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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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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김승희 | 난다 | 2021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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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94g | 135*205*15mm
ISBN13 9791188862856
ISBN10 118886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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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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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새로움은 바로 그런 뗏목의 노마드 정신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책은 하나의 뗏목. 하나의 노마드. 그런 새로움에 도전하는 뗏목 정신이 없다면 인생이란 단독무늬 흐르는 지루한 방 이외의 무엇이겠습니까?
--- p.7,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봄은 언제나 눈물이고 또는 하나의 전위이다. 인간도 비누 거품보다도 더 작고 미미하지만 그 미미한 비누 거품성性을 배반하고, 노트르담 성당을 짓기도 하고 부다페스트 그 아름다운 강변에 있는 거대한 돔Dome을 짓기도 하지 않았던가. 인간 역시 하나의 눈물이기도 하고 또는 거대한 꿈의 전위이기도 하다. 누가 그것을 포기하겠는가.
--- p.15, 「불멸하는 생명에의 꿈(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가시에 찔리는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누가 가시를 두려워하랴. 모든 탐미는 결국 고행인 것이기에, 그러므로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단 한 번의 운명적인 사랑에서 덧없이 비껴나 단 한 번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덧없이 잊히는 그 소멸이 아니랴.
--- p.126, 「단 한 번의 노래, 단 한 번의 사랑(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새』)」 중에서

 인간은 다시 한번 기다림의 주사위를 잡는다.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인생 또한 흐른다.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단지 기다림이 항상 미래를 속인다는 것밖에는. 그 기다림이 항상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그 기다림 덕분에 평생을 ‘지연된 꿈’ 속에 살 수 있는 것이다. 기다림은 변장한 신의 은총이며 인간의 진정제이다.
--- p.149, 「기다림이 있을 때 아직 인간은 아름답다(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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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김승희’라는 매혹의 책. ‘세계문학기행’이라는 절정의 책.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92년 처음 세상에 나왔는데 대학교 2학년이던 1996년에서야 처음 구내 서점에서 만나게 된 책. 문학을 하겠다고 문예창작학과에 입학은 하였으나 책가방이 커질수록 서가에 꽂힌 책이 늘어날수록 문학을 놓겠다고 문예창작학과에 입학을 하였구나, 지피지기백전백승이 아니라 자포자기백전백승을 매일같이 되뇌던 그때 우연찮게 내 손에 집혀 지금껏 하릴없이 내 손에 들려 있는 책. 휠 줄 모르니까 비뚤어져서는, 빗각을 모르니까 삐딱해져서는, 까짓 고전 하고 덤볐다가 결국 고전 하고 나자빠지게 만든 책. 문학에 대한 내 비뚤음이 고전에 대한 내 삐딱함이 실은 설렘이고 설은 동경이었구나, 뒤집어쓴 바가지 물의 차가움이 아니라 들어앉은 욕조 물의 뜨거움으로 이 책들 알고 싶고 이 책들 갖고 싶어 내 눈과 내 손과 내 발 참 일사불란하게 ‘쓰게’ 해서 그 ‘씀’으로 참 바쁘게도 만든 책.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아니라 네가 아니라 바로 ‘내’가 이렇게 읽었음이 너무도 중요하고 보무도 당당함을 증거로 보여주는 책. 서사라는 단단한 줄거리에 시달리지 않고 다만 사유라는 유연한 이파리에 흔들려도 좋음을 안도하게 하는 책. 그 떨림으로 큼지막한 주제보다 작디작은 단어 하나에 매달려 나만의 어휘 사전을 재편집하게도 만든 책. 전방위로 펼쳐지는 독력 가운데 나는 시인가, 소설인가, 희곡인가, 그게 아니면 또 무엇인가 뒤지게 하고 찾게 하고 겨우내 알게 하여 나만의 편협한 독서의 구덩이를 더 깊이 팔 수 있게끔 독려하는 책. 덕분에 52명의 작가와 52권의 책을 알았는데 52개의 제목으로 52가지 화두마저 갖게 한 책. “인생은 꿈꾸기인가, 꿈 깨기인가” 묻는데 “토끼는 어디로 달리는가” 묻는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묻는데 “월부로 살다 소모품으로 죽다” 읊조리는데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읊조리는데 “나는 보이는 인간이 되고 싶다” 읊조리는데 그러하니 나 자신의 날개를 키울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보이는 즉시 책을 찢어 학이라도 접게 한 책. 그렇게 내게 허들이면서 뜀틀인 책.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기억이 흐릿해질수록 추억은 선명해져 어딘가 활자가 내게 남겼을 목소리, 그 음성을 뒤늦게 더욱 소중히 좇게 하는 책. 아무려나, 꼬박 30년을 홀로 견딘 책.
-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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