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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첫날밤 세트

마지막 첫날밤 세트

[ 전2권/초판한정부록 : 일러스트 메모지 + 손거울(책과랩핑) ]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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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992쪽 | 1156g | 130*190*60mm
ISBN13 9791167281616
ISBN10 116728161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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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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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합시다. 결혼.”
“…….”
“대신, 우리의 결혼은 비즈니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겁니다. 그 말은, 나한테 남편으로서의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라는 거고.”
결혼 승낙에 기뻐한 것도 잠시, 따라오는 부가 조건에 은안이 잠시 움찔했다. 지금의 그는 마치 거칠게 메말라 버린 겨울 같았지만, 결국엔 봄이 올 거라 믿었다. 아니, 제 손으로 봄이 오게 할 거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에게 감정을 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부탁 받은 일이었으니까.
--- 1권 p.12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떠난 뒤, 아버지까지 병에 걸린 걸 알게 된 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제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연인까지. 그때부터였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사랑이 남기고 간 짙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사랑은 잠깐이지만 상처는 오랫동안 사람을 괴롭힌다는 걸.
--- 1권 p.20

깊게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어렴풋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당신이 먼저 시작한 거예요.”
곧 부드러운 그녀의 숨결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후회라는 단어가 가슴에 쿡, 하고 박혔다.
--- 1권 p.25

“우리, 어젯밤에…… 함께 있었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은안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려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자 재하가 답답하다는 듯, 끝까지 잠긴 셔츠의 단추를 톡, 하고 풀었다. 그리고 매혹적인 입술을 다시 달싹였다.
“우리, 잤냐고.”
--- 1권 p.33

“입술은 어떻게 이렇게 붉지? 남잔데…….”
말랑한 입술에 손가락이 스친 그때, 눈을 번뜩 뜬 재하가 입술에 닿아 있던 은안의 손을 낚아채며 나지막이 말했다.
“언제까지 구경할 거지?”
--- 1권 p.117

“자, 도와줄게요. 안쪽으로 들어와요.”
따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남자의 손은 따듯했다. 웃기게도, 때로는 가장 당연한 것들을 인생 최악의 순간에서 깨닫는다. 가령, 누군가의 온기가 이렇게 위로가 된다는 것 같은…… 당연하지만 깨닫기 어려운 일들을. 결국, 그의 손을 잡은 은안은 옥상에서 가장 안전한 구역으로 무사히 들어왔다.
“……고마워요.”
“인생의 마지막 장이, 꼭 행복이길 바랄게요. 그리고 내가 바라지 않는대도 꼭 그렇게 될 거고.”
--- 1권 p.134

“나는 아직, 사랑한다는 말에 ‘나도…… 사랑해’ 하고 원우처럼 대답해줄 수는 없어.”
아이의 사랑과 달리 어른의 사랑에는 무게가 있으니까. 재하의 말에, 은안의 표정이 티 나지 않게 굳었다. 어두워서 은안의 표정을 자세히 보지 못한 재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은안은 마치 재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표정 변경 버튼이라는 듯 다양하게 표정을 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은 은안의 특별한 스위치를 눌러 지금껏 지은 적 없던 표정을 짓게 했다.
“난, 당신이 울면 마음이 아파.”
--- 1권 p.243

“당신이 그런 말을 했죠. 무슨 일이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그런데…… 난 그게 싫었어.”
결국, 감정을 이기지 못한 은안이 작게 울음을 터트렸고, 곧 눈물이 뺨을 흥건히 적셨다. 속은 썩어들어 가고 있었지만, 은안은 눈물을 닦아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솔직히, 당신 옆에 있고 싶었고 이혼도 싫었어요. 그렇지만 책임이라는 단어로 엮여서 우리가 이혼하지 않는 건 더 싫었어요. 난 우리가 서로 사랑하길 바랐던 거지, 마지못해 살아가는 부부가 되길 바란 게 아니었으니까.”
--- 1권 p.327

그녀는 제 세상이었다.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였으며, 자신이 춥지 않도록 따듯함을 주는 태양이었고, 지쳐갈 때 잠시 쉬었다 가게 해 줄 땅이었음을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공기, 태양, 토양이 없으면 인간이 살아갈 수 없듯, 자신도 은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 2권 p.57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띤 얼굴로 이런저런 말을 재잘대는 은안의 얼굴은, 햇살을 머금은 5월의 봄꽃처럼 싱그러웠다. 오늘따라 그리워지는 감정을, 흘러넘칠 것 같은 은안에 대한 기억들을 애써 꾹꾹 눌렀는데, 내내 참느라 응집되어 있던 것들이 영상 속 그녀를 보자마자 한 번에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영상을 보던 그가 나지막이 은안을 불렀다.
“은안아.”
행복을 머금은 네 얼굴은 이렇구나. 왜 난 더 자세히 보지 못했을까. 조금이라도 더 널 행복하게 만들어 줄걸. 조금 더 웃게 만들어 줄걸. 시간이 지날수록, 해 주지 못한 것들만 생각나 미칠 거 같았다.
--- 2권 p.64

남자는 마치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보물을 찾은 듯 애처로운 눈빛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를 와락 안아 버리고 말았다.
“어디 있었어.”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목소리를 한 남자의 품 안. 그에게서 풍기는 포근한 체향에, 순간적으로 은안의 머릿속 퓨즈가 끊어졌다.
--- 2권 p.71

은안이 고개를 살짝 들어 햇살을 등진 재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사람을 보는데, 왜 그 예전의 희미한 기억이 단박에 떠오른 걸까. 또 왜 가슴은 답답한 거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은안은 다른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의 마음은 딱딱한 철문이 아니라서, 대비나 대책을 세운다고 지나가는 태풍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걸.
--- 2권 p.103

“아니, 계속하려고. 이게 당신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면.”
여전히 은은한 미소와 함께 이상한 말을 하는 걸 보면. 은안은 순간 제가 말을 잘못 들은 줄 알고 가볍게 고개를 털었다.
“뭐라고요?”
그리고 장난스러워진 분위기에 잠시 방심한 사이, 묵직한 목소리가 다시 훅 마음을 뚫고 들어왔다.
“당신이 나한테 화를 냈으면 좋겠어.”
--- 2권 p.234

무언가를 갈구하는 남자의 눈빛을 가까이서 받아 내려니, 부담스러웠다. 갈구하는 게 제 마음이라는 걸 알아서, 더 그랬다. 감정이 오롯이 드러나는 눈빛은, 마치 거짓으로 감싸진 마음을 겨누는 기관총과도 같았다. 조금만 더 그를 마주하고 있다가는 마음이 흔들리다 못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아 은안이 침대에서 일어나려 한 그때, 그가 은안이 일어나지 못하게 손을 꼭 붙잡았다. 공중에 떴던 은안의 상체가 다시 침대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재하가 입을 열었다.
“날 다시 사랑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
“되감기 말고, 리셋 버튼 누르자, 우리.”
--- 2권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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