 반항이다. 그렇지만 갈색 피부 여자가 털을 기르는 것? 그것은 폭동이다.
--- p.212

그곳은 나와 인도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곳이다. 그 집 말고는, 인도에 관한 다른 것과는 단절된 느낌이 든다. 인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살아본 적도 없고, 그곳 사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집은 다르다.
--- p.232

햄 군이 반전을 기대했단 걸 알고 있다. 가령 아빠가 햄 군을 보자마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어쩜 그렇게 완벽하냐! 제발 내 딸을 데려가다오! 자네의 강인한 등짝과 탄탄한 종아리를 살짝 보는 순간 내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문화적 규율의 조항들과 도덕심에서 발현된 거부감이 사라졌다네!”
하지만 그럴 리가 만무하니, 우리는 아빠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의 입장은 초긍정적인 관점에서는 ‘차라리 자기 등 뒤에서 몰래 사귀어라’ 정도였지만 최악의 경우는 ‘지금보다 더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였다.
“이제 어쩌지?” 햄 군이 물었다.
“내 생각엔,” 내가 답했다.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자.”
--- p.259~260

내가 혹시라도 책 속에서 괴팍한 인간이나 인도인 버전의 아치 벙커로 묘사되었다면, 사실 내 복수는 이로써 완벽해진다. 나는 이미 딸내미 이름 속에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려고 묵음 c를 집어넣었거든!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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