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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멈추다

시(詩)를 멈추다

청어시인선-345이동
이승룡 | 청어 | 2022년 09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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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8g | 130*205*20mm
ISBN13 9791168550650
ISBN10 116855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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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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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려 앞다투며 움트는 건
남도에 어디 산수유 홍매뿐이랴
산과 들에 어디 쑥 미나리뿐이랴

바다에도 주꾸미 도다리들 저마다
몸집 통통 살찌우고 혹은 한가득 알을 품고
새봄 입맛 돋울 채비에 모두 다 분주하다

움츠렸던 갯것들 뭍으로 뛰쳐 나와
향기 가득 봄나물과 짝짓기에 나서는데 글쎄
주꾸미와 미나리 몰래 눈 맞아 손잡은 사이
도다리는 쑥을 점 찍어 합방에 드는 것이다

첨엔 동침하고도 무심한 갯것들은 몰랐으리
지가 풍겨내는 비릿한 내음 잠재우려
봄나물 향 뿜으며 제 짝 품었던 내조의 시간들

서로 뒤엉켜 뜨거운 시간 보내고 나서야
네 흥건한 체액 스미어 비로소
내 살점 속까지 적셨음을 알아차렸으리

누가 간택 잘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저녁상 도다리쑥국에서 주꾸미무침에서
봄 향기 입안까지 가득 퍼져갈 것이다
---「궁합」중에서

선운사 계곡 따라
도솔암 가는 길에
돌탑 위
작은 소망 하나 얹어놓고

도솔암 마애불 앞
임을 향한 마음 적어
노란 연등에
편지 한 장 곱게 꽂아 놓았다

부처님오신날
연등에 불 켜지면
내 님이 다가와
이 마음 읽어보지 않을까
---「마애불에 부친 편지」중에서

함박눈 내려서
좋다
세상이 하얘져
참 좋다
그대와 걸으니
더더욱 좋다
---「좋다」중에서

정동진 바닷가 가는 길
등명낙가사 극락전에 들러

108배 아무리 올려봐도
허한 맘
못 채워 허기질 때

푸드득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재롱 피우며
지친 길손 달래주네

햇볕이 지지리도 따가운
괘방산 기슭의 늦은 오후
---「위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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