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를 뒤집자 비어 있는 칸으로 모래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초이는 모래시계 허리 부분의 좁은 틈으로 모래알이 떨어지는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작은 모래알들이 바닥에 소복이 쌓여갔다. “그럼 시간을 어떻게 재는지도 알겠네? 엄마가 물었다. “음……. 다 내려가면 시간이 끝나는 건가……?” 초이가 대답을 못하고 중얼거리는 사이 모래가 모두 바닥에 쌓였다. 모래 알갱이의 움직임이 멈추자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엄마가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으면서 말했다. “초이야, 시간은 끝나지 않아.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어.” - 프롤로그 | 모래시계를 훔치다 中
“아저씨, 죄송해요. 평소에는 낮잠을 안 자는데 그만 염치없이 잠들어 버렸어요. 너무 졸려서…….” 아저씨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냐, 괜찮다. 외국에서 왔다고 했지? 그럼 시차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수 있지.” “시차요?” “넌 그것도 모르니? 시차, 시간의 차이라는 뜻이야.” 옆에 있던 분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저씨가 분희에게 눈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분희가 말한 것처럼 시차란 시간의 차이를 말한단다. 네가 있던 곳이 지금 밤이라면, 네 몸은 지금을 밤으로 여길 거야. 이곳이 낮이라고 해도 말이다.” “몸이 시간을 느낀다고요?” - 1장 벚꽃이 이상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