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나 이대로 좋다

나 이대로 좋다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2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05g | 153*224*20mm
ISBN13 9788994054445
ISBN10 89940544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맹난자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국대학교 불교철학과를 수료하였다. 1996년 『에세이문학』 여름호에 「찻물을 끓이며」로 등단하였으며 1969년부터 10년 동안 월간 『신행불교』 편집장과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 편집위원장을 지냈으며 『에세이문학』 발행인 겸 주간과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대수필문학상, 남촌문학상, 정경문학상과 신곡문학상 대상, 조경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수필집 『빈 배에 가득한 달빛』 『사유의 뜰』 『라데팡스의 불빛』, 선집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만목의 가을』이 있으며, 역사 속으로 떠나는 죽음 기행 『남산이 북산을 보며 웃네』와 개정판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기억하라』, 작가 묘지 기행 『인생은 아름다워라』 『그들 앞에 서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I·II)와 『주역에게 길을 묻다』가 있다. 그 외 공저『풍경소리』(I·II)와 『아름다운 마침표』, 일어판 『한국여류수필선』이 있고, 편저로는 『세계의 유명 작가 명수필』 『한국의 명수필 2』, 일어판 『한국현대수필선집』이 있다.
현재 한국수필문학진흥회 고문, 『에세이스트』 편집고문, 『풍경소리』 편집위원, 『젊은수필』 선정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요즈음 들어 더 한 가지 이상한 일은 나를 둘러싼 결핍된 사항과 부족한 것들에 대해 그 개선을 요구하고 싶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끌어 모아서 얽어매면, 한 칸의 초가집.
풀어헤치면 본래의 들판인 것을!

어느 선사의 시구처럼 허물어져 가는 한 칸의 초가집 같은 나.
언젠가는 본래의 들판으로 돌아가리.
바람 부는 언덕에 선 채, 나 이대로 좋다.
---「나 이대로 좋다」 중에서
맹난자 수필은 특별하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져 준다. 어떤 때는 머리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니르바나의 노래」의 경우이다. 불교적인 상상력 혹은 우주적 상상력과 함께 개인적인 미학적 상상력을 촉발시켜 우리의 삶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느끼고 사색하게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작가가 그동안 부단히 탐색해 온 인간의 생사 문제와 열반의 문제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죽음의 문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윤회’의 정체를 쉽게 밝혀 줌으로써, 사는 것이 죽는 것이며, 죽음이 삶이라는 생사일여(生死一如)의 미학으로 우리 모두를 평상심(平常心)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런 점에서 작가 맹난자 수필은 미학적인 국면에서 피천득의 수필과 김진섭의 수필을 변증법적으로 결합한 한국 수필의 새 지평을 여는 통섭수필 혹은 통합수필인 셈이다.
- 유한근 (문학평론가·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맹난자의 정신세계는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수필은 철학적 사색의 세계다. 그리고 이런 삶과 죽음의 철학적 사고의 세계는 종교적 신앙과 함께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다소 관념적일 수 있지만 그는 이를 자신의 실제적 삶을 통해서 번민하고 좌절하고 용기를 내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으로서 작품화한 것이기에 호소력이 강하다.
- 김우종 (문학평론가)

맹난자는 몸과 마음의 관계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몸의 세계에서 관능과 에로스에 대한 탐구에 나서고, 마음의 세계에선 불교적 해탈의 경지를 추구한다. 그에게 죽음의 연구는 단순히 죽음을 연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 삶의 마지막 지점에서 한꺼번에 증명해 보려는 참으로 당찬 기도였다. 맹난자 문학의 주제는 ‘생(生)의 문학’으로 요약된다.
- 김종완 (문학평론가)
입에선 침이 마르고 가슴이 콩닥거리는 동안 눈은 갈색 대나무 벽걸이에 꽂힌 글라디올러스에 가 머물렀다. 사뿐히 계단을 밟아 오른 소녀처럼 꽃은 층층이 붉게 피어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버지는 유독 그 화병을 좋아하셨고, 거기에 글라디올러스를 즐겨 꽂으셨는데, 때론 그 임무가 내게 부과되기도 했다. 책으로 둘러싸인 아버지의 서재, 어둑해진 공간, 그 적막 속에 혼자 앉아 있기를 좋아하던 어린 내 기억 속엔 글라디올러스가 심상 이미지로 남아 있다. 우리 집의 평화를 담보하던 그 꽃과 아버지의 서재, 그리고 시름없던 나의 어린 날을 기리며 그 후 나는 보들레르의 시 한 구 “곧 우리는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너무나도 짧은 우리들의 여름, 발랄한 광명이여!”를 얼마나 마음속으로 되뇌었던가. --- p.13

