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에 꽂혀 있었다. 칼날을 따라 새겨진 룬 문자가 서늘한 푸른색으로 빛났다. 그 아래에는 눈 덮인 언덕 위로 일종의 연단이 솟아 있었고 동굴 높은 곳 어딘가에서 한줄기 빛이 새어 들어와 룬검을 비췄다. 검의 일부가 얼음에 가린 덕분에 나머지 부분이 더욱 과장되어 보였다. 마치 하늘하늘하게 얇은 커튼 뒤로 실루엣만 드러나 보이는 애인의 벗은 몸처럼 사람 마음을 애태웠다. 아서스는 그 검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꿈속에서 본 바로 그 검이었다. 그의 애마 천하무적을 찌르고도 죽이지 않았던, 오히려 치유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검이었다. 당시에는 그것을 좋은 징조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확실한 예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검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아서스는 황홀경에 빠져 검을 쳐다보았다. 말가니스를 끝장내고, 그가 로데론의 백성에게 가져다준 고통을 끝내고, 이 복수를 향한 갈망을 멈추게 해줄 검이었다. 그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부드럽게 아치를 그리며 내리 꽂히는 검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무엇엔가 이끌린 사람처럼 아서스는 한 걸음 다가섰다.
그때 검을 지키고 있던 정령이 얼음 같은 칼을 빼들며 말했다 “돌아가라, 너무 늦기 전에.”