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기존 모임에 신입 회원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가족, 친구, 지인 등은 제각기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 새로 들어오는 멤버가 급이 안 맞으면 달가워하지 않는다. 급이 높은 사람이 들어오면 우리 모임이 더 근사해지기에 좋지만, 격이 맞지 않는 사람이 끼면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아 싫어한다. ‘눈이 너무 높다’는 평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사회적 집단 ‘가족, 친구, 동료’ 등의 수준이 높아서 그에 적절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즉, 당사자가 눈이 높은 것이 아니라, ‘네가 누굴 데려오나 보자’라며 평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주변인의 기대가 높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Part 01. 어쩌다 연애는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나」중에서
연애를 못하면 부족한 사람 취급을 하나, 연애를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우습게 보는 풍토가 있다. ‘대학 가면 다 생겨’, ‘보통 취직하고 1~2년 되면 사람 만나 결혼하지’라며 연애가 나이 들면 늙는 노화처럼 저절로 일어나는 일 취급을 한다. 가족관계, 연애관계, 결혼생활 등은 노화처럼 자연스레 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행복하기 위해서, 잘 안 맞는 사람을 만나서 부담하게 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도 연애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볼 때 무엇을 봐야 될지, 내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Part 02. 나라는 사람은 어떤 상대를 만나야 좋을까?」중에서
특정한 어떤 것에 대한 자기효능감은 영역기반 효능감(domain-specific self-efficacy)이며, 어떤 일에 대해서든 ‘잘 될 거야, 할 수 있어’라거나 ‘내가 할 수 있을까, 망할 거 같은데’라는 것은 전반적 자기효능감(general self-efficacy)이다. 연애가 안 풀리는 원인은 전반적 자기효능감이 낮아서 ‘내가 그렇지 뭐. 난 잘하는 게 없어. 연애라고 잘할까’라는 것일 수 있다. 이와 달리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다 잘하는데 연애는 힘들다는 사람은 전반적 자기효능감은 높으나 연애효능감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Part 03. 연애를 쥐고 흔드는 자존감의 힘」중에서
흔히 부부를 일심동체라고들 하고, 연애하거나 결혼하면 한마음 한뜻이어야 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위와 같이 자아가 이상하게 충돌하는 상황도 일어나고, 무조건 같은 결론을 내야 될 것 같은 착각도 한다. 이것은 연애의 오류 중 최악의 오류이다. 사람은 늘 입장 차이가 있다. 일심동체는 개뿔. 우리는 이심이체다. 아마도 살면서 단 한 순간도
똑같은 입장에 똑같은 마음일 수 없을 것이다. 방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Part 04. 연애가 시작되어도 마음이 불편한 이유」중에서
유독 안 좋은 일들, 연애하며 힘들었던 것들이 생생한 것은 ‘기억의 매듭’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좋고 나쁨을 떠나 곰곰이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신경을 쓴 것들은 기억에 매듭이 남는다. 흔히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는 대충 대충 간편처리를 하지만, 기분이 나쁘면 꼼꼼히 세부처리를 하는 뇌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연히 만난 사람이 첫눈에 나에게 반했다고 한다. 왜 반했을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밤을 꼴딱 세워가며 골똘히 생각할리 없다. 그냥 좋을 뿐. 그러나 나한테 반했다던 사람과 사귀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연락이 끊겨 신경이 쓰인다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고민할 것이다.
---「Part 05. 과연 실연에 쿨해질 수 있을까」중에서
정말로 최악이자 마지막 승부수라고 생각될 때가 아닌 한 이별이나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 싸울 때, 상황이 안 좋을 때 기억할 조언이 있다. 지금 화가 나고 언짢은 것을 분풀이하고 싶은 것인가? 다시 행복해지고 싶은 것인가? 당장 성질이 나서 속을 풀고 싶으면 마구 퍼부으면 된다. 미친
사람마냥 퍼부으면 대체로 상대방은 조용해진다. 그러나 퍼붓는 과정, 상대를 들볶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으로 인해 상대에게 벽을 하나 쌓게될 수 있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Part 06. 지속적으로 행복한 연애」중에서
득도한 사람처럼 마음을 비우고 행복할 때도 있고,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못나게 굴 때도 있는 것이다. 둘 다 나다. 항상 좋은 생각, 좋은 마음으로만 살 수는 없다. 나뿐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다. 늘 넓은 아량으로 날 이해하고, 나에게 맞춰주고 자신도 다스리며 살기는 어렵다. 둘 다 다섯 살 꼬마처럼 더없이 유치하게 부딪히는 날도 있고, 득도한
수도자들처럼 너그러운 날도 있는 것이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다. 결심한 대로 완벽하게 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아주 조금만 더 마음이 행복해졌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Part 07. 연애, 인간관계, 인생에 대한 짤막한 고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