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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360g | 144*216*20mm
ISBN13 9788932024554
ISBN10 893202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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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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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한쪽에서 작은 점 하나가 안개를 뚫고 나타나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풍경에 압도되어, 케이는 흡사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죽음 너머에 존재하는 신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멍하니 안개가 사라지는 쪽을 바라보고 있던 케이가 천천히 일어섰다. 안개가 서서히 물러나자 한 여자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땅을 보며 아주 천천히 걷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괜스레 케이의 가슴이 요동쳤다.
--- p. 15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참으로 품위 없는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씁쓸해졌다. 빼곡하게 늘어선 거대한 나무들 사이, 하찮은 미물이 길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다. 햇빛은 하루의 마지막을 해성의 몸에 선사하고 있었다. 붉은 석양빛이 부드럽게 해성의 몸을 감쌌다.
--- p. 29

해성의 눈에 숲은 시작과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 숲에 들어오고 사흘이 지났으니, 셈이 맞다면 목요일이었다. 그는 날짜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신만이라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없어졌다 돌아왔는지를 기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숲 속에 자기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자신 외엔 아무도 없었다.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한없는 외로움에 빠져들게 했다.
--- pp. 25~26

때론 운명처럼 삶과 죽음이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지요. 왜 그런지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때가 되면 알 수 있게 되겠지요. 당신과 으엉이 그런 인연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말하지 못해도, 으엉은 들을 수 있으니까요.
해성이 루카스의 등 뒤에 숨은 으엉을 눈으로 좇았다. 작은 몸의 으엉은 그의 등 뒤에 몸을 숨기고 나오지 않았다.
--- p. 95

……앨리스, 너 죽은 거야?
앨리스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케이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니의 얼굴이 무척 평온해 보여, 하마터면 어머니가 죽은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살아 있었다. 어머니 옆에 섰을 때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케이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 어머니가 자기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케이와 앨리스, 그리고 갓난아이의 너머에 있는 무엇을 보고 있었다.
--- p. 165

루카스는 두 손을 모아 물을 떠 계속해서 두 딸의 머리에 부어주었다. 차가워진 물에서 따뜻한 온기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루카스가 부은 냇물이 두 딸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을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에서 나가는 대로 떠나렴. 너희들이 숲 속에 또 다른 마을을 만들거라. 울타리를 치고 숲으로 들어오는 아이들과 사람들을 돌봐주렴. 모두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일 테니, 자식으로 삼고, 부모로 삼으렴.
……예, 아버지. 그렇게 할게요.
정혜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고, 으엉이 루카스를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각자 사용하는 서로의 말을 배우고, 가르치려무나. 알았니? 정혜야.
---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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