철학은 죽음을 배우기 위한 학문이라고 한다. “죽음만이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원입대하여 최전방으로 전출되기를 원했다. 이탈리아의 어느 포로수용소에 갇혀 “죽음에 가깝다는 것이 삶에 빛을 던져 줄 것”이라고 썼다. 목숨을 던져 삶을 건져내려고 했던 것이다. 위로 셋이나 되는 형들의 자살을 목격한 뒤 죽음에 대한 천착이 깊어지더니 그는 막대한 유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독신으로 평생을 검소하게 지내다가 생을 마쳤다. 마지막 말은 “멋진 삶을 살았다.”였다. --- p.36

음(陰) 속에 양(陽)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듯 플러스, 마이너스를 음양의 대립 구조가 아닌 대극합일의 상생(相生)의 구도로써 수용한다. 불교의 선악불이(善惡不二)를 말하던 그는 이미 대립심을 넘어선 사람이었다. 그는 또 나지마(名島) 성을 찾아가 동료를 배반하고 신념[종교]을 바꾼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비열함과 그의 통증을 되씹어보며 돌계단에 앉아 있었다. 이런 작가를 생각하며 나도 ‘침묵의 비’ 앞에서 신념을 뒤집은 약자나 패배자들의 내밀한 고통을 생각하며 바다에 눈을 던졌다. 문학이란 어차피 나약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니던가. 엔도는 『침묵』과 만년의 대표작인 『깊은 강』으로 범신론자라거나 종교다원주의자라는 개신교로부터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신(神)은 존재한다기보다 움직이는 것(실천)이며, 양파(神을 지칭)는 움직이는 실체라는 것. 그는 양파(神)의 존재를 유대교도들에게도, 이슬람교도들에게도 느끼며 양파는 언제 어디에도 있다고 말한다. 그것을 공자는 ‘역무체(易無?) 신무방(神無方)’으로 표현했다. --- p.40

거실 창문에 번지는 어둠을 멍하니 바라본다. 하루가 저무는 어슴푸레한 고요의 빛깔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나도 무채색(無彩色)이 된다. 여름의 어둑새벽, 희부염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혼자 맞이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처럼 늦가을 이른 저녁의 어둑한 일모(日暮)에 감싸이는 것또한 그에 견줄 바가 아니다. 수직으로 내려앉는 푸른 어둠은 창을 통과해 바닥에 누운 내 가슴 위를 지난다. 깊어지는 어둠 속, 사물들의 형체는 모습을 감추고 모두 누운 밤에는 차별이 없다. 그대로 누워 나도 하나의 땅이 되고 싶다. --- p.43

‘천행(天行)은 건(健)’하다더니 과연 자연의 질서는 엄정하다. 가을 산에 물이 마르듯, 내 몸 안에서도 하향 곡선의 여진이 느껴진다. 혈당이 떨어지면 안에서 떨림이 일어난다. 여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책장을 펼치면 글자들이 그만 아릿해진다. 활자와 다툴 전의도 접고 그냥 멍한 상태로 앉아 막연한 심사가 되어 버린다. 잠시 어느 선 밖으로 밀려난 듯한 허전함, 어릿어릿하니 점차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공허한 경지에 마음을 풀어놓는
다. 허공으로 퍼져 나간 사념들은 연기처럼 자취마저 없고 몸은 창공을 나는 새처럼 가벼워진다. 할 수만 있다면 푸른 하늘로 그렇게 날아오르고 싶다. --- p.55

우리가 실유(實有)라고 여기는 현상세계는 사실은 우리의 심층 마음이 형성한 허상일 뿐이며 가유(假有)라고 주장한다. 이 세계는 마음이 형성한 것, 마음이 그린 영상일 뿐이기에 마음 내지 식(識)과 다를 바 없으며, 따라서 일체가 오직 식(識)일 뿐이라는 ‘유식(唯識)’을 말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유식이 성립하는 것은 우리의 식이 표층적 의식에 그치지 않고 현상세계를 형성하는 심층의 마음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심층 활동이 그 대상을 덧칠하기 때문에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 그러므로 대상은 없고 오직 마음뿐인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 한다. 만법은 유식[萬法唯識]이다. 마음이 만든 걸 아는 게 깨달음이다. --- p.69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마음에 따라와 번지는 가을. 깊숙이 그 속에 들어앉고 싶다. 거리를 거닐면서도 눈은 연신 은행나무 잎을 살피게 되는 버릇, 야위어 가는 푸른빛의 퇴색을 심장(深長)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미망(迷妄)에 갇힌 어느 젊음이 완성으로 이르는 길목 같아서다. --- p.80

