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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

김명곤 등저 | 아침이슬 | 2000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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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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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996027
ISBN10 89889960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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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반쯤 철창문이 열리고, 무슨 일이든 원칙대로만 한다 하여‘또바기’라고 불리던 ㅂ교도관이 내게 나오라고 고갯짓을 하는 게 보였다. 복도로 나선 내게 양쪽 사방들에서 삐져나온 손들이 인사를 한다. 폭력방, 절도방, 경제방, 교통방, 그리고 독방들에서 모두들 잘 가라고 흔들어 대던 손들. 길다랗고 어두침침한 복도를 거의 다 걸어 나왔을 때, 그 애처롭던 손들을 다 잡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찔끔 눈물이 났다. 그로부터 4년, 나를 향해 흔들어 주던 그 손들의 의미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너무 편하게만 살아온 게 아닌가.

나이답지 않게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나의 20대를 청산하려 뛰어들었던 방송은 내게 또 다른 덕목을 요구하고 있었다. 순응, 굴종, 문제의식으로부터의 도피 등. 80년대 중반의 상황에서 방송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식 따윈 없었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원죄의식을 변명 삼아 나는 주어진 일에만 몰두했다. 마치 문학의 본질이 현실인식의 반영임에도 불구하고 용기 없는 자들이 나서서 순수와 실천으로 분류해 놓고는 앞의 것을 지고지선인 양 여기는 것처럼, 이를테면 나는 방송을 그렇게 순수(?)하게 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일은 자꾸 늘었고 나는 툭하면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앞뒤 안 가리고 일했으며 결국 유명(!)해졌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그 사이에 나는 20대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허무주의에 빠져 있었으며 그 깊이 만큼의 허위의식을 쌓아 놓고 있었다.

그러고 나니 87년이었다. 나는 6월항쟁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진행하던 뉴스의 화면을 통해서만 봤을 뿐… 다만 매일 새벽 1시쯤 태릉에 있던 집까지 가는 길에 그때까지 길 위에 남아 있던 최루가스 냄새와 깨진 보도 블록의 잔해들을 보며 이제 세상이 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껍데기만 잠깐 바뀌었다가 모든 게 원위치로 돌아갔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뒤에 알게 된 것이고…….

아무튼 항쟁이 끝나고 그 덕택에 문화방송에 노동조합이 생겼을 때 나는 그것이 나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란 생각은 미처 해보지도 못한 채 덜커덕 가입 원서를 냈다. 나는 방황만 하던 20대를 청산하겠다고 결심하던 때의 기분으로, 나를 지배하던 허무주의를 끝장내겠다고 작심하던 때의 그 기분으로 원서를 냈을 뿐이다. 방송사에서의 3년은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종류는 좀 다르지만 중세와 같았던 나의 20대를 되살려 주었으므로…

해가 바뀌고 온 나라가 올림픽이 이제 한 달 남았다고 법석을 떨고 있을 즈음의 어느 날, 나는‘공정방송 쟁취’라고 쓰인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잔뜩 긴장한 채 카메라 앞에 앉아 있었다. 노조는 첫 파업을 앞둔 쟁의 기간 중 전(全)조합원이 리본을 달고 출연하도록 방침을 세웠던 것이다. 회사가 이를 방치할 리가 없었다. 몇몇 조합원들이 리본을 달고 출연하려다가 회사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포기하거나 아예 출연이 금지되었다. 나는 첫날부터 안절부절이었다. 당시 주제에도 맞지 않는 주말 9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내가 리본을 다느냐 안 다느냐는 조합과 회사측 모두의 관심 사항이었던 것이다.

