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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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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52*210*20mm
ISBN13 9791162491317
ISBN10 116249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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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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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어디쯤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 내가 접어든 골목길이 제대로 온 것인지 잘못 들어온 것인지를 점검해 보는 일, 숲 속의 두 갈래 길처럼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가늠해 보는 일 등 ‘길’이란 아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지요.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이, 길에서 쉼을 얻는 사람, 길을 잃은 안타까운 삶을 여러 회원분들의 글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길 위에서 얼마나 헤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삶의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존재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 이제 그 길을 따라가며 문학의 긍정적인 힘으로 이 어려운 세상을 위무하며 공감을 통하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래서 문학이, 예술이 ‘다시 모두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은희_여덟 번째 사화집 『그 길에 있다』를 펴내며」중에서

몇 년 전 어느 날 아들이 운전하는 뒷좌석에 손녀와 같이 앉았는데 손녀가 내 손등을 쓰다듬으며 “할머니 손등엔 왜 이렇게 주름이 많아요?”라고 묻는다. 살짝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음~ 그것은 세월이 만들어준 훈장이야.”라고 대답했다. 자랑스런 훈장은 아니지만 그다지 부끄러운 흔적도 아니기에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손녀는 내 손등을 계속 쓰다듬는다. 손녀와 손을 잡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면서 바닷가에 도착해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있다. 코로나 전엔 두 아들 며느리 손녀들과 자주 그런 시간을 가졌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가족과도 만나지 못하게 하니 참 힘든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좀 풀리니 전처럼 이런 저런 구실로 다시 아이들과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이 흐르는 사이 내 손등의 주름도 이젠 골목길처럼 깊게 패였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정서적으로 그다지 삭막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 몇 년 사이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진 것 같다. 얼마 전 티브이를 보다가 칸의 중세도시 에즈 빌리지 라는 작은 도시의 열대정원이 있는 곳을 봤다. 골목골목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오랜만에 여행의 욕구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골목 골목을 뛰놀며 자란 탓인지 골목만 보면 반가워서 꼭 거닐어 보게 된다. 는 우리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향한 엑서더스를 비로소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영순_골목길처럼 패인 인생의 훈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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