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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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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23쪽 | 470g | 136*206*30mm
ISBN13 9788925551180
ISBN10 892555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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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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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나이가 많은 건 하나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랍니다.” 칼리가 말했다. “쉰 이하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그녀는 상체를 숙여서 풍성한 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이렇게 덧붙였다. “박사님 비서가 내 전화를 직통으로 연결해준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네요.”
안나는 하시미 박사를 유심히 뜯어보았다. 그는 칼리를 향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는 있었지만, 어디를 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박사에 대한 칼리의 호감이 커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안나는 박사도 칼리와 같은 감정인지 궁금했다.
“저는 평생 장수 가족들을 찾아 헤맸답니다.” 칼리의 무릎에 살짝 손을 대며 박사가 말했다.
--- p.51

에린은 데버러가 재판정을 가로질러 가서 접이식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은 정성스럽게 말려 있었고, 양쪽 볼에는 각각 다른 높이로 지나치게 짙은 오렌지색 볼 화장이 되어 있었다. 눈에도 너무 진한 마스카라가 칠해져 있어 방금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중략)
“왜 아무도 엄마가 화장할 때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옷도 좀 괜찮은 걸로 챙겨다 줄 걸 그랬어요. 칼리 할머니 엄마라고 해도 믿겠어요.” 에린이 말했다. 사실 변호사가 미리 가족들에게 화장품을 준비하라고 언질을 주는 게 맞았다. 가석방 공판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기용했어야 했는데, 할머니들 중 누구도 선뜻 변호사 비를 충당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에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
--- pp.115-116

“있잖아,” 5월의 어느 늦은 오후, 피트 스톱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데버러가 말했다. “나도 너를 낳기 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단다. 하지만 네가 태어난 이후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때 난 너무 어렸거든.”
“너만 그랬던 게 아니란다.” 베츠가 말했다. “출산 이후의 일을 예상할 수 있는 여자는 없어.”
“그리고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안나가 눈가에 주름을 지으며 말했다.
--- p.215

“손자 말로는 가능한 한 자외선은 쬐지 않는 게 좋대요. 자외선이 피부 모공을 넓혀서 얼굴에 주름을 만든다네요. 검버섯도 그래서 생기는 거고요.”
“그 손자란 녀석 엄청 똑똑한 척하는구나.” 안나가 말했다. “난 30대부터 주름이 지기 시작했어. 주름 좀 늘어난다고 뭐가 잘못된다니.”
“그 애한텐 아무 소리 마세요. 그 애는 암 전문의라고요. 그러다 엄마 피부와 돌연변이 유전자 얘기를 하면서 흥분할지도 몰라요.”
“그 누구도, 특히 의사란 작자들은 더 이상 나한테 찍소리 못할 게다.” 안나가 말했다.
--- pp.37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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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과 장수를 향한 인류의 열망은 급속도로 진화해왔다. 사람들은 이제 단지 젊게 보이는 것을 넘어 세포까지 속속들이 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은 바로 이 ‘젊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역설적인 욕망을 아름답고도 유머러스하게 파고든다. 대대로 장수하는 켈러 가 여인들에게서 ‘장수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려는 유전학자가 나타나면서, 그녀들이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비밀은 과학의 힘으로 밝힐 수 있는 장수 비결이 아니라, 11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안나를 비롯한 켈러 가 여인들이 겪어왔던,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채로운 경험의 보물창고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안나의 고손녀 에린이 부러웠다. 나 또한 올리브나무 향기 가득한 숲 속에서 안나처럼 지혜롭고 자존심 드센 고조할머니에게 ‘올리브나무에 얽힌 천 가지 비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올리브 숲 속에서 여인들끼리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안토니아스 라인]의 푸짐한 모계공동체를 향한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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