결국 첫날 밤 나는 양복깃이 아닌 양복 속 와이셔츠 주머니 위에 리본을 달고 나가는 낯뜨거운 행태로 하루 내내 계속된 나의 고민을 마감하였다. 그것은 달고 나갈 용기도 없고 달지 않을 용기도 없었던 자의 가련한 모습이기도 했다. 양복 속에서 삐죽이 보일 듯 말 듯했던 리본은 내가 기회주의자임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었다. 다음날 세상은 나를 비웃고 있었고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리본 패용을 미리 보고하고 교체 당할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것으로 전날의 비겁함을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망도 없이 허우적대던 20대, 그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시작했던 노조 활동은 그만큼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 날 깨달았던 셈이다. 그 날 밤, 우여곡절 끝에 세상이 다 볼 수 있게 리본을 단 것으로 나는 전날 밤 참담하게 느꼈던 역겨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나의 삶도 반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떨리는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군에서 제대할 때 내가 1년 이상 모셨던 상관 ㄱ중령은 나를 위한 환송회 자리에서 내게 그랬다.

“손 병장, 넌 뭘하든 한몫 단단히 할거야.”

사실 나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고 또 빈틈없이 하는 편이었다. 그는 다른 사병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나를 편애했고 그 날의 환송회도 그의 말에 따르면 그가 처음으로 사병을 위해 베푼 환송회였다. 그가 나의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어 왔을 때 나는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다 했는데 훗날 내가 문화방송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우정 전화를 걸어 축하를 해주었다. 그때도 그는 환송회 때처럼 그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넌 한 몫 단단히 할거야'라고…….

나는 그 말이 단지 그의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내 능력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들으면서도 싫지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그 말은 내게 자기최면을 위한 주술처럼 되어서 나는 늘‘한 몫 단단히 할 것'을 되뇌고 있었다. 그리고 90년 여름에 나는 다시 그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 전화 속에서 들려 온 그의 말은 그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아니 당신 어떻게 그렇게 됐어!'

말 끝에 느낌표를 쓴 것은 궁금해서 물어 보는 투가 아니라 질타의 의미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 실망, 나아가서는 노여움까지도 담겨 있어서 나는 언뜻 그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것이라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었다. 나는 그 전해가 끝날 때쯤 결국 노조의 간부가 되었고 그가 전화를 했을 즈음에는 이미 두 번의 파업을 숨가쁘게 치러 낸 직후였는데 그는 아마 텔레비전 화면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손을 흔들어 대는 나의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노동조합의 간부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파업 때마다 앞장 선다는 것은 단지 ㄱ중령뿐 아니라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놀래키고 당황시킨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단단히'는 아닐지라도 웬 만큼은‘한몫'을 하고 있었으니까… 일부에선 저 친구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러느냐는 비아냥 섞인 소리도 들려 왔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마지막에는 마음이 편한 쪽으로 움직이는 편을 택했다. 그것이 노조였다.

그 후로는 ㄱ중령도 멀어졌고 또 많은 사람들과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높이의 담을 쌓고 지내게 되었지만, 반대로 또 많은 사람들을 얻었다. 지금은 복직이 되었지만 1천 일에 가까운 해고의 날들을 견뎌 낸 안성일, 김평호 선배, 그리고 처음으로 노조에서 만난 이후 지금까지도 변질되지 않은 건강함을 보여주는 많은 이들이 내가 새롭게 얻은 별과 같은 사람들이다.
--- 손석희 '나이 쉰에 나는 무엇을 보여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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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에는 필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 이야기'를 담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몸을 던진 자식들을 지켜보는 아버지들의 고뇌, 삶을 살아가면서 무심히 지나쳤다가 어느 날 문득 온 몸으로 느끼게 되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 필자들에게 이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2부 나무는 더불어 숲을 이룬다에는 필자들이 생활 속에서 깨달은 이야기를 담았다. 일상의 삶 속에 매몰되지 않고 치열한 자기발견을 통해 오늘날의 성취를 이룬 필자들의 세상살이, 세상 엿보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개인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필자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3부 6월 하늘에는 자유가 흐른다에는 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행동으로 실천한 필자들의 고뇌를 담았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비록 나약한 개인에 불과했지만 주어진 시대상황을 피해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필자들의 떨리는 심장소리가 지금도 그들의 삶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4부 내가 가는 이 길이 험난할지라도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올곧게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필자들의 행적을 담았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필자들의 뚝심이 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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