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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가

악질가

: 판소리체시집

b판시선-05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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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65g | 124*194*20mm
ISBN13 9791189898786
ISBN10 1189898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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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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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전악질장례식장에서 알바하고
밤엔 집에 돌아와 혼자 강도군수 선거를 도모하는 최늘공에게
보통이웃들이 한둘 한둘 찾아와
위로 격려 속닥속닥 귓속말하더니
어느 날엔 수십 명 어느 날엔 수백 명 어느 날엔 수천 명
어느덧 수만 명이 몰려와서
또박또박 외치는구나
성하면 쇠하고 쇠하면 성하는 게 세상 이치!
약한 자를 가까이하고 강한 자를 멀리하는 게 인간 도리!
강도군수에 입후보 하시오!
강도군수에 입후보 하시오!
날강도 토호들 날도둑 토호들 더 잘 살도록 협조하고
가난한 보통이웃들 힘없는 보통이웃들 더 못살도록 외면하는
현 군수 전악질을 갈아치웁시다
---「악질가」중에서

낮에는 참새가 금희 씨를 데리고 공중을 날아 올라갔는데,
참새가 커졌는지 금희 씨가 작아졌는지
희한하게도 나란히 공중을 날아가고 있었것다
공중에는 온갖 새들이 잘들 지내고 있었것다
매실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배나무가 수천수만 수천수만,
감나무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포도나무가 수천수만 수천수만,
제 철이 아닌데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기도 했것다
새들은 자리다툼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쪼아 먹으며
제각각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대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것다
금희 씨는 자신이 날아다니는 대로
공중이 새로 생겨나고
언제라도 먹고 싶은 걸 따먹을 수도 있어 놀라워하다가
과일나무들이 우거진 거기,
양동이를 든 어린 금희 씨,
양동이를 든 젊은 금희 씨,
이 과일나무 저 과일나무로
과일을 따는 어린 금희 씨와 젊은 금희 씨,
어린 금희 씨와 젊은 금희 씨가 너무너무 반가운지 웃음 방그르르르,
금희 씨에게 사과 한 알을 건네주며 웃음 방그르르르,
아빠엄마는 배 타고 고기 잡으러 나가셨어
넌 언제 여기 와서 살 거야?
금희 씨가 사과를 한 입 먹는 순간,
친구들한테 나눠 주러 갈게
어린 금희 씨와 젊은 금희씨가 귓속말하고는 돌아섰것다
금희 씨는 아비어미를 기다려볼까 하다가
다음날에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꿈인 듯 생시인 듯
참새와 나란히 날아 너와집으로 내려왔것다
---「참새가 혹은 생쥐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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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의 판소리체시집은 당연히 아니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판소리의 여러 장단을 차용 또는 변용하여, 현재적 언어로 쓴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시집이다. 수록된 판소리체시 6편은 과장, 축소, 점층, 비약, 생략, 반복, 왜곡, 반어, 역설, 대구(對句) 등의 표현법과 일상어, 유행어, 비속어, 은어를 대담하게 구사하면서 문장에서 주체와 객체를 자유자재로 바꾸어 풀뿌리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지방자치제의 현장과 이면을 적나라하게 희화화하고 풍자한다. 하종오의 초기시가 민요와 무가를 바탕으로 하여 비장미의 서정을 내재했다면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이번 판소리체시는 골계미의 서사를 발화한다. 판소리체시라는 형식에 지방정치 현실과 주민 현실을 내용으로 담음으로써 근래의 한국시가 이루지 못한 시적 성취를 획득하고 있지만, 아마도 예술적 완성은 소리꾼의 완창에 달려 있을 것이다.
- 조기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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