인간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고해인가? 위안인가? 첫사랑과도 같은 설렘으로 다가왔던 문학, 그 열망도 나이 따라 한풀 꺾인 지금 나는 내 문학적 행보를 돌아본다. 왜 그랬을까? 전과자가 은밀하게 범죄 현장을 찾듯 내 발걸음이 닿은 곳은 불우한 작가들이 숨진 마지막 장소이거나 그들이 묻힌 묘지였다. 모파상이 혼자 숨진 블랑슈 박사의 정신병원, 보들레르가 눈을 감은 돔가(街)의 정신병원, 시인 제라르 드 네르발이 목을 맨 파리의 어느 뒷골목. 다자이 오사무가 뛰어내린 다마카와 상류. 가와바타가 자살한 가마쿠라의 마리나 맨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한 다바타 435번지의 주소를 들고 동네 어귀를 몇 바퀴나 돌기도 했다. --- p.100

성(性), 나는 그 자체보다 성에 대한 심리적 반응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감각의 비늘을 일으켜 세우는 우리 몸의 관능이 어떻게 하여 일어나며 어떻게 스러지는가? 생명의 에너지를 성의 에너지로 환치한다고 해도 다를 바 없다는 그 에너지의 본체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한때는 내게 화두였다. 백골(白骨)을 떠올리며 거기서 애욕(愛欲)의 공무(空無)함을 상상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목숨이 있는 한, 성(性)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129

욕망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스스로의 발열(發熱), 고양(高揚)된 감정에 도달하려고 애쓰는, 그럼으로 해서 더욱 외로워지고 마는 탱고는 결국 외로운 몸짓의 형상화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화려한 복장과 경쾌한 음악, 에로틱한 율동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탱고를 관능의 허무와 동렬(同列)에 두고 바라보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무대 뒤에서 화장을 지우는 배우의 심정처럼 처연해지는 것이다. 가면을 내려놓은 뒤 거울 속 자신의 얼굴과 마주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물의 뒷모습은 때로 앞모습보다 훨씬 본질적일 때가 있다. --- p.132

톨스토이의 마지막 일기장 구절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 자신을 위한 선(善)의 전부.’ 비록 이 같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안의 선을 실천하려면 철저히 고립되어야 할 것과 빈손, 그리고 바닷속보다 더 깊은 침묵이 전제되어야 할 것임을 굳게 믿고 있는 터였습니다. 제게도 이런 기회가 허락된다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더는 가 닿을 수 없는 곳에까지 이르고자 하는 바람의 깃발, 죽음의 땅을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는 갑년이 되는 해라서인지 이런 생각이 더욱 자주 듭니다. 여행이란 때로 사람을 비장하게 만드는 것인가 봅니다. 137

손을 잡아 끌 듯 이어지는 현의 음률은 집시들이 머문 어느 마을 어귀로 나를 데리고 갑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따라가 봅니다. 거기에 낡은 수레와 천막이 보입니다. 허름한 불빛 아래 카드 점을 보고 있는 유난히 목이 굵은 부인과 그 옆에 눈꼬리가 가늘게 찢어진 젊은 여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우랄산맥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고달픈 삶의 역정이 짚어집니다. 삶 자체가 하나의 떠남인, 그래서 이 지상의 영원한 보헤미안들. 내일이 불투명한 그들의 정서는 독특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지역적으로는 유럽의 정서요 태생적으로는 동양계인 그들의 음악은 그래서 더욱 묘한 정취를 자아내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 p.141

비눗방울처럼 순간에 소멸되고 마는 그들의 관능과 허무. 집시 여자들은 본래 자신만을 위해 춤춘다고 합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뜨거워지고 기분 내키는 대로 춤추며 노래하는 제멋대로의 인생.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두 가지를 들어 히틀러는 유태인과 집시라고 했다지만, 집시들의 온갖 범죄와 부도덕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랑과 자유라는 기치 아래 정처 없이 떠돌던 그네들의 삶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허긴 이 세상에 보헤미안 아닌 사람이 또 있을까요? 외톨이로서의 나 역시도 선험적 집시였을지 모릅니다. --- p.150

