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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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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56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229
ISBN10 119233322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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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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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것이다
밤하늘에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작은 별 하나
그 별이 뜨는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것이다
---「마지막 이사」중에서

내가 나를 놓아주자
내가 길이 아님에도 기꺼이 나를 통과해 주던 것들이
발걸음마다 쉼표로 따라붙었다

발걸음마다 따라붙던
쉼표 몇 개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두었다
---「청산도에 두고 온 쉼표」중에서

-하늘을 걷고 있는 저 달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는데
길을 잃었나 봐요
저 달을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

그 말을 엿들었는지 나보다 먼저
섬진강이 서둘러 달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슬프도록 동그랗던 그 달도
길 잃은 달의 손을 서둘러 잡아 주었던 착한 섬진강도
이십여 년이 지나도록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저 달을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중에서

그녀의 눈물 떨어지는 소리를 숨겨 주려고
제 몸이 문드러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압력솥 안에 있는 대추알들이
저리도 요란법석을 떨며
자발적으로 오래 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생을 모두 내어 주며 떠나가는 대추알들 앞에서
등허리를 주먹으로 꾹꾹 누르며
대추고를 내는 데 바치는 그녀의 일곱 시간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그녀를 향한 사랑의 통증을 내가 앓아야 한다
---「그녀의 일곱 시간」중에서

세상을 밝히기 위해 바다를 뚫고 올라오려는 해를
내리누르고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가 그녀의 저항선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하였다

파도와 갈매기가 가끔 내 생각 속을 찾아와
사랑하는 방법을 묻기도 하였다

제주 바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수평선은 그녀와 나만 떠나보내지는 않았다
---「제주 바다 수평선이 가르쳐 준 것」중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울음들이
떠받치고 있는 작은 섬들의
어깨가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섬」중에서

하루아침에 앉은키로 세상을 마주하게 된
친구의 계절은
지워지는 봄날에 늘 갇혀 있었다

휘파람을 품고 있어서인지
친구의 잦은 통증에
반창고처럼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무등산 나무 이파리들의 떨림이 그치지 않았다
---「무등산 낮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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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팔아 밥 먹고 살아가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시인을 나는 ‘꿈꾸는 소년’이라고 불렀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르고서야 세 번째 시집을 내놓는 시인은 한순간도 시와 사랑을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시적 문장을 가족 카톡 방에 올리곤 했다. “곡선으로 말하는 강이 좋아 강을 즐겨 찾던”(「저 달을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 시인은 그녀가 건네준 “사랑 1그램을 떼어 먹으며/오늘 하루도 잘 살고 있”(「사랑 1그램」)는 행복한 시인이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강물을 보다가 “갈수록 임대아파트를 닮아 가는 홀로 계신 노모를 생각하며”(「그녀의 일곱 시간」) 눈물 짓는 그녀에게 손수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넌지시 건넬 줄 아는 시인, 그가 바로 나의 아버지다. 나는 무대 위에서 말을 하는 사람이고 아버지는 종이에 말을 쓰는 사람이다. 때로는 낯선 모습으로 때로는 서로 포개지는 모습으로 대화를 이어 왔는데 그 중심에는 늘 시가 피어나고 있었다. 끊임없이 그녀와 이웃과 세상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시인. 나는 오랫동안 시인의 시를 맨 처음 읽어 온 독자로서 ‘꿈꾸는 소년’처럼 살아가는 시인의 따뜻한 말들이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몸 밖으로 영영 내보내고 싶지 않은 문장으로 깊이 새겨질 것을 믿는다.
- 홍승안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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