수필은 어떠한 문학인가?
수필은 한마디로 홍차와도 같은 문학이다. 유리잔 안에 담긴 맑은 빛깔과 은은한 향기. 그 향기의 여운은 또한 길다. 수필은 이와 같이 향기롭고도 아름다운 문학이다. 쉬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이며, 수필의 대상은 작으면서도 크다. 오동잎 하나를 가지고도 천하의 가을을 논할 수 있고, 겨자씨 한 톨을 가지고도 우주의 진리를 논할 수 있어야 한다. --- p.164

수필의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일상사요 지나온 삶의 편린들로 시차적인 기록들이었다. 하품을 쫓을 만큼 펄떡거리는 황금비늘의 대어는 만나기 어렵고 그래도 돋보기를 고쳐 쓰고 읽고 또 읽는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끌리는 소재를 다룬 글과도 만나게 되는데 소재를 설명하느라 예시 부분으로만 그쳐 버린 경우에는 안타까웠다. 마치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나섰는데 별안간 길이 뚝 끊기고 마는 막다른 절벽과 만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 p.168

절망과 고통에 처한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 문학이라면 작가는 그 절망을 딛고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적 인물과의 해후, 작가의 내면 탐구, 숱한 인생들과의 간접경험은 독서를 통해 보충될 수 있다. 사유와 독서를 통해 충전되지 않으면 그리하여 스스로 깊어지지 않으면 깊은 글은 쓸 수 없다. --- p.169

수필은 허구가 아닌 실제다. 게다가 수필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어떤 장치나 매개물도 없이 소통되는 직접적인 문학이다. 작가의 가치가 곧바로 작품의 가치로 환산되는 인격의 문학이며, 가장 심층적이고도 영적(靈的)인 문학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비허구적인 방법으로 진실을 고해(告解)하고, 삶의 의미를 천착하며 자아 탐구와 인생에 대한 관조를 문학의 요체(要體)로 삼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慧眼)이 없고서는, 우주와 교감하는 영성(靈性)이 없고서는 좋은 수필은 기대할 수 없다. --- p.173

법정스님은 입던 옷 그대로, 관(棺)도 없이 대나무 평상에 실려 가사만 덮은 채 쌓아 놓은 장작더미 사이로 운구되었다. 점화가 시작되자 스님은 불꽃에 휩싸였다. 스님을 처음 뵙던 때가 떠올랐다. 1969년 봄, 세 사람이 마주 앉았다. 홍정식 선생은 스님께 내 취직을 부탁하려던 자리였다. 명동 입구로 옮긴 사무실(『불교신문』)에는 한상범 선생의 모습이 가끔 보일 뿐 신문사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후 청탁한 『신행불교』의 원고를 받으러 다래헌으로 찾아가면 원고는 주시지 않고 스님은 이 방에서 갖고 싶은 걸 말하라고 했다. 마침 레코드판 위에서 『어린 왕자』의 프랑스어 낭송이 이어졌다. 그러나 말씀드리지 못했다. 양손에 책만 가득 얻어 갖고 봉은사 나루터에서 배를 탔다. --- p.199

달빛이 방안으로 흘러들어 온다. 뒤척이다가 그만 마루로 나왔다. 식구들은 모두 한밤중, 달빛을 깔고 마루에 누워 본다. 벽면 한에 나무 그림자가 어른댄다. 마음도 따라서 일렁거린다. 서늘한 밤기운이 옷 속을 파고든다. 잊었던 잘못이 생각난 것처럼 가슴이 철렁해진다. 추석 무렵이다. 버릇처럼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무숲에 걸려 있던 달이 성큼 오른으로 비껴 앉았다. 어찌 보면 울 듯한 그러면서도 웃고 있는 저 말쑥한 얼굴. 많은 상념들이 가슴속에서 일어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만월이 되기 마련이지만 추석 무렵의 만월은 감회가 다르다. 거룩하게 완전해진 둥근 모습은 왠지 슬픔이 어린 성지(聖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머니의 가없는 자애와 기도며 눈물이 가득한 성지로.
--- p.22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